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인연, 탁아원 직원들

글. 정승원 교무

새벽 5시 어둠 속을 승합차가 빠르게 달린다. 음료수를 아이스박스 안에 가득 싣고 여러 간식도 챙겼다. 탁아원에 도착하니 보모들이 이미 와 있는지 어스름하게 모습이 보인다. 보모들도 차를 타고 출발한다. 차 안에 고운 화장품 냄새가 가득하다.
오늘은 일 년에 한번 탁아원 직원 연수를 가는 날이다. 프놈펜에 살고 있어도 어디 가본 적이 별로 없어서 보모들은 직원 연수가 있는 한 달 내내 들떠있다. 연수 전에 새 옷과 신발을 사고 손톱 정리도 예쁘게 해야 해서 바쁘다. 다녀와서는 만들어서 나눠준 사진첩을 보며 1박 2일의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또 이야기 한다.

올해의 목적지는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이다. 사원도 하나 보고 폭포가 있는 계곡에서 물놀이도 할 예정이다. 탁아원 보모들은 탁아원이 있는 동네의 주민들 중에서 뽑고 있다. 간혹 유아교육을 배운 사람들인지 물어 보는 분들이 있는데, 캄보디아의 유아교육 과정은 최근에서야 몇 군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졸업생들을 채용할 만큼 여유가 있는 운영이 아니기도 하고, 또 탁아원 설립 때부터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의미에서도 동네에서 보모들을 뽑고 있다.

10명의 탁아원 직원들 가운데 2명은 9년째, 3명은 8년째, 다른 이들도 다 5년 이상의 장기근무자들이다. 넉넉한 월급을 주지도 못하고 성격 급하고 깐깐한 교무와 함께 일하는데도 오랫동안 같이 해주는 것이 고맙고 감사하다.
직원들은 새벽부터 탁아원에 나와 아이들이 오기 전에 탁아원을 청소한 후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의 식사를 챙겨주고 빨래도 해놓고 다시 출근을 한다. 탁아원은 생후 40개월 미만의 아이들이기에 하루 세 번의 식사 후에는 반드시 하루 세 번의 목욕이 따른다. 이는 그만큼 많은 빨래가 있으며, 쉴 틈이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수시로 쉬다 일하다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 이 동네에서 착실하게 오랫동안 근무를 하는 우리 직원들은 참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일 년에 한번 있는 직원 연수는 탁아원에서 쌓인 스트레스, 집에서 쌓인 걱정들을 다 잊어버리고 신나게 놀면서 맛있는 것을 먹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한다. 외국인인 나도 몇 번은 가본 유적지를 50이 넘은 나이에 처음으로 와본 보모도 있다. 처음 호텔에 숙박할 때는 문을 열고 닫는 것도,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도, 샤워기를 쓸 줄도 몰랐던 직원들. 자신들의 집보다 더 큰 호텔방이 너무 좋다며 하루쯤 호텔에만 있으면 좋겠다는 말은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매일 저녁 직원회의 시작 때 크메르어로 교전 한 구절씩을 봉독하고 기도를 올린다. 글씨도 읽을 줄 모르는 보모들이 절반이라 무슨 말인지 어려워하고 이해도 잘 못하지만 기운과 기도의 마음은 통하리라고 생각한다.

‘함께 해줘서 고맙습니다. 법신불 사은님의 은혜 속에서 늘 상생의 인연으로 살아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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