좋은 재료 듬뿍 넣은, 찌개집

속 풀어주는 담백한 부모님표 밥상!

취재. 이현경 기자

추위를 녹이는 봄비가 내린다.
빗방울 같은 사람들의 종종걸음이 일제히 이곳으로 향한다. 동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직선거리에 위치한 식당 ‘닭한마리 돼지한근탕’. 유명한 장충동족발골목이 건너편에 자리하건만, 집처럼 푸근한 분위기 속에 매일 먹어도 부담 없는 메뉴가 실내를 북적이게 한다.
“사장님! 여기 돼지 셋, 계란말이 하나요.” 간단한 주문 대신 긴 안부가 이곳엔 어울린다. 손님들도 가게 문을 들어올 땐 일렬이었지만,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꽃이 한창이다. “어서 오세요~.” 둥근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신동수·이경자 부부(장충교당). 부부의 따듯한 눈빛은 자주 손님을 향하면서 또 서로를 향한다. 한 곳에서 11년째,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맛집을 만든 주인공이다.

아내 경자 씨가 주방에서 국내산 생고기가 담긴 냄비에 양념장, 마늘, 김치, 두부 등 재료를 푸짐하게 넣는다. 여기에 천연 조미료로 우려낸 육수를 붓는다. 센 불에서 펄펄 끓는 찌개가 몇 개나 올라갔을까. 경자 씨의 손은 쉴 틈 없이 두툼한 계란말이를 만드는 기술을 선보인다. 네모난 프라이팬에 익은 면을 접고 또 접기를 반복하면 접시 한가득 큰 대왕 계란말이 완성! 그 옆에 케첩도 아낌없이 듬뿍 짠다.

가게 주문의 80%를 차지하는 인기 메뉴는 ‘돼지한근탕’. 이름처럼이나 생고기가 통째로 들어간 김치찌개는 손님상에 올라 약 5분여간 더 맛있게 끓여진다. 그 사이 손님들은 두툼하게 익은 고기를 자른다. 한편 신 씨는 앉을 새도 없이 손님들의 필요사항을 먼저 알고 챙겨준다.
찌개처럼 점심시간 분위기도 점점 달아오른다. 손님들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대접밥에 숟가락질이 바쁘고, 다섯 가지로 제공되는 반찬에 젓가락질이 바쁘다. 손두부 김치와 양배추 피클은 고정된 반찬이고, 나머지 세 가지 반찬은 아내 이 씨가 오전 내 준비한 따끈한 오늘의 반찬이다.

부부가 경동시장에 직접 방문해 제철에 맞는 신선한 재료를 골라온 것들이니 먹을수록 속이 편안해짐은 손님 누구나 느낀다. 어느 손님들은 취향에 따라 라면 사리를 주문하는데, 메뉴판에는 가격이 적혀있지만 대부분 서비스로 제공된다. 어느덧 하나둘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일어나는 손님들에게서 기분 좋은 표현과 농담들이 이어진다.
“우리 집은 이웃과 함께 나누는 걸 좋아해요~.” 이웃들 사이에서 가족들의 집은, 가게를 열기 이전부터 그의 막내딸 ‘나라’ 씨의 이름을 딴 ‘나라다방’이라고 불렸다. 봉사와 나눔을 좋아하는 부부가 가게를 열었으니, 다른 가게에 비해 음식의 양이 평균 1/3가량 더 제공되는 게 자연스러운 일. 직업을 곧 나눔으로 실천 중인 것이다. 여기에 부부는 어르신을 위한 새해맞이 떡국 대접, 어려운 이웃을 위한 식사 대접 등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 모습에 반하고 이곳의 맛에 반한 손님들은, 인근 대학생, 직장인, 등산객, 장충체육관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진 및 스태프뿐 아니라 외국인까지 다양하다. “어떤 분은 15일을 내리 이곳에서 식사하셨어요. 사회·경제가 어려울 때면 음식에 더욱 정성을 들였는데, 그 마음을 알아봐 주신 것 같아요.”
익숙한 분위기에 특이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들의 남다른 신심. 가게 입구에서부터 ‘복 중에는 인연 복이 제일이요 ….’라는 법문 구절과 더불어 곳곳에 여러 법문이 눈길을 끈다. 하루 평균 세 명 이상의 손님들이 신 씨에게 법문에 대한 질문을 한다는데…. 그는 그때마다 친절한 해설을 펼친다. “법문을 따로 풀이 하지 않은 이유는 이웃과 법문 이야기를 나누고픈 제 마음이에요.”

저녁이 되자 가게 간판들은 더욱 화려해지고, 그만큼 실내도 어쩐지 더욱 훈기를 뿜는다. 이때 마침 종로3가에서부터 이곳을 찾아왔다는 손님들이 ‘보쌈’을 주문한다. 손님들은 “맛을 찾아서 여기 온 거예요. 친절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좋고….”라며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눈다.
오늘 하루도 푹 끓여낸 찌개처럼 손님들의 마음을 따듯이 데우는 이곳. ‘내 것을 지키기보다, 서로 나눠주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부부의 바람에 사람과 세상이 매일 따듯해진다.  문의Ι02)2285-5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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