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의 주의심

글. 이정수 천안교당

매일 ○○마트에서 정보를 받아보고 있다. 세일기간이라 알배기 배추 한 상자 가격이 마음에 들었다.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세일하는 배추를 찾으니 없다. 직원에게 물으니 “가끔 다른 마트로 착각하고 오는 분이 많다.”면서 다른 마트임을 확인해주신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마트가 2년 전에 다른 곳으로 이전하여 지금은 □□마트로 바뀌었다. ‘앗! 나의 경계?’ 당황스럽다. 스스로 화가 나고 주의심 부족한 일상이 그대로 드러난 나의 현실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조금만 주의심을 갖고 상호를 확인했으면 이런 미안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평소 다니는 마트에 대한 상호를 확실히 인지하지 못하고, 선입관에 빠져 마음대로 결정해 놓고 충동구매를 하려는 나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계였다.
매일 심고 시간에 상시 응용 주의 사항 ‘응용하는 데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할 것이요, 응용하기 전에 응용의 형세를 보아 미리 연마하기를 주의할 것이요….’를 항상 읽고 다짐하면서도 일상생활에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게 된다. 앞으로는 더욱 꼼꼼히 살피고 챙기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마음공부는 소소한 일상에서의 주의심에서 나온다는 것을 오늘 일을 통해 깊이 느끼게 되었다.


에코백과 강아지

글. 정명은 한강교당

저녁을 먹고 단모임이 있어 3층 소법당으로 모였다.
자리에 앉으면서 습관적으로 내 에코백을 대충 툭 던지고 발로 찼다. 그때 경계가 찾아왔다.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이란 말이 떠오른 것이다. 습관적으로 내 주변 사소한 물건들을 막 대하면 나 자신의 마음도 흐트러질 것 같았다. 바로 반성하고 가방을 다시 옆에 가지런히 두었다. 그러다 문득 집에 있는 우리집 강아지가 떠올랐다.
말로만 ‘강아지도 사람과 똑같다. 소중한 가족이다.’라고 하면서, 막상 강아지가 귀찮게 하거나 낑낑대면 나도 모르게 “얘는 어차피 사람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조금 모른 체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은근히 사람과 짐승을 구분 짓던 나의 태도를 돌아보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선방이 끝나고 돌아가면 강아지에게 맛있는 것도 챙겨 주고 부처님 대하듯 경외심을 가지고 대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당신이 행복하기를

글. 홍은명 예비교무·영산선학대학교 4학년

도반들을 대할 때 나도 모르게 상대(相對, 다른 것과의 구분)를 짓고 시비(是非, 옳고 그름)를 나누며 내 주견(主見, 주장되는 의견)에 착(着)하여 그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마다 나는 일단 마음을 멈추고 심지에 요란함이 없는 하나의 자리를 생각해보곤 한다. 그러면 다행히 금세 상대를 짓는 마음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지난 대학생·청년 신성회 훈련 때 모 교무님이 해주신 특강 내용을 전해 들었다. 자꾸 그 말씀이 생각났다. “우리 원불교 ‘개교의 동기’ 속 낙원 세상은 곧 모든 사람,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는 세상이다.”
자연스레 나의 마음 상태와 대조가 되었다. ‘우리는 본래 하나인데, 왜 나는 자꾸만 상대를 짓고 마음을 연하지 못하는 것일까? 내 안에 그들을 위하는 마음, 전체를 위하고 보은(報恩)하고 불공(佛供)하는 마음이 가득 차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마음속으로 조용히 방금 내가 상대심(相對心)을 낸 도반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챙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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