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넘어, 지역과 함께
밀양교당

볕 좋은 토요일 오후.
푸른 밀양교당 잔디밭에 붉은 천막이 쳐지고, 맛있는 국수 냄새와 교도들의 안내에 이끌려 지역주민들이 교당 문턱을 넘는다. “이 동네 살면서 교당에는 처음 들어와 보네.”라던 한 주민은 이참에 법당도 둘러본다. 지난주에 대각나눔국수를 먹은 택배기사도 교무에게 반갑게 아는 체 하는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밀양교당(교무 조원행)이다.

대각국수 나눔잔치
“대각의 달 4월을 맞아, 대각국수 나눔잔치를 5주 동안 진행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적으면 어떡하냐.’는 교도들의 걱정과 달리, 매주 숫자가 늘어나 3주째에는 70여 명의 주민들이 다녀갔다. 덕분에 주민들과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게 된 것은 물론 교도들의 자신감도 매주 높아지고 있다고. 교도들이 나눔잔치 준비를 위해 부산 사상교당으로 벤치마킹까지 다녀왔다며 웃어 보인다. “같은 동네 살면서도 교당에 처음 들어와 본다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이 교당마당에서 국수를 드시고 있으니, 신기하지요. 노력한 만큼 호응이 있어서 재밌어요.” 지역의 높은 벽을 넘기 위해 정성은 기본이고, 꾸준히 무언가를 나누어야 한다는 밀양교당. 하반기에도 국수나눔을 기획 중인데…. 조원행 교무가 오늘도 수차례 문의전화가 온 요가교실(천천히 쉼요가)과 탁구교실도 마찬가지라 말한다.
“화·수·목요일에 요가교실을 열고 지역주민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저녁반은 교도들보다 일반회원들의 숫자가 더 많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 돼요.” 수업 이후 차 한잔을 하며 삶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교리 이야기가 묻어나고, 자연스레 법회에 대한 질문도 받게 되더라는 것. 탁구교실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교무님 포함 5명이 급결성해 총부대회에 출전한 게 계기가 되었는데, 지금은 회원수가 15명이나 돼요. 문은 항상 열려있어요.” 총부대회에서 ‘신나게 지고’ 왔지만, 즐겁게 화합할 수 있어 좋았다는 교도들. 올해 가을 대회를 목표로 매주 두 번씩 연습하다보니, 언제 어디서 소문이 났는지 일반회원도 생기고, 실력도 일취월장했단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모든 일을 우리가 즐겁고 행복하게 해야 하는 거더라고요. 화합인 거죠.” 탁구교실과 요가교실의 시작은 조 교무였지만, 신명나게 판을 벌인 건 교도들이었다. 국수나눔도, 장을 보고, 육수를 내고, 삶고, 홍보하는 팀이 자연스레 나누어 합을 맞추는 것. “밀양교당은 분위기가 좋다.”는 조 교무의 말처럼 행사 내내, 운동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 야트막한(얕은) 교당 문턱도 더 낮춰야지요. 지역과 교류하고 호흡하려면 우리가 일을 더 많이 해야 하고요. 그러다 보면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인연이 닿지 않겠어요?”

세세한 교도관리
“40여 년 전, 원우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교당을 신축하고 후원했다.”는 원로교도 최주은 씨의 말에, 교도들이 “어른들이 교당의 버팀목으로서 젊은 사람들을 밀어주고, 젊은 사람들은 주인 정신으로 교당 일을 하는 것이 우리의 큰 자산이자 보물이다.”라고 말을 잇는다. “목요공부방은 박혜원 원무와 교도들이 주인이 되어 10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걸요. 마음공부를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해 이해도 깊어졌어요.” 공동유무념과 법회 강연까지…. 어르신들이 밀양교당 60년의 토대를 세우고, 젊은 사람들이 뒤를 이어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 최영환 교도회장은 여기에 ‘교무님의 열정’도 빠질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출석교도, 결석교도 뿐만 아니라 순교, 전화순교, 4축2재, 제사, 월초기도 교도 등으로 리스트를 세세하게 나누어 그에 맞게 관리하고 있다는 게 조 교무의 전언이다.
“월초기도 때는, 기도하시는 분의 연원을 조사해서 그 연원들에게 ‘밀양교당에서 당신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내요. 내 부모, 내 형제가 나를 위해 정성으로 기도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것이죠.” 답장은 그 중 10% 남짓이지만, 공도자숭배 뿐 아니라 내 부모, 형제의 종교를 인지시키고 존중하는 역할도 하는 것. 조 교무가 “후손의 종교가 달라 교도님의 천도재를 못 지내고 보내드렸던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가을에는 법랍 50년이 되는 교도들의 50주년법회를 열어, 가족들에게 ‘부모님이 원불교에서 이런 분’이라는 걸 알릴 계획도 가지고 있단다.
“이런 식으로 관리 교도 목록에 한 부분이 또 생겨나는 거죠.” 이렇게 노력해 나가다 보면 어느 인연에서 꽃이 활짝 피지 않겠느냐는 그들. 이날도 주민들과 웃고 이야기 나누다 보니, 정성스레 끓인 국수가 벌써 바닥을 보인다. 교당의 열린 문 사이로, 봄의 녹음이 가득하다.  
밀양교당 055)354-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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