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려 피는 시골 축제

글. 정인신

여기저기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네요. 잠시 머물다 흘러가는 행사이지만 그날을 위해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을 맡아 긴 시간 온 정성을 다하게 되지요. 특히 야외행사일 경우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또 하늘을 얼마나 올려다보아야 하는지, 행사를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일입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행사이어야 하고, 함께 소통하고 어울리고, 뭔가 느끼고 배워올 수 있는 추억의 장이 되어야 하니까요. 그러니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하겠습니까.
삶은 축제입니다.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중한 인생이 아닌가요. 모두가 은혜입니다. 그러니 어찌하면 좀 더 아름답고 신나고 행복해질까, 이건 누구라도 마음 한쪽에 출렁거리는 꿈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지역신문을 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광고가 있었습니다. 시골마을 작은 축제인데 ‘모시떡 먹고 명품 솔티숲길 걷고 모시로 족욕하러 가자.’였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는 꽃담원에서 진행하는 ‘꽃 박사와 함께하는 정원산책’ 그리고 ‘나도 정원사 릴레이 토크’가 있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관심이 가는 일이죠. 솔티! 참 예쁜 이름이네요. ‘누가 지었을까, 무슨 뜻일까.’ 그곳을 찾아가며 ‘이름만큼이나 참 아름다운 마을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예로부터 솔티는 소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고 대석골은 대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 두 마을이 합쳐서 솔티(송죽)마을이 되었다고 합니다.

600여 년을 지나온 마을, 20여 호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그곳은 언덕배기가 있는 고샅길로 이어지고 돌담 사이 토종 감나무가 가을을 수놓고 있었습니다. 내장산 뒤쪽 서래봉이 감싸 안아주는 마을, 그래서일까요? 기분이 참 평화로웠습니다.
‘솔바람에 쉼을 담그다. 우리 여기 함께’ 플래카드가 걸리고 솔티 공동사업장에서 열리는 마을 축제는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솔바람 속에 음악이 흐르고, 국화 화분으로 꽃길을 만들고, 고소한 떡 냄새가 그득했지요. 150여 분의 비빔밥 체험도 대단하고, 모싯잎 가래떡을 100m 길이로 뽑아 나누어 먹고, 명품 솔티숲길을 걷고 밤에는 별을 보며 달빛 명상을 하고….

어느덧 여섯 번째의 행사인데 마을공동체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내장산 모시 작목반과 협약을 맺어 생산된 모싯잎으로 ‘솔티애떡’에서 전통 떡을 만들어 체험하고 판매도 한다는군요. 마을과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장으로 마을주민의 소득에 크게 기여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소통하며 행복한 희망마을을 만들어 가는 거죠.

모시는 일 년에 네 차례 수확하는데 조선 시대부터 내장산 인근에서 재배해 온 대표작물이라고 합니다. 그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며 마을 만들기 사업에 함께하는 80세 이상의 어른들께는 매월 연금을 지급한다니 아름다운 공동체의 삶이군요.
텅텅 비어가는 시골 마을이 많은데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고 ‘사계절 관광지 국가생태마을’로 지정되어 환경을 살리는 힐링의 공간으로 가꾸어 가는 그 중심에는 꽃담원에서 꽃과 정원을 공부하는 꽃 박사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꽃처럼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꽃은 함께 어울려 피죠. 솔티마을 공동체의 삶도 서로 어울려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듯이….

꽃과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꽃담원에서 공부한 40여 명의 정원사들은 각자의 경험을 풀어놓았습니다. 좋은 정원을 어떻게 만들어갈까, 그 자체가 인생이라는 것, 꽃은 씨앗이고 자연과 만나는 것이기에 꽃의 생리를 알아 꽃과 교감하며 대화하고 그러면서 꽃처럼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정원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여러분! 사람정원이라고 하네요. 모두가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지만 어떻게 꽃처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지 그것은 서로가 각자의 마음정원을 잘 가꾸는 일이라고 합니다. 무슨 생각이 자라고 있는지 살펴보며 꽃씨를 심고 가꾸어가야겠습니다.
우리가 만족할 줄 모르고 마음이 불안하다면 그것은 이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을 충족감이 넘치는 영적인 존재로 여길 때 나는 늘 생명의 아름다움으로 깨어날 것입니다.
여기저기 지역의 축제가 열리는 것을 보며 여기, 만남의 성지 꽃 바다(화해)에서는 어떤 축제를 열어가야 할까, 이 생각이 내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