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가 그곳에 간 까닭?

글. 이원조 교무

12년 전 독일에 부임할 때, 종법사님께서 <달마가 서양으로 간 까닭>이라는 책을 주셨다. 당시에도 유럽의 명상단체들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어서 떼제공동체나 자두마을 등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영성단체들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탈종교 시대의 새로운 연구대상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겔러 뮐레에서 원불교선센터 문을 열자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요가를 하던 사람들, 기공을 하거나, 일본무술, 검도 등과 그 외에 건강이 안 좋은 사람도 오고, 때로는 예고 없이 정신요양시설에서 10여 명이 오기도 했다. 그런 한편 “달라이 라마가 독일 방문을 한다.”며 함께 가보자거나, 불교회관을 가보라는 권유도 받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는 ‘다른 곳이 어떻게 운영되느냐?’보다 ‘우리 도량을 어떻게 해야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법도량, 공익도량이 될 수 있을까?’였다. 더욱이 지어진 지 150년이 된 건물에 오랜 세월 관리되지 않던 도량을 한 자락씩 개벽시키며 “원불교가 들어서면 도량이 개벽 되는데, 도량 개벽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을 개벽시키는데 있음”을 마음에 새기며 미래를 위한 그물을 짜기 시작했다.

낯선 땅에 느닷없이 날아든 씨앗이 어디라도 자릴 잡고 진득하게 있어야 그나마 뿌리를 내리지, 다른 것들이 궁금하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면, 어느 세월에 뿌릴 내릴까 싶어서다. 그리고 한편으론 스쳐 가는 바람결에 남겨진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지역사회 축제에 참여하며 원불교의 이미지를 알리다 보니, 오히려 궁금해서 찾아와보는 사람들도 있고 교류를 원하는 단체들도 생기고 있다.
지난 4월 12일에는 이웃동네의 가톨릭여성회 창립 100주년 행사에 다녀왔다. 지난해 여름 ‘가톨릭여성회’라며 우리를 방문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 교당을 답사하고 기본 친교를 가졌다. 그 후 약속한 날짜에 그룹 내에서 관심있는 회원들이 10여 명 방문한 이후 자신들의 행사에 우리를 초대한 것이다. 행사의 주 내용은 40명 가량의 이웃교회에서 온 합창대가 떼제공동체에서 진행하는 기도음악회로, 한 사람이 기도문을 읽고 전체가 묵상기도를 하고, “키리에, 엘레이손(자비송)”처럼 짧고 간단한 가사가 붙은 곡을 반복하여 부르는 단순한 방식으로, 공연자와 청중이 함께 기도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교회의 내부는 극히 단순한 구조와 청결한 분위기, 불기운이라고는 없는 차가운 교회에서 이 영성단체의 기본 에너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점은 다양한 타 영성단체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학력시대에 개개인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종교에 소속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물질만능으로 인한 인류의 피폐는 머지않아 30% 이상이 정신적으로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이 된다고 한다. 다양한 영성단체를 통해 ‘힐링’을 하려하지만, 일시적 휴식은 될지언정 본래의 자기를 회복하고 관리하도록 이끌어주고 안내해주는 곳은 어디일까? 이러한 시대에 소태산 대종사의 개벽사상은 얼마나 합리적이며 확실한 비전인가! 어쩌면 많은 원불교인들이 멀리 창밖으로 보이는 타인의 창에 켜진 불을 보며 정작 자신의 집안에 불을 밝히고 가족을 비롯해 소중한 주변 사람들과 빛을 나누는 일에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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