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원불교 출판문화의 산실

원광사 … 70년 세월, 호남 최고 인쇄소로 우뚝

취재. 김아영 기자

부산스러운 인쇄 소리와 함께 진한 잉크 냄새가 퍼진다.
힘찬 기계 소리에 맞춰 인쇄물이 빠른 속도로 쌓이면 제본실의 작업이 시작된다. 책 크기에 맞춰 종이를 자르고 페이지를 맞추고, 접지까지 이루어지고 나면 비로소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 70년 동안 한결같이 이루어진 작업들…. 그렇게 쌓인 인쇄물을 들춰보다 보면 ‘아하!’ 소리가 절로 나온다. <원불교 교전>을 비롯해, 소태산 대종사 사진첩, 전국 교당의 ○○년사, 원로 교무들의 설교집 등을 인쇄해 온 원광사(대표 임규호). 원불교 교리를 세계로 퍼트리기 위해 교단 인쇄출판을 책임져 온 이곳이다.

활자문화를 열다

힘차게 돌아가는 기계 소리와 함께 2층 직원들의 발걸음도 바쁘게 움직인다. 계속해 울리는 영업전화와 힘찬 기계 소리, 그리고 직원들의 활력에서 새로움이 느껴지는데….
“원광사는 정산 종사님의 유시에 의해 원불교의 인쇄출판문화 사업의 특설기관으로 1949년(원기 34)에 설립되었어요. 올해로 70주년을 맞았지요.” 70년의 역사 속, 1949년 원불교 기관지 <원광>을 창간하고, 또 1969년에는 교단의 단행본 간행의 필요를 느끼고 원불교출판사를 발족해 굵직한 출판물들을 제작한 원광사. 그야말로 원불교 출판문화의 산실 역할을 해 온 것인데…. 초대 김홍철 사장을 시작으로 2대 이백철 사장, 3대 조정근 사장, 4대 이광정 사장(현 상사), 5대 이공전 사장이 근무했다는 직원들의 이야기에서는 자부심과 뿌듯함이 묻어난다.
“원광사는 기획에서 편집·인쇄·출력·제본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곳이에요.” 기획에서 납품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쇄소는 호남지역에서도 드물다는데…. “지금의 규모를 갖추기까지는 직원들과 역대 사장님의 혈심혈성 정신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원광사의 역사는 교단의 역사와 비슷해요. 여러 차례 장소를 옮기면서 시설을 확충해 지금을 만들어 낸 거지요.” 원기 83년 11월에 현 사옥을 신축하던 때에는 낮에 인쇄 일을 하던 직원들이 저녁이면 허리 짐을 지고 신축을 도왔단다. 또 ‘저 일만큼은 우리가 가지고 와야겠다.’는 의지로 영업을 했다고.
“기장들이 여기서 일을 배워 큰 언론사 인쇄소로 스카우트 되어 갔어요. 기장들의 교육기관이란 말도 있었지요.” 박정기 사장 때에는 교당 비치용 소태산 대종사 표준진영을 컬러로 제작하기 위해 여러 사진을 붙이고 들어내고, 소태산 대종사를 친견한 어른들에게 확인 작업을 하며 세밀한 과정을 거쳤다. 또 인쇄뿐만 아니라 영상도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비디오카메라를 메고 대산 종사와 좌산 상사를 따라다니며 기록영상을 제작하기도. 소태산 대종사 사진첩과 정산 종사 사진첩, 대산 종사 사진첩도 원불교 역사를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오랜 기간 자료를 발굴해 완성해 낸 것들이다. 심도윤 사장 재직 시에는 집중적인 시설투자로 인쇄의 고급화를 이끌기도 했다.
“원불교 기관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못했을 거예요. 원광사는 인쇄·출판·홍보·문화 등을 통해 원불교 교리이념을 구현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죠. 원불교 출판인쇄 기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요.”

다음 계절을 준비하다

“70년 역사 중에서 지금은 가을이라고 생각해요. 결실을 얻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추수를 잘하지 못하면 겨울이 힘들어지는 준비의 계절인 거지요.”
임규호 사장(교무)의 말처럼, 인터넷을 비롯해 각종 영상물의 발달로 인해 인쇄물이 점차 쇠퇴하는 지금. 원광사도 갈수록 힘든 상황을 맞이하지만 다양한 책 출간과 인쇄의 고급화로 현실을 돌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원불교출판사 뿐만 아니라 원광대학교, 원광보건대학교의 교양교재와 교립학교, 병원 간행물 인쇄를 담당하면서도, 꾸준히 대외적인 영업활동에 정성을 다하고 있는 것. 실제로 대학 앨범 제작을 위해 사진관을 개설해 각 학교의 앨범을 제작하고, 서울에 기획사를 개설하는 등 고비 때마다 지혜를 발휘해왔다.
“지방 인쇄소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게 사실이에요. 디자인을 보는 눈들도 높아졌고요. 그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정에 의지하지 않고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는 거죠.” 이를 위해 꾸준히 인쇄 기계와 제본 기계, 디자인 프로그램 등을 확충해온 이곳. 또한 기획과 디자인의 고급화를 위해 기존 5명의 디자이너 외에도 충원을 계획 중이다.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혈심혈성으로 일하셨던 교무님들과 직원들, 그리고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교단과 원불교출판사의 협조에도 감사하죠.” 직원들에게 원광사는 직장이기 이전에 감사의 자리, 은혜의 자리였다. 다섯 명의 사장을 모셨다는 최덕원 직원이 “원불교 책을 만들면서 늘 즐겁고 행복했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원광사 063)850-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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