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성자가 되어야겠다

‘본래 마음, 본래의 나를 찾으면
내가 할 일도 보이지 않을까?’

글. 구일승

“나도 부처님과 소태산 대종사님 같은 성자가 되어야겠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원불교학과 면접 하루 전날 밤 스스로 했던 다짐이자 발심이었다.
나의 출가에는 어머니의 큰 그림(?)이 있었다. 중학생이 된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TV를 보는데 TV에 하얀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은 교무님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 어머니께서는 “너도 교무님 해보지 않을래?”라는 말씀을 하셨고, 나는 갑작스런 권유에 하지 않을 거라며 다른 방으로 도망을 갔다.
그 무렵부터 그 일을 잊을 만하면 교무님들과 큰어머니를 비롯한 많은 인연들이 출가를 권유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는 할 수 없어!’라던 생각이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변해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장래희망을 쓰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성직자라고 써서 제출을 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내가 왜 장래희망을 성직자라고 썼을까?’라며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고 나의 진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직업 가수를 꿈꿀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더욱 깊어지다 보니 문득 교당을 다니며 들었던 말씀이 생각났다. 법당에 모셔진 일원상이 부처님의 마음이며 나의 본래마음이라는 말씀이었다. ‘본래 마음? 본래의 나? 그렇다면 본래 마음, 본래의 나를 찾으면 내가 할 일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출가를 결심했다.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에 원서를 접수하고 면접을 앞둔 날 밤,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왜 출가를 했냐고 물으면 한 번에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에서야 차분히 출가의 과정을 돌아볼 수 있지만 그때는 누군가 등을 떠밀어서 출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결심은 했지만 자신은 없었다. 밤새 잠을 못 이루며 고민을 하다가 ‘그래! 나의 본래 마음을 찾아서 나도 부처님과 대종사님과 같은 성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어느덧 대학교 대학원 수학과정을 마치고 정식으로 출가를 한 지 8년째. 이제 와서 다시 그 시절을 회상해 보는 것이 참 어색하다. 광주교당, 세종교당을 거쳐 경기인천교구사무국에 근무하면서 출가자로서의 발심을 잊어버리고 내게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한 ‘직업인’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철없고 순수했던 그 시절 그 발심이 아직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진행 중이다. 이제 다시 나에게 묻는다. “일원상과 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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