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게 대하면 마음을 얻는다
정과 의리로 뭉친 행복한 부대 … 이홍철 육군대령
취재. 김아영 기자

질서 정연하게 각 잡힌 이곳에 둥그런 일원상이 걸렸다. 35사단 충경교당과 이순신교당에 이어 전북지역에 세 번째 군교당인 백마교당을 봉불한 것이다. 원기 103년 3월, 연대 강의실 테이블에서 첫 예회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의 일. 교당 설립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이홍철(법명 은철) 백마연대 연대장은 “나이만큼 오래된 교도”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백마교당 봉불
“그 어떤 공간보다도 장병들이 쉼을 얻고 행복을 느끼는 공간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남원시와 진안·장수·임실·순창·무주군 등 6개의 시·군을 담당하는 백마연대의 지휘관 이 연대장. 전라북도 내륙지역의 안보를 책임지는 그의 막중한 임무 안에는 병사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역할까지 포함되어 있다는데…. “어린 시절 원불교가 저를 바른길로 인도해 주었듯이, 백마교당이 병사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이 돌아온다.

“저는 어려운 청소년 시절을 보냈습니다만,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시는 어머니와 이명수 교무님, 원불교가 있었기에 무사히 초·중·고 시절을 보내고 육사까지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총부에서 텐트를 치고 훈련을 하던 기억부터 남중교당 학생회장으로 성지 순례를 하던 기억까지 원불교와 같이한 추억이 많다는 그. 하지만 무엇보다 원불교가 그의 마음에 깊이 자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법문이었단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원망하던 마음이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는 법문으로 인해 변화되어 간 것이다.
“육사를 간 이후에는 군에 교당이 없다 보니 법회를 볼 기회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신상기록부 종교란에는 언제나 원불교를 기재했습니다.” 덕분에 임관 이후 여러 부대를 다닐 때마다 상관으로부터 “원불교가 무엇을 믿는 종교냐?”라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다고. 신기한 인연도 이어졌단다.

그가 육군3사관학교에 훈육관으로 근무하던 2006년 말, 문정석 교무가 원불교 초대 군종교무로 훈련을 받으러 온 것이다. 군내에서 첫 군종교무가 주도하는 첫 종교행사에, 그는 첫 번째 교도가 되었다. “법회가 있다고 해서 가 보니, 아직 교당이 없어 생활관에서 침대를 밀어놓고 일원상을 프린트해 법회를 보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아내랑 두 아이랑 같이 법회를 봤습니다.” 원불교 군종교무들은 솔선수범하고 언제나 좋은 성적으로 임관한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 그. “군내에 현역교도가 있어 든든하다.”는 이야기에는 오히려 “임관한 93년부터 06년도까지 13년 동안 군내에서 종교행사를 못했는데, 교단이 노력해서 군종교구를 열어줘 너무 감사하다.”고 말한다.

“군은 중요한 군 장비들을 많이 다루지만, 가장 기본에는 늘 사람이 있습니다.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장비를 다뤘을 때 바르게 돌아가지만 만약 나쁜 생각이나 좋지 않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잘못된 방향으로 다룬다면 부대는 큰 타격을 입거나 임무를 완수할 수 없게 됩니다. 군종은 아픈 마음을 낫게 하고 좋은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죠. 그러니 제가 더 감사할 수밖에요.” 

모두가 행복한 부대 만들기
그는, 언제 어디서나 ‘사람이 중심이니 귀하게 대하자.’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사람 마음을 얻는게 쉽지 않죠. 특히 요새 젊은이들은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순수한 마음으로 대하면 상대도 똑같이 순수해집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25년의 모범적인 군생활이 그걸 증명하는데…. 특히 두 번의 이라크·레바논 파병은 그에게 사람 간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신뢰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절실히 느낄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한국군은 파병을 가면 그 지역 사람들의 마음을 얻습니다. 진심으로 대하니까요.” 이라크 파병 당시에는 “당신들을 도와주기 위해 왔다.”는 진심을 전하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방탄복도 입지 않은 채 그들 앞에 나섰다. “우리를 못 믿어 무장한 것이냐?”고 말하는 그들에게 먼저 마음을 연 것이다. 레바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군이 진심으로 사람을 귀하게 대했기에 마음을 얻어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대한민국을 위해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겠다는 정신이 있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킨다는 군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크다는 그. 군대에 아들을 보낸 부모에게는 “지휘관을 포함해 간부들 모두 병사들이 훈련 잘 받고 건강하게 임무수행하다가 건강하게 전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서신교당과 군종교구, 사단의 강동현 교무 등 많은 분들이 교당 봉불을 비롯해 그 안에 장병들이 심신을 쉬고 맘껏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최고의 시청각 시설과 교육설비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보은하는 길은 정과 의리로 똘똘 뭉친 행복한 백마연대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고, 지금까지 해 왔던 노력이 10이라면 100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