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일반(萬匙一飯)운동으로 세운 교당
글. 한제은 교무

한울안운동에서 케냐에 교당을 세우기로 약속했던 일이 코이카 지원사업이 끝날 무렵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정말 약속이라도 한 듯 삼성전자에서 어린이집을 지원해 주기로 결정하였다. 또 직업학교 학생들의 취업을 도와준 엔젤스 가발회사에서 무상으로 어린이집 부지제공과 교당부지 매매를 도와주었다.

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다. 교도가 몇 명이냐고 질문을 하기에 한 명도 없다고 했더니 “교도도 없는데 교무님이 어떻게 사시느냐. 시골에서 살지 말라.”며 회사 옆에 있는 주택을 수리하여 이사하도록 도와주었다. 어디 그뿐인가. 회사 근처 대지 1,200평을 교당에서 활용할 수 있게도 해주었다. 우리는 보답으로 어린이집을 지어 엔젤스 가발회사 현지인들의 자녀를 돌봐주었다. 어린이집 건물은 삼성전자에서 지어주기로 하였지만, 교당 부지구매와 건축비 등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한지성 회장님이 케냐교당 창립주로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덕분에 일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한 회장님의 적극적인 도움에 힘입어 2억 원을 들여 대지를 구입하고, 삼성전자의 후원 3억7천만 원으로 어린이집을 마련하였다. 많은 재가와 출가 그리고 원불교 여성회원들은 불전도구를 비롯한 생활용품과, 교당 마련 후 운영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만시일반의 운동을 벌여 나갔다. 하지만 마음 아픈 일도 있었다. 교당 신축공사가 한창이던 원기 102년 6월 19일, 한지성 회장님이 끝내 나와의 한 가지 약속을 못 지키신 채 열반에 드신 것이다. 그 약속은 케냐교당 봉불식에 부군이신 백낙청 님과 함께 꼭 참석하겠다는 것이었다.
한지성 회장님은 교당이 세워져 가는 걸 보며 참으로 기뻐하셨다. 케냐교당이 교당설립승인을 받을 수 없을 때 스스로 창립주가 되어주셨고, 교무가 건축비 마련을 위해 수고하지 않게 하셨다.

어린이집과 교당은 같은 장소에 신축되어 운영에 용이할 뿐만 아니라, 교당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어 교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어린이집을 통해 현지인교화와 한인교화를 두루 잘 조화한다면, 교당은 점점 발전 될 것이다.

원기 103년 3월 24~25일. 좌산 상사님을 모시고 교당 봉불식과 어린이집 개원식을 거행했다. 행사를 앞두고 3월 1일부터 시작된 장마는 매일 비를 뿌렸다. 하지만 공사를 마무리 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어도, 큰 피해는 없었다. 24일과 25일은 하늘도 도움을 주듯, 날씨가 아주 쾌청했다.

한국에서 80여 분이 오셨는데 아무 사고 없이 다녀가셨고, 1년 넘게 신축공사에 함께했던 현지인들도 건강하게 다른 일터로 가게 되었다.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곧 준공검사가 끝나고 어린이집 설립 허가가 나오면, 이곳에 케냐의 꿈나무들이 몰려 올 것이다. 맘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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