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용감한 도전

글. 이원조 교무

“왜 그렇게 어려운 길을 택했어요? 한국 교민들을 찾아 교화하지 않고?”
독일 선객이 자신의 집에 초대하며 특별한 배려로 자신의 한국인 친구를 함께 초대했는데, 그 한국인이 우리에게 한 말이다. “말이 안 통하는데 어떻게 교화를 해요?” 오래전 영산선학대 예비교무 유럽 연수로 우리 교당에 온 예비교무의 첫 질문에 “그럼 말이 다 통하는 한국 사람들은 다 교화가 됐나요?”라고 반문했다. 평소에 그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닌데, 오랜 세월 막힌 채 살아온 끝에 터져 나온 울화의 일성일 수 있었다.

예전과는 달리 독일에 거주하려면 일정수준의 언어시험과 사회 전반에 대한 오리엔테어링 코스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모국어로 교화해도 말이 잘 통하지 않아 교화가 어려운데, 뒤늦게 더듬더듬 배워서 하는, 그것도 문법이 아주 복잡하고 어렵기로 유명한 독일어. 그래서 독일 사람들 사이에도 고급언어인지 하급언어인지를 서로 평가하는, 그런 언어를 배워서 가장 심오한 경지의 종교언어로 전달해야 한다는 게 가당찮은 일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화를 해야 했고, 천만다행히 번역된 <원불교 교전>이 있었다.

가톨릭과 기독교가 국교로 지정된 이 나라에서 성직자들은 공무원처럼 국가에서 월급을 받는다. 종교세를 원천징수하는 이 나라에서 우리가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은 원불교수행법에 바탕한 명상프로그램이었다. 쾰른시내와는 달리 보수적이고, 로마의 침공을 받지 않아 자부심을 갖는, 그래서 외국인들이 들어와 정착하기 어려운 지역이어서 우리는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언어를 비롯해 충분한 파악이 되지 않은 채 진행하는 선(禪)프로그램에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요가를 비롯해 기공, 가라데, 검도 등 나름대로 수련을 하던 사람들과 목숨을 연장하고 싶은 암 환자, 명상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그러나 원불교의 수행법은 인과와 생멸의 진리를 알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힘을 갖추도록 함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세미나였다. 일타원 이명희 교무님이 엄청난 모험으로 ‘禪’이라는 글자를 칠판에 크게 써놓고 시작한 첫 세미나는 총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음에도 또 하자.”는 결론으로 마무리 됐다.

그로부터 원불교의 주문, 일상수행의 요법, 신년법문 등 다양한 주제로 횟수를 거듭하면서 10회부터는 본인들이 테마별 원고를 준비하여 발표와 토론을 하며 개념정리를 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기간별 선프로와 불교강좌, 이에 따른 세미나로 진행한다. 앞으로 11~13일까지의 17회 세미나는 일원상의 진리를 주제로 한다. 그 가운데 한 두 사람씩이라도 교법이 조금씩 스며들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때를, 그리고 언젠가 주인노릇을 할 수 있는 법기가 되기를 염원한다. 모국어로 얘기해도 통하기 어려운 일원상의 진리를 전하고자 우리는 매일 독일어 <원불교 교전>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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