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철 교정원장
밝고 어둡기를 적절하게
대담. 노태형 사장     정리. 장지해 편집장

몇 년 전, 세상에서 가장 건조하다는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언제 날아와 자리 잡았는지도 모를 꽃씨들이 비를 가득 맞은 후 싹을 틔우더니 꽃까지 피워낸 것. 오도철 교정원장은 이 풍경이 ‘개척자’로 살아가는 전무출신들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전무출신은 ‘정신개벽을 목표로 하는 개척자’잖아요. 환경 또는 지역에 따라 수월한 곳과 어려운 곳이 있지만, 하려고 하는 개척의 의지와 소명이 살아나면, 우리 전무출신은 어디서든지 다 꽃을 피울 수 있어요.”
지방소멸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각 현장에서의 교화가 녹록지 않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럼에도 희망과 용기를 버리지 않는 건, 우리 교사에 쓰인 개척의 역사들이 기록으로만 남지 않고, 시대를 뛰어넘어 현장에서 피어날 것을 믿기 때문.
“현장에서 근무하는 동지들이 교단을 믿고 ‘나는 개척정신으로 여기를 일구겠다.’는 신념으로 함께 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지와 약속이 가득 담긴다.

● 교정원장에 임명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사실, 지명을 받고 많이 당황을 했어요. 기획실장을 역임했으니 과거 교정의 흐름이라든지 어른들이 취사하시는 것을 많이 봐왔고 공부도 했었는데, 막상 인계를 받고 보니 세월의 흐름이라는 게 있더군요. 그 사이 세상도 변하고, 교단도 변하고, 더불어 해야 할 일들도 굉장히 다양해지고, 과제도 많이 쌓여있다는 걸 알아가는 중입니다.”

행정 책임자가 바뀌는 시기에는 민원도 함께 쏟아진다. 이러한 때에 오 교정원장은 자신을 ‘민원센터장’이라 여긴다. 사람을 만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가 잊지 않고자 하는 마음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순 없지만 ‘성심으로 잘 듣고 함께 고민하는 역할’을 우선 할 일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 새 종법사님과 새 교정원을 향한 대중들의 기대가 많습니다.
“부장들과 연찬회를 한 결과, 세 가지 정도의 큰 흐름으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어요. 하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둘은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다, 셋은 미래의 비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죠. 사람이라고 하면, 교단 안으로는 출가와 재가가 있고, 교단 울타리를 넘어서 바라보면 시민이 있어요. 서로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과제를 찾아가야 할 텐데, 그게 너무 이념적이면 우리가 금방 할 수 없겠지요.
따라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해야 되는 일, 중요한 일들을 선별해서 작은 성과를 무시하지 말고 소중하게 여기고 축적시켜서 큰 지향점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60층 건물도 1층, 2층… 작은 성과들이 모여서 만들어지잖아요. 그렇게 이소성대 정신으로 착실하게 일을 하는 걸 염두에 두고 싶어요.”

● 변화와 혁신에 대한 갈망도 높은데요.
“변화와 혁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많은데, 먼저 개인에 있어서는 신앙하고 수행하는 사람들이니까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상시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심고를 모시고, 낮에는 일터에 나가서 보은봉공하고, 저녁에 돌아오면 참회반성하고 염불하고…. 이런 일상의 상시훈련이 건강하게 지속되어야 한다는 거죠.”

하다 말다 하다 말다가 아니라 꾸준히 지속되었을 때 작은 성취감들이 모여 자신감과 자긍심이 되고, 그래야 조금 더 큰 목표를 설정하게도 된다는 것. 여기에 더해 여성교역자 결혼문제와 법인통합에 대해서도 운을 띄우는데….

“교단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측면에서 여성교역자들의 결혼문제는 굉장히 민감하고 폭발적인 파워를 가진 이슈죠. 요즘 제가 정산종사 재세시의 정남정녀규정을 공부하고 있는데, 지금보다 훨씬 진보적이에요. 그만큼만 돌려놔도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요. 우리 사요(四要) 정신 중 자력양성의 예전 이름이 남녀권리동일이잖아요? 남녀권리동일이라는 기본 뜻이 우리 법 규정에 잘 담기도록 노력해야죠.”

어디 정남정녀에 대한 내용뿐인가. 결혼한 전무출신을 숙남숙녀로 인식하는 요즘과는 달리, 결혼을 했다가 여러 사유로 이별을 한 후 전무출신을 서원한 이들을 숙남숙녀라고 칭했음을 알게 되었다는 오 교정원장. ‘교단 구성원들이 함께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깊이 생각한 부분이기도 하다.

● 법인통합문제도 요즘 굉장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법인을 분리한다거나 통합한다고 하는 이면에는 단순히 법인행정사무의 문제가 아니라 ‘교화를 어떻게 성장시켜갈 것인가?’ 하는 화두가 담겨 있어요. ‘지역중심의 교화체제로 변화가 되면 교화성장의 성과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설 아래 교구자치제를 실시했는데, 현재는 정부 행정구역에 따라 이뤄지다 보니 교구별 편차가 크죠. 법인통합이라는 문제가 노정됐을 때, 지역 교화를 성장시킬 수 있는 체제로 교구제를 손질한다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와 관련, 현재 지난 7월 제233회 임시수위단회에서 승인되었던 법인통합의 건은 교화시스템 재구축을 선행한 후 법인행정의 변화가 따라가도록 하기 위해 잠정 보류된 상태다.

● 교정원 서울 이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그동안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해왔던 건, 아마도 재원이 가장 큰 이유였을 거예요. 그사이 공사는 진행돼서 겉모습을 다 갖추었고, 이젠 결정해 주지 않으면 내부 공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교정원의 서울시대를 열겠다는 건, 서울회관 신축 결정 발표 시 신축의 필요성으로 언급된 내용이잖아요. 이건 대중에 대한 약속이에요. 대중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기본 생각이 있고, 또 그런 약속을 했을 때는 서울에 올라가야 할 필요성이 현실적으로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일 거라고 신뢰를 했어요.”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약속’이 최대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오 교정원장. 타이밍적으로도 결정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물론 이 결정에는 어떤 부서의 통째 이동이 아닌, 연구 및 대외활동 등 서울로 이동했을 때 효과가 더 날 수 있는 ‘업무별’ 이동이 전제되어 있다.

● 교화의 모습에 대한 변화도 많이 요청되는데요.
“지금까지 해왔던 교화·교육·자선의 활동 방향성에 대해 전체적인 복기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걸 우리와 함께 사는 시민들의 바람에 어떤 방법으로 응답해줄 수 있을까…. 더 중요하게는, 시민사회를 어떻게 정신개벽 운동에 동참시켜서 낙원세상으로 인도할 수 있을지 현실 속에서 답을 찾아야죠. 먼저, 교화에 있어서는 도시와 농촌의 접근법이 달라야 해요. 교화대상자의 구성비가 변화함에 따라 여러 세대에 맞는 방법도 마련해야 하고요. 그래서 앞으로 교정원에서는, 자세한 교화정책을 내리기보다 큰 틀만 주고 각 교구와 교당에 맞는 계획을 세워갈 수 있게 하려고 해요.”

교육에 있어서는 각 교구별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중고등학교를 하나씩 운영한다면, 전무출신 인재 발굴도, 또 청소년교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말하는 그. 아울러 교화 3대 목표인 자선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는데….

“그동안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복지사업에 주로 기여해오면서 ‘자선활동’은 소홀하게 취급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이슈 되는 곳은 물론이고, 카메라가 닿지 않는 곳,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 지속적인 보살핌의 손길을 건네려 하는 사명을 가진 거진출진과 전무출신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지식과 관계없이 내 마음에 따뜻한 온기와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원불교에게 주어진 역할과 사명은 무엇일까요?
“4차 산업혁명을 ‘융복합시대’ 또는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필요하다.’고 하죠. 그건 다르게 표현하면 ‘종합적 사유체계’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종합적인 사유체계는 주로 종교인들이 가지고 있고, 그중에서도 원불교 교무님들은 더 종합적인 사유체계를 가지고 있죠.
가르침 자체가 ‘영육쌍전 이사병행’이니까요. 하지만 융복합시대는 복합적인 균형감각만큼이나 심플함이 중요한 세상이기도 해요. 소태산 대종사께서 말씀해주신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융복합시대에도 신선한 충격으로서 유용한 거죠.”

● 평소 마음에 새기는 법문이 있다면요?
“근래,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36장 ‘참다운 덕인은 밝을 자리에 능히 밝고, 어두울 자리에 능히 어둡나니라.’라는 법문을 표준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전무출신은 교당이든 기관이든 앞에 서게 되니까 따뜻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덕인이 되려고 하면 밝을 때는 밝고 어두울 때는 어두워야 사람들이 모이죠. 늘 환하게 비춰만 주면 그늘을 찾아서 피해버리고 혼자 남게 되지 않겠어요? 수행도 이 말씀을 표준삼아 하고 있어요.”

● 행복 비결을 전해주세요.
“행복은 매우 주관적이라, ‘나는 행복하다.’고 늘 스스로를 다독이고, 화안시(和顔施: 밝고 부드러운 얼굴로 남을 대함으로써 보시를 삼는 것)로 사는 게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비결 같아요. 그러려면 경전과 항상 가깝게 살아야 해요.
경전을 읽다보면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느끼게 되거든요. 그리고 부처가 어디에 따로 있지 않고, 한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고 사는 사람이 부처이고 나와 행복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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