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내가 너무 무능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청소년 법당을
당장 떠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글. 박성근

“부교무님~ 통닭 좀 드시고 가세요.”
“아니에요. 곧 학생회 법회가 시작이라 교도님들 드시고 남겨 놓으시면 제가 법회 마치고 나중에 먹겠습니다~.”
여성회에서 자살 예방 캠페인을 마치고 간식으로 통닭을 배달시킨 것이다. 점심을 대충 먹어서 그런지, 통닭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몸이 반응했다. ‘꼬르륵.’ 내 배는 말하고 있었다. ‘먹!고!싶!다!’ 하지만 학생법회가 곧 시작이라, 통닭을 뒤로한 채 청소년 법당으로 향했다. 통닭 냄새가 내 뒤를 따라오며 한동안 유혹했다.

‘흠~ 방석을 네 개 깔까? 세 개 깔까?’ 고민하다 결국 통 크게 네 개를 깔았다. 3층 법당에서 빔프로젝터를 내리고, 방에서 노트북을 가져와 세팅을 마쳤다. 앰프 전원을 올리고 최신가요도 틀어 놓았다. ‘이제 아이들만 오면 법회가 시작하는데….’ 그날따라 학생회 단체 톡방이 잠잠했다. 왠지 기분이 싸했다. 5분, 10분, 30분이 지나도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고, 결국 법회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방석을 세 개 깔지 네 개 깔지 왜 고민한 거지?’ 혼잣말과 함께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선배들의 경험담을 여기저기 모아보면, 아이들이 한 명도 오지 않더라도 혼자 법회를 봤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선배들과 같은 마음을 좀처럼 내지 못했다. 대신 ‘그래, 요즘 행사가 많아서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지쳤는데 잘되었네! 좀 쉬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쉬고 있다고 쉬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너무 무능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교화 참 어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청소년 법당을 당장 떠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혹시나 교도님들이 소법당에 계실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교무님~. 법회는 어떻게 하고 이렇게 빨리 올라오세요?’라고 물을지도 모르니까.

한 시간을 혼자서 보내고 2층 식당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교도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식탁에는 이미 식어버린 통닭이 보였다. ‘꼬르륵~ 배!고!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생각으로 한참 통닭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큰 교무님께서 나오셨다. 순간 이 모든 상황을 들켜버린 것 같아 내 행동들이 부자연스러워졌다. ‘법회 보고 아이들 보낸 거로 할까? 아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되지. 그게 뭐라고.’ 짧은 순간이지만 마음이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결국 내가 “교무님~ 하하. 오늘 아이들이 한 명도 안 왔네요!”라고 말하자, 큰 교무님은 갑자기 “푸하하~.” 웃으셨다. 그리고서 “이제 다양한 교화체험이 시작되었구먼~. 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이야!”라고 하셨다. “전 괜찮아요. 이런 날도 있는 거죠 뭐.” 난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부끄러운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오늘만 그럴 거예요~. 전 이만 들어가 쉬겠습니다.”
방에 들어와 책상에 앉았더니 책꽂이에 놓인 출가 일성이 눈에 확 들어왔다. ‘행!복!교!화!’ 나도 행복하고, 당신도 행복하고, 모두가 행복한 교화자가 되자는 그 초심을 다시금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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