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불청객,
알레르기 결막염

글. 이가영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즈음이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알레르기 질환이다. 코와 기관지의 점막에서 공기를 통해 들어온 외부 알레르기 물질에 의해 알레르기 염증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기전으로, 눈의 결막에도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결막(일반적으로 말하는 흰자)은 혈관과 림프조직이 풍부하여 눈의 면역기능에 관여하고, 눈 깜빡임과 눈물의 세척, 희석 등으로 외부 유해한 자극에 대해 눈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풍부한 림프조직 때문에, 외부의 항원(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결막의 면역세포 등이 반응하면 과민반응이 생길 수 있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눈의 결막에 접촉하여 알레르기성 염증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알레르기 결막염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대기 중 미세먼지가 증가하면서 과거 알레르기 결막염의 특징인 계절 분포(특히 환절기, 일교차 큰 날씨에 빈도 증가)와 달리 연중 수시로 증상이 발현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눈이나 눈꺼풀의 가려움증, 끈적거리는 하얀 눈곱, 결막의 충혈, 눈의 화끈거림, 눈물 흘림 같은 증상이 있다. 그 외에도 결막이 젤리처럼 부풀어 오르거나, 눈꺼풀이 붓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비교적 증상이 경미한 ‘계절 또는 통년 알레르기결막염’, 아토피피부염과 동반되는 ‘아토피각결막염’, 주로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봄철각결막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아토피각결막염이나 봄철각결막염은 결막뿐만 아니라 각막까지 침범하여 시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알레르기 체질로 인한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치료는 아직 없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회피 요법)이지만, 알레르기 질환은 정확한 항원을 찾는 게 쉽지 않은 경우도 많아 대게 증상 조절에 중점을 둔다.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질환의 병리와 예후에 대해 알고, 예방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것이다. 만약 가려운 증상이 이미 시작됐다면 가려움증 해소를 위해 얼음을 천에 싸서 눈에 얼음찜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때 대략 3분 정도로 하루에 4~6회 나눠서 하는 게 좋다. 가렵다고 손으로 눈을 비빈다든지 소금물로 눈을 씻는 것은 결막부종 및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증상 조절에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항히스타민 성분의 안약을 점안하는 것이다. 증상이 심할 경우엔 의사의 판단하에 스테로이드 안약 점안 치료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인공 눈물 안약을 항히스타민 안약과 함께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공눈물은 결막에 있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세척하고, 희석해주는 역할을 해주어 가려움증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잊지 말고 함께 점안해야겠다.

눈꺼풀 혹은 눈에 가려움증이 있다면 참지 말고 안과에 내원하여 본인이 알레르기 결막염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알맞은 안약을 처방받아 치료하자. 조금만 주의를 갖는다면 가을철 불청객인 알레르기 결막염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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