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헌 금강대도 종리학회 회장
‘제대로 실천’해야
 참 종교인
취재. 장지해 편집장

자연스레 부모님이 신앙하는 종교를 이어받아 금강대도(金剛大道) 도인(원불교의 ‘교도’라는 표현과 동일)이 된 그였다.
하지만 어린 시절, 소위 말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종교가 아니다 보니 의문 어린 시선도 종종 받곤 했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왜 우리나라 민족종교와 신종교들은 사회적으로 공인받지 못할까?’ 당시 민족종교나 신종교에 대한 연구가 덜 된 사회적 분위기도 있어서였지만, 덕분에 그는 이를 계기로 신종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 전공으로 윤리교육과를 선택한 후, 동시에 신종교 공부도 시작한 그. 이러한 학문적 관심은 ‘종교학을 전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확장되었고,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에서 1988년에 낸 석사학위논문 <한국신종교의 삼교합일 유형에 관한 연구-금강대도를 중심으로>는 금강대도를 주제로 한 학위논문의 최초 사례가 되었다.
이후 대도의 깊은 사상성과 비전을 사회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는 이재헌 금강대도 종리학회 회장. 그는 현재 윤리 교사로서 교편생활을 하면서, 국내 여러 신종교는 물론 금강대도의 교리학인 ‘종리학’ 연구에 매진한다. 알면 알수록 원불교와 공감되는바 많은 금강대도에는 가화, 남녀평등, 도덕 등 미처 알려지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사상들이 숨어있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 금강대도에 대해 생소한 분들이 많을 텐데요.
“금강대도는 창도주 이승여 선생이 33세 되던 해(1906년)에 스스로 대도를 자각하면서 시작된 우리나라 신종교 중 하나예요. 원불교에서는 정신개벽이라고 하는데, 저희는 도성덕립(道成德立 : 도를 이루어 덕이 섬)이라고 하죠. 신종교 공통 사상인 ‘개벽’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하늘과 땅이 움직인다는 의미로가 아닌, 인간의 도덕성이나 정신이 밝아지는 의미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원불교와 비슷합니다. 또 대부분의 신종교들과는 다르게 분파 없이 하나의 종단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점도 유사해요. 단 차이점이 있다면, 대도는 혈통으로 4대 도주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거죠.”

원불교의 소태산 대종사가 26세에 스스로 대각을 얻은 것처럼, 금강대도의 창도주 이승여 역시 33세 되던 해에 스스로 대도를 자각했다. 1934년 조선총독부 조사에 따르면 당시 신도수 13,000여명으로, 천도교, 보천교에 이어 세 번째의 교세를 가졌던 우리나라 신종교 1세대 중 하나이다.

● 금강대도의 ‘금강’이란 의미가 궁금합니다.
“1대 도주(원불교의 종법사급) 토암 이승여 선생이 금강산에서 태어나서 그렇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 ‘금강’은 절대적인 아름다움 또는 절대적인 단단함에 붙는 단어잖아요. 금강대도의 금강은, 다이아몬드와 같이 단단해서 깨트릴 수 없는 진리라는 의미예요. 사실 사람도 얼굴의 눈코입이 위치한 모습이 꼭 쇠 금(金)자와 닮았고, 몸의 형태는 굳셀 강(剛)자와 딱 들어맞아요. 이 사람의 몸이 그대로 금강체인 거죠.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간이 곧 금강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 건곤부모(乾坤父母)라고 해서, 도주로 남자와 여자를 함께 모시는 점도 특이합니다.
“남녀평등은 대도에서 가장 강조하는 교리 사상 중 하나예요. 토암 선생과 그의 부인 자암 선생이 금강대도를 창도할 때부터 금강도사와 연화도사로 함께 포덕을 했어요. 저희는 신앙 대상으로 하늘의 아버지인 건부(乾父)와 땅의 어머니인 곤모(坤母)를 모시고, 종단 명칭에 있어서도 대외적으로는 금강대도라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금강대도와 연화대도로 양립해 있어요. 이러한 것들이 남녀평등 주의의 자연스러운 사상적 연원이죠.”

● 신종교라고 모두가 남녀평등을 이야기하진 않는데요.
“금강대도 사상의 바탕은 주역적 세계관이에요. 건계와 곤계에서 시작을 하기 때문에 ‘건곤부모’예요. 건곤부모 사상은 주역적 사상을 종교적으로 승화시킨 거죠. 선천시대 성인들은 부처님도, 예수님도, 노자님도 모두 남자였어요. 그런데 금강대도에서는 ‘건곤부모가 오셨다.’고 해요. ‘어머니 성인이 오셨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죠.”

전통적으로 아버지는 대체로 높고 어려운 존재였던 반면, 어머니는 자손들과 가깝고 친근한 존재로 인식된다. 이에 비유해 ‘선천시대의 모든 종교들은 신을 높이고 인간을 낮추는 종교였다면, 후천시대의 종교는 어머니가 오심으로 인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 자녀들(중생)이 모두 하나가 되어 평등한 살아있는 낙원이 될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말. 하지만 ‘남존여비’가 ‘여존남비’로 바뀐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성은 자애로움과 따뜻함으로 모두를 화합시키기 때문에, 또 다른 위와 아래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평등’해 진다는 것.

● 원불교도 그렇고 금강대도도 삼교(유·불·선)합일이 기반이던데요, 이건 당시 시대 흐름과도 관련이 있나요?
“사실 삼교 합일주의는 역사가 오래 됐어요. 중국으로부터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도 삼교합일 성격을 띠고 있었고, 더 거슬러 가보면 명나라 때부터 유불선 합일주의가 굉장히 발전을 했죠. 역사적으로는 그렇지만, 사실 일반 민중들에게는 유교나 도교나 불교나 별 차이가 없어요. 어떤 종교든 나에게 복을 주는 거면 되니까요.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신종교들도 당시 민중들을 상대로 하기 위해 자연히 유불선 합일주의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돼요.”

● 요즘 금강대도의 주력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지금까지의 금강대도는 주로 한문 문화권이었어요. 1대 도주님이 직접 구술한 것을 정리한 <대성경>이라는 경전도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죠. 한문이 어떤 면에서는 깊이가 있지만, 요즘 세대들에게 다가가기는 쉽지 않아서, 한글 번역과 재편집 등의 작업을 하고 있어요. 또 1999년부터는 금강대도의 교리학을 신앙과 학문을 겸비하자는 뜻의 ‘종리학(宗理學)’이라고 이름 짓고, 종리학회와 여러 외부 학회 활동들을 통해 교리학 연구를 해나가고 있어요.”

금강대도에는 출·재가의 개념이 특별히 없다. 남자는 금강도인, 여자는 연화도인으로 불리고, 도직(道職)을 두어 개화사, 강법사, 교화사, 선도사, 선덕사 등의 직책을 전 도인에게 부여하여 포교의 임무를 맡게 한다. 물론 앞으로는 전문 인력 양성에 더욱 공들여 갈 계획이라고.

● 현 시대에 종교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여러 신종교 교조들이 창교 할 때 가진 문제의식이 있을 텐데, 토암 선생의 문제의식은 ‘도덕’이었어요. 천지의 도를 물려받아서 인간도 천지와 나란히 설 수 있는 덕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의 ‘도덕’이죠. 도덕은 참 쉬우면서도 어렵고, 또 따분해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걸 한마디로 표현하면 착할 선(善)자 ‘선’이에요. 모든 성인들의 가르침은 결국 이 한 글자로 귀결이 되죠. 인간이 하늘로부터 타고난 착한 본성을 되찾도록 해주는 역할, 그걸 해야죠.”

● 종교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습니다.
“역시 종교인의 사명은 중생 구제에 있어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종교와 종교인이 있는 거지, 종교나 종교인을 위해 중생들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걸 잃어버리면 안 돼요. 종교 자체에는 옳고 그름이 없지만, 종교인들이 교조의 가르침대로 실천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옳고 그름이 생겨요.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해야 참 종교인이죠. 중생들을 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너희들이 우릴 안 찾아오면 안 된다.’는 권위적인 태도로 대하기보다는 종교가, 종교인이, 중생들을 ‘찾아가야’ 해요. 수백 수천 년 동안 쌓아온 틀만 고집할 게 아니라 문화적인 형태로 풀어서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야죠.”

세상이 타락하고 밝지 못한 원인이 종교인들에게 있다고 본 토암은 당시 ‘유가의 무리들은 글만 읽고 실행이 없고, 불가의 무리들은 의심만 하고 실제 자비한 마음이 없고, 선가의 무리들은 기괴한 것만 숭상하고 수련하는 공부가 없다.’고 표현했다. 종교인들이 종교인답지 못한 세태를 꼬집은 말이다.

● 가정의 역할이 무너지면서 많은 문제가 생기는 요즘 시대에 금강대도의 ‘가화’ 사상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람이 어릴 때는 엄마와 아빠를 찾잖아요? 마찬가지예요. 이 우주를 주재하는 분도 사실 어려운 존재가 아니라, 부모님이에요. 가정에도 부모님이 있지만 나라에도 부모님이 있고, 우주에도 부모님이 있어요. 저희 계율에 실행십조가 있는데 첫 번째가 경천지, 하늘과 땅을 공경하라는 거예요. 두 번째는 예불종(부처님께 예를 올리는 것), 세 번째는 봉조선(조상님을 받드는 것), 네 번째는 효상친(부모님께 효도하는 것), 다섯 번째는 수국법(나라의 법을 지키는 것), 여섯 번째는 중사전(스승님을 높이는 것) … 이런 식인데, 왜 이렇게 이야기 하냐면 이 모든 게 다 하나로 통하기 때문이죠. 작게 보면 우리 가정이지만 키우면 그게 나라도 되고 우주도 돼요. 가화라는 사상은, ‘가화만사성’에 들어가는 의미의 ‘가정의 화목’부터 시작해서 전 우주적인 평화까지 다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개념이에요.”

실제로 금강대도의 ‘가화성도(家和成道 : 가족이 화목함으로 도를 이룸으로써 신선과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뜻)’는 인성교육의 대안으로써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현대인들이 새겨야 할 메시지를 전해주세요. “덕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남아 있으며, 악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재앙이 남아 있다는 뜻의 ‘적덕지가 필유여경 적악지가 필유여앙(積德之家 必有餘慶 積惡之家 必有餘殃)’이라는 말을 새기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착해야 한다는 거죠. 당장은 안 보이는 것 같아도 봄이 되면 동산에 풀이 조금씩 자라는 것처럼 덕을 쌓으면 경사가 찾아오고, 무성했던 초목이 어느 순간 시들어 버리는 것처럼 악을 쌓으면 재앙도 반드시 찾아와요.”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