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엄마·아빠에게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되면 씩씩하게 잘 컸다고, 잘 견뎌냈다고,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고 싶어요.

글. 박경화 한겨레고등학교 3학년

엄마, 아빠! 안녕하세요. 저 경화예요.
고향을 떠나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이에요. 6년 만에 처음으로 부모님께 편지를 써 보네요.

편지를 쓰다 보니 옛 생각이 나네요. 처음 부모님과 탈북을 준비하던 일… 결국 저만 오게 되었지만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해요.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부모님과 계속 북한에 살 것인지 아니면 혼자라도 남한으로 갈 건지 선택을 하게 된다면 난 어떤 선택을 할까?’ 그때 혼자라도 남한으로 오겠다는 선택이 이렇게 부모님과 계속 떨어져야 하는 선택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어린 딸을 남한으로 보낼 때 엄마, 아빠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남한에 내려온 후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엄마, 아빠의 빈자리가 너무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특히 고모한테 혼이 날 때면, 고모가 저를 생각하는 마음을 잘 알면서도 왜 그렇게 서럽고 서운했던지요. 그럴 때마다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무뎌졌어요. 때론 이렇게 무뎌진 마음이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한 것 같아 당황스러울 때도 있어요.

친구들이 엄마와 싸운 이야기, 아빠에게 용돈 받은 이야기들을 무심코 할 때마다 저는 그저 친구들이 부럽기만 해요. 아플 때는 또 왜 이렇게 서러울까요? 괜히 친구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강한 척 해보기도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절대 그렇지가 않아요.
남쪽에는 매화꽃 소식과 함께 봄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어요.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했던 차가운 공기도 조금씩 풀리고 있어요. 남한과 북한도 차가웠던 공기가 풀리는 날이 올까요?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북한에서 온 응원단의 모습, 남북 여자 단일 하키팀의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기대감이 싹트게 되었어요.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다 보면 언젠가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언젠가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되면 자랑하고 싶어요. 제가 혼자서도 이렇게 씩씩하게 잘 컸다고, 힘들었지만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서 잘 견뎌냈다고,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고 싶어요. 하지만 막상 엄마, 아빠를 만나면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엉엉 눈물만 나겠죠? 하루빨리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열심히 학교생활 해나갈게요. 올해는 특히 고3이라 많이 막막하고 답답해요. 하지만 엄마, 아빠를 생각하며 앞으로도 열심히 할 테니 많이 응원해주세요.
다시 만날 날을 위해 항상 건강하세요.
- 2018년 3월 1일, 큰딸 경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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