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전무출신의
삶과 보람

● 기간제 여성교무 1호의 체험
 최화운 | 교무·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
● 수도인의 삶
 김기원 | 교무·태안교당
● 법동지와 함께 하는 삶
 성종인 | 교무·둥지골청소년훈련원
● 나의 버킷리스트와 원불교 출가
 강석준 | 교무·원광제약
● 모두가 한 지붕 아래
 이수빈 | 교무·리치몬드교당

기간제 여성교무 1호의 체험

원기 100년, 교무고시에 합격하고 출가식을 함으로써 교무품과의 전무출신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기간제 여성교무 1호가 되었고, 한국의 여성교무로는 첫 번째의 사복을 입는 교무가 되어서 올해로 4년 차의 기간제 3급 교무로 살고 있다.
기간제 교무 자체가 교단 안에서는 아직 매우 이질적인 존재인데, 주례를 할 때 외에는 사복을 입고 생활하는 여성 기간제 교무는 좀 더 생소한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여성교무들의 검정 치마 흰 저고리에 쪽진 머리가 익숙한 현재의 원불교 문화 속에서 사복을 입고 교무 최화운이라고 인사드리면 잠시 후 “교무였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씀하시는 원로교무님도 계시고, 교무님이나 교도님들 중에는 “선생, 언니, 화운 씨.” 하고 부르는 분들도 있다. 사복을 입기는 하지만 내가 사회 속에서 자유롭게 입었던 사복과는 좀 거리가 있다. 원불교 문화에서 무난하게 수용될 디자인과 색상이어야 한다. 그나마도 기간제 교무를 처음 접하는 교무님이나 교도들은 몹시 낯설어하고 당황스러워하며 ‘교무’라고 호칭하는 것을 멈칫거리기도 한다. 더구나 나이는 60이 넘었지만 3급 교무인 관계로 15년 내지 20년 정도의 나이 차가 나는 젊은 3급 교무님들과 만나면, 본인들이 먼저 출가했기 때문인지 같은 3급 교무이기보다는, 본인들이 가르쳐야 하는 후배쯤으로 대접하는 경우들도 접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무슨 대수랴! 재가·출가가 둘이 아니라 하셨지만 전무출신하겠다고 서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이 생(生)에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때때로 공부나 수행에서 ‘재가교도였을 때보다 현재 삶에서 뭐가 더 달라졌지? 더 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 있지?’ 하고 생각할 때도 가끔씩 있다. 재가교도였을 때보다 더 잘하는 것은 없는 것 같은데 다만 교무로서, 전무출신으로서 살고 있다는 것이 달라졌다. 비록 정해진 기간이지만.
새벽 좌선이나 기도에 가끔 게으름이 날 때는 ‘나는 출가자요 대종사님 제자’임을 되새기면서 재가교도였을 때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스스로 독려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근무했을 때나 지금의 요양원에서 내가 만나는 대상자들께, 그리고 나를 필요로 하는 분들께, 교무로서 내게 맡겨진 소명을 다해 염불도 함께 하고 혹은 심고도 올려드릴 수 있다는 것이 기간제 교무로서 가지는 보람이라면 큰 보람일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여기에서의 만남이 그분들께, 소태산 대종사님 교법을 실천하는 우리 기관에 와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영생길을 개척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돌봄을 하고, 만남을 열어가는 것이 간호사인 교무로서 내가 날마다 사는 삶이다. 더구나 임종을 앞두고 있는 분들께는 좀 더 자연스럽게 생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서 또 교무로서의 직분에 감사한다.
지금은 출가의 길에서 더욱 분발하여 공부하며 직분에 맞게 살고, 은퇴 이후에는 또 재가의 길에서 소태산 대종사님의 교법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 것이다. 그 두 모습이 그저 하나의 선상에서 자연스럽게 걷다가 이 생 뿐 아니라 영생에 걸쳐서 대종사님의 법통제자 되고, 낙원세상 만드는데 기여하는 삶이 되기를 염원하며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준비한다.

수도인의 삶

이른 새벽 법당에 앉아 아침 좌선을 하다 보면 참새들의 지저귐과 하나가 됩니다. 태안교당에는 참새들이 참으로 많아서 정원의 매화꽃에도, 사철나무에도, 개나리꽃 숲속에도 참새들이 모여 있습니다. 근처를 지나가도 새들은 그냥 지저귈 뿐 소리를 멈추지도 날아가지도 않습니다. 나도 초목처럼 자연과같이 지내다 보니 나를 목석으로 보는가 봅니다. 봄날의 따스함과 참새들과 함께 시작하는 수도인의 일과는 하루를 너무 짧게 만듭니다.
수도인의 일과는 작년에 만덕산훈련원에 근무할 때에 단장·중앙 훈련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이기도 하였지만, 이젠 실제로 나의 살아가는 모습으로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대산 종사께서 말씀하신 ‘수도인의 세 가지 일과’로 아침에는 좌선하고 기도하며, 낮에는 보은생활, 저녁은 염불하고 참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정년퇴임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고심하였습니다. 길을 찾다 보니 앞서 살아오신 어른들이 퇴임 후, 종교 생활과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삶의 만족도가 제일 높은 것을 보면서, 나도 동감하였고 그렇게 살아 보았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만족을 주는 봉사활동들은 전문성을 필요로 했습니다. 특수 기술 분야 일로 살아온 그 경력과 경험은 봉사활동에서 수요가 없었고, 사회복지사 2급 자격을 취득하였으나 봉사의 바탕만 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종교 생활도 남들과 함께 교리를 빨리 배워야 하였기에 원디대 원불교학과에 입학하여 공부하던 중 기간제 전무출신 제도를 알게 되어서 지원하였습니다.
기간제 전무출신으로 수학하던 영산에서의 선원생활은 나만의 오롯한 삶을 살았던 시절이라 기억됩니다. 성지의 기운으로 경계에 끌리지 않는 힘이 나와 함께 하였던 것 같습니다. 옥녀봉의 아침은 아름답게 안개가 휘감겨서 동양화에 그려지는 신선도와 같았으며, 안개 속의 연꽃 방죽은 무릉도원으로 생각되곤 하였습니다.
영산의 선원생활은 수업기간에는 학생들과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하지만, 여름과 겨울방학에는 한 학기씩을 더하여 1년에 4학기 수업을 받았습니다. 방학 기간에는 대학법당에서 일요법회의 설교, 주례, 사회를 진행하면서, 법회에 참석한 원로교무님과 교도님들께 어설픈 것 같아서 죄송하기도 하였지만 준비에 정성을 모으고 최선을 다하려 하였습니다.
재가교도의 위치에서 살아오면서 배우고 익힌 공부를 바탕으로, 전무출신 전문과정으로 심도있는 공부와 훈련으로 이어지는 기간제 전무출신 선원생활은 많은 깨달음을 얻게 하였습니다. 생활과 접목하고 막연하게 알던 것을 정확하게 배우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선원 공부는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마음에 다가오는 공부를 열심히 하였지만 고시 준비 기간은 많이 달랐습니다. 고시 전 4개월은 오로지 체력유지를 위해 먹는 일, 맑은 머리를 위하여 자는 일, 공부하는 일로 하루 일과가 세 가지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주말은 쉬는 날이 아니라 월요일에 있을 모의고사시험 준비로 공부만 하여야 하는 날이었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출가 2년 만에 태안교당 주임교무로 일하면서 이렇게 건재함은 그때 그렇게 먹은 보약의 효과임을 잘 알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왜! 이제야 태안교당에 부임하여 왔느냐?”는 부회장님의 불평도 너무나 감사합니다.

법동지와
함께 하는 삶

늦깎이 출가로 영생의 행복자가 되고, 인생의 가치와 희망을 키워내고자 전무출신의 길에 들어선 지 4년이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세상 속에서 가치 있는 삶을 살려고 했지만 나만의 안위와 욕심에 허덕인 부나비 인생이었다. 때때로 부끄럽지 않게 사는지, 민폐가 되지 않는지 조심하며 살고 있다. 어느덧 내 마음은 프로그램이 엉킨 PC를 포맷하고 폴더와 파일을 각각의 위치로 잘 넣은 것처럼 개운하다. 어느 유행가에서 ‘다시 돌아가라 하면 나는 못가네…’라고 노래한 가사가 생각난다.
출가의 길이 쉽지만은 않다. 넓은 둥지골훈련원에서 교도훈련, 도량관리, 청소를 온종일 하다보면, “영육쌍전, 이사병행이 참으로 어렵구나.”를 몸으로 실감한다. 나의 출가서원이 “영생의 보은자가 되자.”인데, 말이 쉽지 희생 없이 그냥 와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가장 보람 있는 시간은 교도훈련이다. 교도훈련을 진행하면 ‘내 마음을 따라 세상이 낙원도 되고, 지옥도 된다.’에 모두 공감한다. 나는 이 세상을 낙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즐거워야 하고 웃음꽃을 잃지 말자.”고 교도님들께 강조한다. 훈련을 시키려면 결국 스스로 실행하고 경험해야 하기에 매일의 일과에서 상시응용 주의사항 6조를 대조한다.
라피크(Rafik)는 ‘먼 길을 함께 하라.’는 뜻을 가진 아랍어이다. 우리에겐 동반자, 도반이라는 멋진 말이 있다. 나는 ‘법동지’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끌어주고, 안아주고, 밀어주고, 함께하는 법동지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둥지골의 생활은 공부와 사업의 치열한 현장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나태해지기 쉬운 공부심은 문답감정과 일과준수로 행복하게 채워간다. 
근무하는 둥지골훈련원이 스승님들의 경륜과 포부를 크게 드러내는 대훈련장이 되도록 매일 아침 기도한다. 교도훈련, 국민훈련, 인류훈련을 하는 마음공부의 터전, 힘들고 지친 영혼들이 위로받는 곳, 그 한 사람을 귀히 여기는 조불 도량으로 성장시키고 지켜나갈 것을 서원한다. 
영겁의 길목에서 만난 우리들! 하나의 서원으로 일원상을 바라보며 살아온 우리 선·후진 법동지들이 한없이 자랑스럽고 귀하게 여겨진다.
바둑판 위에는 361개의 교차로가 있다. 우리의 삶도 매번 선택을 강요하는 교차로 인생과 다르지 않다. 선택의 방향 따라 행과 불행, 고와 낙,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늦은 나이에 선택한 나의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때때로 자문해본다. 
어려운 현장 여건, 기간제라는 선입견 등 녹록지 않은 현실이 있다. 진리와의 약속, 자신과의 약속에 충실하면 이 모든 걸 녹여낼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님의 본의만을 생각하고 백척간두 진일보하는 용기 있는 심통 제자들과 함께 이 길을 걸어가자고 기꺼이 손 내밀고 싶다.

나의 버킷리스트와
원불교 출가

지난 3월 17일에 서울 국제 동아마라톤에 다녀왔다. 가족들과 친구들의 응원 속에 27km를 지나고 35km까지는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37km 지점에서 왼쪽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맴돈 생각은, ‘지금 시간이 괴롭다고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지 못하게 되면, 공부심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었다.  청정주를 외우면서 끝까지 달려 31번째 완주를 달성하였다. 마라톤은 원불교 출가와 함께 나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고 지금도 출가 생활을 지탱해주는 좋은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내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게 된 동기는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이 주연을 한 영화를 본 것이 계기다. 시한부 삶을 판정받은 두 주인공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만들고 그것을 하나씩 이루어가는 이야기인데, 모든 사람이 이들처럼 유한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것을 실현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알기 위해서는 나의 가치관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나 많은 생각을 한 후에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였다. 이 목록 안에 ‘마라톤 참석하기’와 ‘출가하여 교무님 되기’ 등이 들어 있었고, 지금까지 이 목록의 90%는 달성이 된 것 같다.
원불교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같은 직장 선배가 자신의 교당에 놀러 가보자고 한 것이 계기였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선배의 권유라 쉽게 따라 갈 수 있었고, 처음 가본 교당인데도 분위기가 낯설지 않았다. 선물로 받은 <원불교 교전>을 읽어 보니 나의 평소 가치관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그 후 집에서 가까운 중곡교당으로 옮겨서, 서울 시민 선방과 수요 교사 공부방을 나가면서 공부심을 키워 갈 수 있었다. 그 힘으로 상사나 동료, 거래선과 부딪치는 수많은 경계들을 교법에 대조하면서 생활하였다. 특히 동료와 갈등이 있을 때 ‘미운 사람 봐 주는 것이 참 공부다.’라는 법문으로 마음을 돌려 해결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2016년 6월에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같은 해 7월부터 영산선학대학교에서 1년 반 동안 공부를 한 후 출가를 하였다. 제약회사에서 근무한 30여 년의 경험과, 원불교 출가자로서의 특별한 이력을 살려 교단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원광제약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사회 경험을 살려 빠른 성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지만, 사회와는 다른 정서가 느껴졌다. 요즘에는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좀 더 주변과 소통하고 공부심을 더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범적인 출가 생활을 보여주어야만 기간제 전무출신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매슬로우라는 학자는 욕구 5단계 설을 통하여 인간의 욕구는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서 시작하여, 안정, 소속, 인정, 자아실현으로 욕구가 점차 올라간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자아실현의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라면, 성불제중 제생의세의 서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버킷리스트에  ‘원광제약 활성화를 통하여 교단 경제 자립에 기여’라는 항목을 추가하였고,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서투른 날갯짓을 계속하고 있다.

모두가 한 지붕 아래

모든 것은 바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 안에 일으킬 것도 바람이요, 잠재울 것도 바람이요, 이용해야 할 것도 바람이라면, 그 일으킬 것은 신·분·의·성의 바람이요, 잠재울 것은 나의 모든 상들로 인하여 일어나는 삼독심의 바람이요, 이용해야 할 것은 우리회상의 도덕의 바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내 안의 바람으로 인하여 기간제 교무로 출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일원의 종자가 싹이 터서 커나가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한 사람입니다. 소수민족이 강대국의 시민들을 향하여 불법을 전하려 할 때 그 바람의 힘은 좀 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첫째로 자신의 수행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만이 그런 바람의 힘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수행인이자 공부인으로서 하루의 일과를 지키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새삼 느꼈습니다.
저는 리치몬드교당으로 발령을 받고 현재 1년 4개월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해외교화를 위해서는 모든 교무님들이 세계 공통 언어를 타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출가하면서 영어를 학교에서부터 잘 배우고 구사할 수 있도록 필수과목이 되었으면 합니다. 영어가 가능하면 용기가 생깁니다. 하지만 영어를 모르면 어디를 가든지 우리는 이방인이 되어버립니다. 특히 우리 교법의 정확한 영어 전달력은 큰 용트림의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교무님들은 명상(선)에서 만큼은 몸에 체화가 되고 프로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신수양의 방법으로 명상(선)을 강조하면서 정작 우리는 아마추어로 ‘무시선 무처선’만 강조한다면 가면속의 가려진 두 얼굴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집심공부로부터 출발하여 능심이 되도록 생활 속에 힘을 갖춘 수양인이 되고자 저부터 충실히 일과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물어보지 않아도 복장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는 ‘생활 속의 원불교 교무님의 복장’ 선택을 말하고 싶습니다. 옷차림으로 인하여 나를 세속에 감추어 버리는, 그래서 누가 보든 안보든 상관하지 않는 평상복의 수행자라면 출가의 의미가 희석되지 않을까요? 정복은 의식 때, 생활 속에선 예를 갖춘 복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기간제 교무의 기간이 끝나면 다시 본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먼저 앞섭니다. 하지만, 세상은 괴로운 고로 시작하여 이해로 풀어나가며, 그 이해가 해탈로 이어지는 불법의 지혜로 리치몬드교당은 미국인들에게 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 불법이 무엇인지 모르는 현지인의 반응과 아시아인이 뜸한 이곳에서 한 발자국씩 내디딜 때마다 불모지의 황폐함을 느끼지만, 모두가 한 지붕 아래라는 마음으로 일원의 종자를 심고 열매를 맺기 위하여 기도와 수양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늦게나마 출가인으로 새롭게 불법을 배우고 연마하며 실천하고 또한 교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해나가고자 합니다. 그것이 저의 보람입니다. 나태해지기 쉬운 육신에 끌리지 않고 유와 무를 지극하게 돌리고 돌리면 일원의 핵이 만들어지리라는 희망으로 기간제 교무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다종교 국가인 미국에서 원불교의 은혜 사상 꽃을 피울 수 있다면 전 세계의 정신적 종교 사상이 되리라는 믿음과 희망으로 오늘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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