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의 방법②

글. 이정근

2. 전신에 힘을 단전에 툭 부리어 일념의 주착도 없이 다만 단전에 기운 주해 있는 것만 대중 잡되, 방심이 되면 그 기운이 풀어지나니 곧 다시 챙겨서 기운 주하기를 잊지 말라.
‘전신에 힘을 단전에 툭 부리라.’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 애를 먹었다.
“정신이 가면 곧 기(氣)가 가고, 정신이 머물면 기(氣)도 머문다. 정신이 이르는 곳이면 기(氣)도 이르지 않는 곳이 없다.” 조선시대 도학자 북창 정렴이 지은 <용호비결(龍虎秘訣)>에 나오는 문구다. 우리는 중요하다고 여기는 곳에 주의를 둔다. 주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기와 의식(마음)의 흐름이 달라진다. 주의를 두는 곳에 기운이 모이는 것이다. 우리 몸은 신기해서 어딘가에 주의를 두면 해당 신체 부위가 이완된다. 기가 모이고 혈액 순환, 산소 순환, 림프 순환, 체액 순환 등이 활발해진다. 손바닥에 집중하면 손바닥이 따뜻해진다. 그러므로 선을 할 때 몸의 기관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긴요한 방법 중 하나다(예를 들어 ‘머리 relax relax relax, 눈 relax relax relax’ 하거나, ‘머리, 머리, 머리… 눈, 눈, 눈’ 하고 의식하면서 주의를 두면 긴장이 자연히 풀어짐).

여기에 더해 단전에 대해서도 많은 이해가 필요하리라 본다. 내가 느껴본 바로 ‘단전’은 우리 몸의 중앙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몸을 움직이면 단전(심단)도 자연히 따라 움직인다. 좌선을 할 때는 온몸과 마음에 긴장을 풀어야만 힘을 몸과 마음의 중앙인 단전으로 모을 수 있다. 일념의 주착이라도 생기는 순간, 몸과 마음의 중심은 그 일념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선을 하려고 몸과 마음을 챙기면 오히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생생해지면서 호흡과 의식, 기운을 빼앗아간다. 그때 의식, 기운, 호흡을 빼앗기면 기운이 풀어지면서 몸도 덩달아 풀어진다. 사심과 잡념은 이 기회를 틈타 침투하고, 육체의 고통(허리와 다리의 저림, 통증, 아픔)과 수마, 심지어는 무기에까지 빠지게 된다.
우리가 선을 시작할 때 호흡을 챙기고 또 챙기는 이유는, 호흡을 통해 기운과 의식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을 할 때 먼저 몸을 바르게 한 후, 마음에 사심과 잡념을 제거하여 몸과 마음에 일호의 긴장이 없게 한 상태에서 각자의 호흡과 기운과 의식이 몸과 마음의 중앙인 단전에 머무르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단전주선이 된다.

나는 선을 하면서 아랫배(단전)에서 따뜻한 기운이 전신으로 서서히 퍼져 나가는 것을 느낄 때도 있었고, 때로는 단전을 중심으로 기운이 온몸에서 서서히 모여드는 것을 느낄 때도 있었으며, 어느 때에는 아주 가볍고 부드러운 천 보자기가 호흡 때마다 한 겹씩 한 겹씩 아랫배에 쌓이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단전에 기운이 단단하게 뭉쳐진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기(氣)수련을 위주로 하는 수행단체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추측된다. 실제 단전주선을 오래 계속하면 아랫배 근육이 발달하여 아랫배가 볼록해지면서 근육이 단단해지는 게 당연한 이치다. 어떤 현상이 일어나든 일어나지 않든, ‘바른 자세로 선을 한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단전이나 몸에 나타나는 현상에 집착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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