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학과 과학이 만나다

취재. 김아영 기자

“여기가 진짜 갤러리 맞나요?”
우리가 아는 갤러리라 함은 작품과 구조물 등이 있어야 하는데,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벽면 와이드스크린과 4개의 방으로 이뤄진 개인명상 체험 공간, 원형스크린이 있는 메인 명상홀이다. 작년, 소태산기념관 개관과 함께 문을 연 소태산갤러리 풍경인데…. 원불교 개교표어인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를 주제로, 물질개벽의 현시점을 보여주고, 물질과 정신이 어떻게 병진되고 개벽되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곳. 최첨단 공간에 대한 소태산갤러리 안내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방금 신발을 벗고 지나오신 곳은 물을 상징합니다. 물을 건너 산란했던 마음을 놓아두고 명상갤러리에 들어오신 거죠. 지금 서 계신 명상로의 스크린을 통해, 원불교 100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소태산갤러리는 사진과 그림 대신, 벽면 와이드스크린를 통해 원불교100년사와 함께 20세기 세계사의 큰 이슈들(전쟁, 냉전종식, 과학발달 등)을 맞물려 보여준다. 원불교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방마다 스크린이 마련된 개인 명상공간도 일반적인 명상공간이 아니다. 원불교 기록관리실, 원음방송 자료 등과 연결되어 있어 소태산 대종사 당대 사진들을 열람할 수 있고, 명상을 통한 뇌파 측정과 원불교 문화예술 수상작들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원불교의 모든 디지털 자료의 아카이빙, 저장고인 것이다.

“이제 명상로를 지나면 360˚실 스크린이 있는 명상홀이 나옵니다. 명상과 영상상영을 함께 할 수도 있고, 오롯이 선 수행만을 할 수도 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이 공간에서는 소태산갤러리의 메인이기도 한 ‘XR 거울명상_나는 무엇인가’를 경험할 수 있다.
“소태산갤러리는 확장현실 명상 갤러리를 추구합니다. 물질문명의 최첨단 중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VR 장비를 이용해 원불교 교리를 어떻게 구현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거죠.” VR 장비를 쓰자, 가상의 공간에 나의 육체, 마음, 기(氣)가 거울을 통해 비춰진다. ‘좌선의 방법’이 내레이션 되면서 명상에 따라 변화하는 뇌파가 측정된다. 추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VR 장비로 좌·우뇌 밸런스와 활성도를 측정해 선을 하기 전/후의 변화상태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갤러리의 총기획자 이도하 교무(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교수)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그래픽팀, 뇌파와 심전도 측정으로 CES 최고혁신상을 받은 룩시드랩스가 MOU를 맺고 ‘XR 거울명상’을 개발했다. 종교와 예술, 과학이 병합한 것이다.

이도하 교무는 “단계적으로 뇌과학과 일기법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 교구와 교당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며, “또한 이 공간이 재가·출가 전 교도가 마음공부와 교화의 미래형 포맷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함께 연구·개발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과학의 최정점과 만난 명상. 소태산갤러리에서 도학과 과학의 병진을 체
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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