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발심으로 끝까지

저 모습이야 말로 우리 마음으로 바로 들어가
세상을 건지는 작업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글. 박예성

저는 부산 해운대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나 모태신앙으로 박예성이라는 법명과 이름을 함께 받았습니다. 대학 시절까지 저는 하고 싶은 것도 다 하고, 놀고 싶으면 놀고, 즐겁게 지냈습니다. 저는 ‘내가 하고 싶은 마음을 존중해주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것이 진실하고 솔직하고 거짓 없는 삶’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대학 졸업과 취업이 다가왔습니다. 취업을 하자니 취업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습니다. ‘이거 안 되겠다. 내 기준을 믿지 못하겠다.’ 그래서 다시 교당을 찾게 되었고 그때 안암교당을 만났습니다. 교당은 제 기준이 틀렸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주었습니다. 청년들은 하고 싶은 것을 참아가면서 공익을 위하여 직접 실행하고 있었고, 교무님이 설법해주시는 원불교의 교법이 바로 그런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교당을 열심히 다녔고, 운 좋게 취업도 했습니다. 교당과 직장 모두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좀 더 깊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 이 생에 내가 진정 고민할 것은 무엇인가.’ 교당에서 훈련을 나면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나서 저는 훈련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교무님과 상담을 했을 때 교무님께서 “네가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은 180도 다르다.”고 하신 말이 계속 걸렸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
법회도 빠지지 않고, 훈련도 빠지지 않고, 3년 정도 시간이 지나자 저는 가장 가치 있는 삶은 성불제중 제생의세이고 내가 이 생에 가장 고민해 볼 문제는 생사문제, 즉 인과와 영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직장과 교당을 열심히 다니는 지금의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이것을 놓아버리고 출가를 하여 더 큰 가치와 행복을 추구해 볼 것인가, 고민되었습니다.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출가를 해서, 과연 내 문제를 해결하고 남에게 빛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래도 점점 강해지는 그 마음을 어쩌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교당에서 서산 이종진 종사님의 반야심경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저 모습이야 말로 진리를 직접 전달해주는 것이고, 우리 마음으로 바로 뚫고 들어가 세상을 건지는 작업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출가를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막연했던 저에게 마치 수평선 너머의 어떤 희망이 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난 기분이었습니다. ‘저거구나. 바로 내 눈앞에서 그 행복한 삶이 펼쳐져 있구나. 여러 교무님들이, 선진님들이, 소태산 대종사께서 본인의 삶으로 그것을 보여주고 계시는구나.’
저의 초발심은 이렇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현실, 능력이나 습관, 업력으로 모자라고 부족한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많이 있다는 것도 또한 느끼고 있습니다. 그 부족한 점을 교법으로 공부하고, 하나하나 채워가는 것. 극복해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초발심을 변질시키지 않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소태산 대종사님 법으로 공부하여 나쁜 습관을 제거하고 업력을 녹여내어 법신불 앞에 부끄럽지 않고 사은에 보은하는 일꾼 되겠습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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