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잘 수만 있다면

그들을 더 감싸주지 못함에 늘 마음이 편하지 않다.

글. 강명권

종교계노숙인 민간네트워크 협의회(종민협) 사무국이 맡고 있는 사업 중, 오마이뉴스에 노숙인의 삶을 연재하는 것이 있다. 그래서 한 달에 한두 번은 우리 사무실에서 그분들의 삶을 듣게 된다. 지금 연재되는 내용은 여성 노숙인에 대한 것인데, 그 글을 보신 분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온다.

내용을 알기 전까지는 거리에서 사는 사람들이 다 길거리에서 아무렇게나 자거나 늘 싸우고 거리에서 술을 마시며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기만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거리에 사는 분들은 그 좁은 공간이라도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눕힐 수 있고, 먹고 싶은 밥과 반찬을 해 먹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은혜원룸 각 방에는 침대와 작은 사물함 한 개, TV 한 대가 있을 뿐이다. 침대에 누우면 무엇 하나 제대로 놓을 수 없는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그 공간이라도 유지하고 살 수 있다면 다행한 생활.”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지금은 일거리를 마련해 며칠간이라도 일을 해서 방을 유지하지만, 기초수급자가 되지 못하거나 건강이 나빠지면 일을 할 수가 없어서 다시 거리에서 잠을 자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우리 고시원을 이용하다가 다시 거리로 나가게 된 분들이 인사를 할 때면, 미안하고 부끄럽고 책임감 없는 내 모습에 그분들을 피해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많다.

원봉공회가 은혜원룸 고시원을 시작한 이유는 월세를 받아서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적은 월세로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들을 더 감싸주지 못함에 늘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고시원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이윤이 생기면, 건강상 월세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이 다시 건강을 찾을 때까지 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방 5개 정도는 무료로 운영하고 싶다. 하지만 정작 고시원 운영비가 만만치 않아 그러지 못해 계속 반성만 하고 있다.

여성 노숙인들은 방을 구하고 싶어 일자리를 구하지만 구직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고, 일을 못하면 거리의 남자들을 피해 공중화장실이나 대형마트 주차장, 또는 공원의 구석진 곳을 찾아다니며 보이지 않게 잠을 자야 한다고 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다. 다만 지금의 환경과 여건 때문에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그들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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