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생각에 따른 마음이 결정… 감사와 은혜로 원망과 미움 없애는 한 해 되길

글. 박정원  월간<산>  편집장·전 조선일보 기자

경자(庚子)년 ‘하얀 쥐의 해’가 밝았다. 다들 하얀 쥐라고 하는데 왜 하얀 쥐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경(庚)’이 흰색을 의미한다고만 설명한다.
‘경(庚)’이 왜 흰색인가? 이는 동양사상의 오방색에 근거를 둔다. 오방색은 청색, 백색, 적색, 흑색, 황색의 다섯 가지 색을 말한다. 우주의 기본적인 색이다. 여기서 음과 양의 기운이 생겨나 하늘과 땅이 되고, 다시 음양의 두 기운이 목·화·토·금·수의 오행을 만든다. 이게 바로 음양오행사상의 기초다. 오행에는 오색과 오방위가 따른다. 오방에 각각 짝을 이루는 오색이 있다. 중앙과 사방을 기본으로 동은 청색, 서는 백색, 남은 적색, 북은 흑색, 중앙은 황색이다. 중국의 오악에 가면 각 산마다 색깔 구분이 명확하다. 즉 동악 태산은 청색, 서악 화산은 백색, 남악 형산은 적색, 북악 항산은 흑색, 중악 숭산은 황색으로 주련이나 글자마다 엄격하게 구분해서 장식돼 있다. 모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만 아는 사람은 방위와 색깔, 형태마다 각각 다른 그 깊은 사상에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다.

다시 돌아와서 오방색의 청색, 백색, 적색, 흑색, 황색 중 서쪽 흰색은 10간의 경·신(庚·辛)에 해당된다. 10간을 오방색에 대비시켜 갑을은 청색, 병정은 적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흰색, 임계는 흑색을 가리킨다. 따라서 2020년은 흰색을 나타내는 경신의 ‘경(庚)’과 12지의 첫 동물인 쥐를 상징하는 ‘자(子)’가 합쳐져 경자년이며, 방향으로는 서쪽, 색으로는 흰색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흰색은 오행 가운데 금(金)에 해당되며, 결백과 진실, 삶, 순결 등을 상징한다. 여기서 경자년 하얀 쥐의 해라는 의미가 나온 것이다. 2021년은 신축년이 되며, 마찬가지로 하얀 소의 해가 되는 이치와 똑같다. 그 이듬해는 흑색 호랑이의 해, 그 다음해는 흑색 토끼의 해가 이어지는 원리다. 방향도 서쪽에서 점차적으로 북쪽으로 돌아 결국 60년이 지나면 다시 동쪽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쥐와 흰색은 상극일까, 상생일까? 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서양에서는 14세기 당시 흑사병으로 불리는 전염병 페스트의 전염원으로 무시무시하게 여겨졌다. 유럽 인구의 3분의 2 가량이 사망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사람과 함께 살아온 관계로 식량을 훔쳐가는 제일의 동물로 꼽았다. 부정, 탐욕, 작고 하찮음, 야행성으로 재앙을 가져오는 존재로 인식했다.
하지만 쥐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있다. 쥐가 12간지 중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이유는 지혜가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설화가 전한다. <주역>에도 ‘쥐는 밤이면 빛을 내는 야행성 동물로 매우 민첩하고 영리하고 귀여운 물상이다.’라고 나온다. 그래서 밤에 태어난 쥐띠는 매우 부지런하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쥐는 수명이 5년이 채 안 되지만 엄청난 다산으로 그 개체를 유지한다. 번식력이 어느 동물보다 뛰어나다. 예로부터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쥐를 꼽았다.

또한 근면과 재물·부의 상징으로 통했다. 어디나 드나들 수 있는 강한 활동력과 민첩성으로 먹이를 부지런히 모아, 자연스레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나아가 물과 불의 근원을 알려준 영물로 쥐가 등장한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있을 때는 제일 먼저 쥐의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는 의미와 연결된다. 고대 아테네 신전에서는 쥐에게 치유의 힘이 있다고까지 믿었다.
기본적으로 동서양에서 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지만 긍정적 해석과 함께 영물로서의 쥐에 대한 평가도 존재한다.
‘자(子)’가 상징하는 쥐의 긍정·부정의 양면성과 함께 ‘경(庚)’이 나타내는 흰색은 밝고 큰 것을 상징한다. 쥐의 활동력, 좋은 대인관계, 민첩한 행동, 밝은 성격을 발휘하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해라고 해석된다. 따라서 2020년은 그리 비관적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세상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단지 생각에 따라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공을 위한 3가지 조건(Three sentences for getting SUCCESS)’이 있다고 했다. 첫째 남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질 것(know more than other), 둘째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할 것(work more than other), 셋째 남들보다 기대를 작게 가질 것(expect less than other)이다.

며느리 대신 아들이 설거지 하는 모습을 본 시어머니는 “내가 너 설거지 하라고 대학 보낸 줄 아냐, 이 못난 놈아!”라고 화를 벌컥 내지만, 딸 대신 설거지 하는 사위의 모습을 보면 “암, 그래야지. 부부는 서로 돕고 어려울 때 짐을 나눠서 져야지.”라고 흐뭇하게 말한다. 똑같은 모습을 보고 이렇게 상반된 말을 하는 게 사람이다.

결국은 마음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얘기다. 몸은 음식으로 힘을 얻지만 마음은 생각으로 힘을 얻는다. 좋은 생각, 바른 생각은 마음의 자양분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도덕이 중요하다. 감사, 은혜, 사랑, 용기, 성실, 용서, 화해와 같은 좋은 생각을 가진 마음으로 원망, 미움, 의심, 거짓, 갈등, 후회와 같은 탐진치를 없애는 마음으로 한 해를 무사히 보내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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