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의 지혜
 
글. 노태형 편집인

‘맞는 것은 맞고 아닌 것은 아니다.’
이 명제는 참 단순하면서 명쾌하다. 하지만 이 명쾌함은 간혹 함정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 어느 것도 늘 맞을 수가 없고, 또 그 어느 것도 늘 아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뱀의 독이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또 이 독이 사람을 치유하는 효과를 낳기도 하는 것처럼. 그러기에 ‘맞는 것은 맞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 간혹 맞는 것은 아닌 것이 될 수 있고, 아닌 것이 맞는 것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맞음(긍정)’과 ‘아님(부정)’이 시기와 상황에 의해 확장되고 포용의 그릇에 담기면 비로소, ‘맞는 것은 맞고 아닌 것은 아닌’ 적정의 지혜로 빛날 것이다.
물질문명의 변화가 급속 해지면서 어느 조직이든 ‘혁신’이 화두가 되고 있다.
냉정하게 ‘구조조정’의 칼날을 적절히 들이댄 조직은 살아남았다 하고, 어물쩍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다가 기회를 놓치게 되면 어느 순간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게 지금 시대다. 그러다 보니 간혹 사람들은 혁신을 도깨비방망이쯤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엄밀히 살펴보면 혁신이란 것 역시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반영한 또 다른 ‘정상화’와 다르지 않다.
참 어려운 시기다. 종교들이 다 어렵다고 한다.
이제 대중들의 지혜가 날카로워 종교인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지도 오래됐다. 합리적이지 못한 일방적 가르침에는 대중들이 금방 식상해 하며 자리를 뜬다. 그러다 보니 종교 관계자들의 말속에도 이 핑계 저 핑계가 난무하며 적확한 해답이 궁색해 당황스러워 한다. 시대가 워낙 복잡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또는 자기의 일방적 생각을 강요하며 현란한 말로 정신을 어지럽혀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자본의 시녀가 되었다는 비판이 날을 세우는 이유다.
지금이,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때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소태산의 말씀에는 정신 차림을 강조하는 회초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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