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의 방법⑤

글. 이정근

5. 입은 항상 다물지며 공부를 오래하여 수승 화강(水昇火降)이 잘 되면 맑고 윤활한 침이 혀 줄기와 이 사이로부터 계속하여 나올지니, 그 침을 입에 가득히 모아 가끔 삼켜 내리라.
호흡의 방법은 코와 입 두 가지다. 둘 중 어느 쪽으로든 산소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호흡은 외부 공기를 내부로 유입하는 것이므로 유해 물질을 거를 수 있는 코 호흡이 중요하다. 특히 현대 사회는 대기 오염 물질 외에도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 등 많은 위험요소들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입으로 숨 쉬는 구강호흡은 체내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호흡기 질환을 유발해 비염, 아토피 등 여러 질환의 원인을 제공한다. 하지만 코 호흡을 할 경우 비강내의 점액과 섬모(코털)가 콧속으로 들어오는 나쁜 물질을 걸러주고 공기와 습도를 조절해 폐를 보호한다. 따라서 선을 할 때나 평소 생활할 때에도 가능하면 입을 다물고 코로 호흡하는 것이 좋다.

특히 선을 할 때 입을 다물고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선을 할 때는 긴 호흡을 통해 의식을 안정시키고 기(氣)의 흐름을 조화롭게 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구강호흡은 그 특성상 길게 호흡하기가 어렵다. 입을 다물고 코를 통해 길게 호흡함으로써 호흡과 의식과 기운을 편안하고 고요하게 해야 바른 선을 하는 것이 된다.

수승화강이란 음양상승의 조화를 이르는 말로써, 태양의 따뜻한 기운은 아래로 내려오고 물(수증기)은 위로 오르는 원리다. 물과 불의 조화로 인한 순환의 법칙을 이르는 표현이기도 하다. 하늘과 땅의 음양 조화로 인하여 생기는 춘하추동의 자연현상 속에서 모든 생명체들은 수승화강의 영향(혜택)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 조화가 깨져서 이러한 변화(수승화강)가 순조롭지 못하다면 생명체들이 살아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자연 이치는 인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뜻한 기운(火)이 내려오지 못하고 차가운 기운(水)이 위로 오르지 못하면 질병이 생긴다. 우리 몸에는 스스로 생체 기능을 유지 조절하려는 항상성(恒常性)이 있다. 이중 우리 몸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화기(火氣)와 수기(水氣)가 작용한다. 한의학에서 화기는 심장에서 다스린다 하여 심화(心火)라고 하고, 수기는 신장에서 다스린다 하여 신수(腎水)라 부른다. ‘심(마음)으로 육체를 다스릴 수가 있다.’는 말은 마음이 안정(定心)이 되면 수승화강이 되어 건강해질 수 있고, 반대로 마음(心)이 오욕번뇌로 인하여 불안해지면 수승화강의 조화가 흩어져 몸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도한 스트레스와 잘못된 생활 습관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수승화강이 거꾸로 되기 쉽다. 따라서 선을 통해 이러한 인체의 부조화를 조화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 단전주선을 통해 위로 솟구치는 화기를 내리고, 심장 기능과 머리를 시원하고 맑게 하는 물 기운을 오르게 하는 신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면, 단전이 따뜻해지고 온몸에 에너지가 충만해져서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게 된다.

선을 하다보면 “저는 침이 잘 고이지 않아요. 선을 잘 못하고 있는 건가요?”라며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 침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선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현상들은 체질에 따라 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선지자에게 문답감정을 자주하여 잘못된 점이 없는지 잘 살피는 게 필요하다. 평소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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