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더 당당하게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원래 같은 한민족이었는데
왜 눈치를 보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글. 최진아(가명) 한겨레중고등학교

탈북해 한국에 정착하며 살아온 지도 벌써 8년이 됐습니다. 지금은 한국이라는 곳에 완벽하게 적응을 했지만, 북한에서 갓 탈북했을 때는 그야말로 촌티가 팍팍 났고 말투에서도 티가 많이 났습니다.
하루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여자애 둘이 제 옆에 와서 귓속말 같지 않은 귓속말로 “야, 쟤 말투 너무 이상해. 생긴 것도 너무 촌스러워. 우리 쟤랑 놀지 말자.”라고 했습니다. 그 애들은 나름대로 귓속말이라고 생각하고 말했겠지만 저에게는 바로 귓가에서 말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그렇게 상처를 처음 입은 후 저는 결심했습니다. ‘말투를 고치자.’ 그리고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철저히 비밀로 했습니다. 말투를 바꾸고 북한에서 왔다는 말을 안 하니 제게도 아이들이 하나둘 다가오고 친구도 생겼습니다. 어렸을 땐 오히려 탈북민이라는 사실이 별로 민감하진 않았는데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숨기기에 바빴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원래 같은 한민족이었고, 또 같은 사람인데 왜 우리가 눈치를 보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이해가 안됐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북한 문화를 이해하고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좋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진짜 너무 좋은 친구들입니다.
이에 반해, 제가 지나가면 곁눈질하며 흘끔흘끔 쳐다보고 속닥거리며 가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또 그런 모습을 보면 자존감이 낮아져 고개를 숙이고 다니곤 했죠. 계속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는 저를 보며 속닥거리는 애들에게 가서 “야! 너희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할 말 있음
당당하게 앞에서 해. 뒤에서 하지 말고.”라고 했더니 아니라면서 그냥 가던 길을 갔습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한바탕 그렇게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 뒤부터는 애들이 저를 특이하게 보지 않고 평범하게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때부터였을까요? 제가 자신감을 얻기 시작한 것이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일들이 저를 더 많이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게 되면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여러 가지 차별 받으며 살아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어깨를 딱 펴고 더 당당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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