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한 약속 지키기

글. 손무경 신창원교당

아이들과 수건돌리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한 아이의 작은 실수로 잠시 게임이 중단될 뻔 했으나 친구들의 도움으로 다시 진행됐다. ‘순간 룰을 까먹었나 보네.’ 하고 게임에 집중하려는데 맞은편에 앉은 아이가 실수를 한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너, 놓았으면 돌아야지 뭐하는 건데!” 하며 따졌다. 작은 실수인데…, 큰 목소리로 소리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분명 내가 오늘 오전에 아이들에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똑같은 일이 다시 반복됐다. 화가 났다. 소리치는 아이의 행동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아이의 말에 내가 다 기분이 상하는 듯했다.
게임을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을 내려다봤다. 순간 내가 많이 화나있음을 알아차렸다. 알아차리고 나니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나 스스로와 한 약속들이 떠올랐다. 이 상태로 얘기를 했다가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화를 낼 것 같았다.
자리에서 살짝 뒤로 물러나 아이들을 바라봤다.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어느 정도 가라앉았을 때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친구가 무언가를 잘 못한다거나 실수를 하게 되더라도 놀리거나 친구를 향해 소리치지 말고 옆에서 도와줄 수 있도록 하자.” 그제서야 차분하게 말을 전할 수 있었다.

생에 처음 ‘안경 만나기’

글. 이원봉 중곡교당

작년, 재작년 그리고 올해 들어 눈에 피로가 너무 자주오고 눈물이 자주 흐른다.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며칠 전과 오늘 안과를 방문했다. 눈물은 눈물샘에서 나왔다가 코로 빠져나가는데, 웃을 때나 어떤 사물을 집중해서 볼 때면 눈물이 자꾸 눈 밖으로 흐르기에 코로 흐르는 관이 막히거나 좁아진 줄 알았다. 그런데 검진 결과, 내가 눈 사용을 너무 가혹하게 하여 눈이 피로도를 견디지 못한다고 했다. 그 결과 인상도 나빠지고 갈수록 눈의 노화도 더 진행될 것이라 했다.
처방은 간단했다. 안경이었다. 시력은 1.0과 1.2로 나쁘지는 않으나 의사는 내 눈이 더 나빠지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안경을 처방했다. 문득 내가 나의 몸을 얼마나 혹사시켰으며, 나를 제외한 대상을 바라볼 때 얼마나 힘을 주며 보았는지가 느껴졌다.
나를 나만의 틀로 옥죄고, 또 그 기준으로 타자를 옥죄며 바라보았기에 나와 내 주변을 힘들게 하듯, 눈도 많이 힘들었으리라. 다행히 그런 눈을 잘 챙겨줄 ‘안경님’을 만날 예정이다. 안경님은 안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편하게 보라고 일러줄 부처님이다. 오늘은 그 부처님 만나는 날, 기대가 크다.

내 마음 다스리기

글. 채연주 양정교당

고3 생활이 막바지에 이르고 대학면접도 다 끝났다. 나는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호텔, 고깃집, 뷔페 등에서 사회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내 힘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 기뻤다. 그다음엔 돈을 번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일할 때도 인간관계는 중요하고 어려웠다. 사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후 교당에 잘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대해 힘이 들 때마다 내 마음을 돌보기가 더 어려웠다.
일로 만난 사이들인 데다가, 내가 ‘친해졌다.’라고 생각하면 상대는 선을 긋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아, 어차피 나를 온전히 봐주는 사람은 옆에 남을 것이고, 필요에 의한 사람은 떠날 텐데. 내가 동요하고 힘들어할 이유가 없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러던 중 예비교무가 되기 위해 간사 준비를 하는 친구가 전라도에서 내려와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의 휴식은 너무 짧고 아쉬웠지만 매우 행복했다.
그날 밤 친구에게 장문의 메시지가 왔다. 많은 내용이 있었지만 ‘힘든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 고민이나 그런 거 다 들어줄게.’라는 부분에서 마음 한쪽이 매우 따뜻해졌다.
내 마음의 경계를 알고 진정시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교당에 나가고 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한발 뒤로 서서 생각해보기

글. 주희현 정토회교당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간 순간, 동생의 신나는 게임 소리가 들렸다. 12월까지만 게임을 하고 1월부터는 공부를 하겠다던 동생의 약속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동생은 약속이 생각조차 나지 않는 듯 게임을 하고 있다. 당장 다음 주에 시험을 보지만, 시험 준비는 동생을 제외한 가족들이 하는 것 같았다. 우리만 초조하고 간절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말한 것을 지키지 않는 동생의 모습에 화가 나고 실망스러워 당장 머리채를 잡아서 쫓아내고 싶었다. 나는 “너 12월까지만 게임을 하기로 하지 않았니?”라고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동생은 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 보다. “너, 엄마한테 말할 거야.”라고 말하자 그때서야 게임을 마무리했다.
정신을 못 차리는 동생이 너무 밉고 큰소리로 혼내고 싶었다. 소파에 앉아 잠시 생각을 멈춰보았다. 천천히 생각해보니 제일 부담되는 건 동생 본인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네가 한 말은 지켜야 우리도 널 응원해주지 않겠어?”라고 말해보았다. 동생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소리 지르며 상처 되는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숨을 내쉬고 생각을 멈춰보니 동생과 나의 모습이 보였다. 나에게 원망하는 마음을 버리게 해주고, 멈춰서 생각하는 공부를 제공해준 동생에게 고마웠다. 원망생활을 버리고 감사생활을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만 사소한 순간에도 마음을 알아차리고 ‘행동하는 나’가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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