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개교절 ‘돈암스타 세아’
세아가 등장만 했을 뿐인데 교도님들의 입꼬리는 이미 격하게 올라갔다.
더군다나 얼마나 귀엽게 춤을 추던지, 내 어깨는 하늘에 닿을 정도로 솟았다.

글. 박성근

“얘들아, 우리 대각개교절 때 공연….”이라고 말하는 순간, 한 어린이가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싫어요!” 나는 어떻게든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어르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했지만, 헛수고였다. 나이를 먹어도 상대방의 거절에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한다. 특히 “교무님, 저 오늘 기분이 별로예요.”라고 자신의 감정 상태를 공개한 경우는 법회를 빨리 끝내달라는 무언의 협박이기도 하다. 그러면 나는 겁먹은 것처럼 하면서 할 건 다한다. ‘얘들아 미안~ 교무님도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어?’

대각개교절이 되면 교도님들과 큰 교무님은 은연 중 어린이회원들이 간단한 노래 한 곡이라도 불러주기를 기대한다. 작년에는 겨우겨우 어린이들을 무대에 세웠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의사를 존중해 주기로 했다.
그런데 대각개교절 당일 날, 세아가 나에게 오더니 춤을 추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내심 쾌재를 불렀다. 덕분에 마음이 급해졌다. “노래 제목이 뭐야?” “트와이스의 하트 쉐이커요!” 그렇게 교도님들의 공연이 끝나고 세아의 깜짝 무대가 이어졌다. 세아가 등장만 했을 뿐인데 교도님들의 입꼬리는 이미 격하게 올라갔다. 더군다나 얼마나 귀엽게 춤을 추던지, 교도님들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아 내 어깨는 하늘에 닿을 정도로 솟았다. 이렇게 4월의 마지막 주말을 세아가 잘 마무리 지어주었다.

그 후 5월의 어느 평일 오후, 세아에게 카톡이 왔다. ‘학교 단기 방학’이라며 자랑하는 내용이었다. 그때 나는 잠시 쉬고 있던 터라 여유가 있었기에 바로 답장을 보냈다. “나도 방학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자 세아가 “교무님은 평일에 뭐해요?” 하고 물었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교무님은 청소하고 밥하지~.”라고 했다. 그러자 세아의 답장. “교무님 불쌍하다.” 그런 세아에게 더욱 장난치고 싶어졌다. “세아가 나중에 크면 교무님 많이 도와주겠지~.”

그러자 세아는 달랑 물음표 하나만 남긴 채 더는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의문의 1패였다.
시간이 좀 지난 후, 다시 시도해 보았다. “세아야~. 교무님 불쌍하다고 했으면서, 도와주겠지 하고 물어보니 왜 대답을 안 해? 교무님만 힘들게 살라는 거지~.” 그러자 세아가 푸념하듯 “아, 저도 힘들게 살 거예요~. 나중에 번 돈 조금 교당에 기부할게요.”라며 깔끔하게 대화를 마무리 짓는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빵 터졌다.

그러면서 세아는 중요한 질문을 잊지 않고 나에게 물어봤다. “교무님! 갑마트 언제 하나요?” 날짜를 말해주니 “교무님~ 저랑 단하는 그날 법회 못가요. 그러니깐 갑마트 연기해야 해요.” “그게 이유야?” “네, 저랑 단하랑 못 나오는 게 이유예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는 사실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사실 세아와 단하가 법회에 빠지면 출석률이 반 토막 나기 때문이다. “교무님~ 갑마트 연기 해주시면 스케이트보드만 선택하고 남은 갑카드는 다 기부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연기해주세요~.” “알았다니까~.” 세아는 자신의 존재감을 무기로 과감히 협상을 주도했고, 나는 결국 세아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기분 좋은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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