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이 모두 교실

(학)삼동학원 한울안중학교
취재. 김아영 기자  

“선생님 지렁이 잡으러 가요!”
한밤의 특공대처럼, 선생님과 학생들이 손전등을 들고 지렁이를 잡으러 나섰다. 학교에서 키우는 닭의 모이를 찾기 위해서인데…. 탐험을 나선 학생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쌤, 지렁이는 왜 습지를 좋아해요? 얘네들은 뭘 먹어요? 닭은 왜 지렁이를 좋아해요?” 단순히 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선 탐험은 질문과 답이 이어지면서 현장학습이 된다. 한울안중학교(교장 곽종문)의 교실은 안과 밖이 따로 없다.

교육의 유토피아
2018년 3월, 마음공부를 통한 인성교육과 예체능·체험교육 중심의 특성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문을 연 삼동학원(이사장 오정도) 산하 한울안중학교. 교문을 넘어, 교사와 학생들이 정성껏 가꾼 꽃과 다육이가 있는 길을 지나면, 각양각색의 소리가 들린다. 타악기부터 가야금, 플루트, 해금에 소금까지, 악기소리는 다양하지만 희한하게 이들의 음이 조금씩 맞아 들어간다. 오늘은 화요일, 주간 방과후 융합 음악 수업시간이다.
“무한한 상상과 창의가 이루어지게 하는 것은 예술 문화 교육입니다. 저희 학교는 1인 1악기를 가르치고 있지요.” 한울안중학교가 예체능 중심의 특성화 학교라는 말이 쉽게 이해되는 순간인데…. “우리 학교는 단순히 기능·예술인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에요.”라는 곽종문 교장의 말이 돌아온다.
예술 문화를 다른 과목과 융·복합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 그 말이 어려운 듯하지만, 학생들의 수업을 보면 금방 이해된다. 작년에 경주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수업은 경주의 문화 예술을 탐사하고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영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만든 결과물은 콩트와 음악, 춤이 함께 어우러지는 독특하면서 재밌는 영상이었다. 이를 위해서 학생들은 경주의 역사부터 연기, 음악 연주, 과학(영상 편집), 영어가 다 필요했을 터. 놀듯이, 예술을 통해,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공부한 것이다. 이런 활동이 작년만 60여 가지가 넘었다. 정규교과수업 이후 이루어지는 주간 방과후, 야간 방과후 수업도 코딩반을 시작으로 바리스타, 미술, 피아노 등 다양하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어요. 아이들이 융·복합 수업을 노는 것이라 생각해서, ‘우리 공부해야 하지 않냐.’고 먼저 이야기하더라고요. 선생님들은 다 계획이 있었는데 말이죠.(웃음)” 교과서 위주의 수업만 받던 학생들에게, 학습도 놀이처럼 체험하며 재밌게 하는 이곳의 수업은 놀라웠던 것. 그리고 이런 자발적 공부 의사는 결국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성명좌 교사의 생각이다.
“지난 2년 동안 많이 성장했어요. 특히 남 앞에 서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생각을 전달하게 됐죠.” 지난 종업식 날에는 눈물을 안 흘린 학부모들이 없었다는데…. 학생들이 나의 성장기 발표를 통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1년 동안 뭘 경험하고, 내 미래를 위해서 가족과 선생님이 어떤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처음에는 어렵고 떨리지만 발표에서 느낀 성취감은 감동 그 자체였어요.” 그렇게 자신감을 쌓고 꿈을 찾아가는 학생들. “선생님이 우리가 각자 관심사나 성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존중해 주신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간식이 먹고 싶으면 어디로?
“선생님들도 역량 강화를 위해 마음공부와 독서 토론, 특강, 연수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지현 교사의 말처럼 학교 안과 밖의 다양한 활동을 여러 과목 수업과 연계하려면 교사들 또한 유연한 지혜와 끊임없는 탐구능력이 필요한 것. 달걀을 부화시키고 산양과 닭, 토끼를 키우고, 상담실 앞에 칭찬매점을 둔 것도 이런 노력과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장실 문에 ‘간식이 먹고 싶으면 들어오세요.’라는 문구가 붙어있어요. 학교에 매점이 없기 때문에 교장선생님이 배려해 주신 거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요.” “밥이 맛있어서 학교가 좋아요.”라고 밝게 얘기하다가도 “이곳에서 꿈이 생겼다.”며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는 학생들. “기숙사 생활도 함께 하니 사이가 더 좋다.”고 의젓하게 대답한다.
“작년부터는 마을에서 전학 오는 학생들이 생겼어요. 신입생 모집에는 재학생 학부모의 지인들이 많이 참여하셨지요.” 그만큼 한울안중학교의 교육이 지역과 학부모에게 인정받은 것. 오정도 이사장은 “‘삼동윤리’라는 사상이 학교의 방향이다. 세상을 변화시킬 개벽인재가 이곳에서 어떻게 구체화 될지 궁금하다.”는 말로 기대감을 나타낸다.
“내가 늘 그래요. 인생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인생은 위치가 아니고 가치라고요.” 화요일 오후, 각양각색의 악기들이 화음을 맞춰가듯, 알록달록 아이들이 만드는 합이 특별하고 아름답다.   한울안중학교 053)233-9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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