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 김주원 새 종법사
허세를 버리고 실질로 가자
대담. 노태형 사장
정리. 장지해 편집장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
전산 종법사는 당선 직후 그를 맞이하러 나온 이들에게 ‘실사구시’라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내실을 강화해가겠다는 예고와도 다름없던 그 말은, 11월 4일 원불교 대사식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장소를 야외에서 실내로 옮긴 것부터가 꽤 파격적인 변화다.
“앞으로 우리 교단이 양적 중심에서 질적 중심으로 변화하고, 소박하지만 실질적인 모습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말하는 전산 종법사. 12년 만에 치러지는 대사식에 대한 기대를 모르지 않음에도, 생각을 전환해 가자는 뜻을 우선했다. 다만 부득 참석수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대사식 시간을 일요일 오전으로 옮겨 인터넷과 원음방송 생방송을 통해 법회 시간을 활용해 큰 부담 없이도 더 많은 대중이 함께 하도록 했다. 이는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만남이 가능한 4차 산업시대에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 결정이기도 하다.
또한 앞으로 그는 분위기가 종법사 한 사람에게 쏠리지 않게 하려고도 한다. 각 교구에서는 교구장이, 교당에서는 교무들이 종법사 대행자의 역할을 하도록 ‘평범한 종법사’가 되겠다는 것. 허허롭게 웃으며 “종법사위에 올랐다고 갑자기 그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 되면 안 된다. 종법사가 드러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는 말에는 묵직한 진심이 담겼다.

● 종법사 위에 오르심을 축하드립니다.
“지금도 실감은 안나요. 내가 나를 생각할 때, 그런 일을 감당할 만한 역량이 너무나 부족한 사람인데…. 그러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상사님 두 분과 교단의 여러 훌륭한 재가출가 원로들의 도움을 받아 해나가면 될 거라 생각합니다.”

● 새 종법사님과, 앞으로 변화해 나갈 교단에 대한 기대가 많습니다.
“평소 생각해오던 교단이 있어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지금 우리 교단이 소태산 대종사님 본의가 잘 실현되는 교단인가. 그렇게 볼 때 거기에 점수 주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들 가운데 과감히 바꿔야 할 것들은 바꾸려고 해요. 또, 지금을 어려운 시기라고들 하는데, 그러기에 희망도 있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우리가 뭔가 일을 할 수 있는 때라는 거죠. 어려우니까 오히려 할 수 있는 일, 혹은 해야 하는 일이 많지 않겠어요? 그렇게 일을 하다가 변화가 이뤄지면 나름대로 재미도 있겠지요.”

언젠가 대산 종사에게 ‘교단 창립 1대는 소태산 대종사님 기운으로, 2대는 정산 종사님 기운으로, 3대는 내 기운으로, 그리고 4대는 대중의 기운으로 간다.’는 법문을 받들었던 전산 종법사.  ‘세 분이 다녀가신 후 창립 3대가 지나면 어느 정도 교단의 운영 틀이 잡힌다는 거구나. 그때쯤 되면 많은 재가출가 지도자들이 양성될 테고, 그들의 뜻을 잘 모아야 교단이 제대로 나아가겠구나.’라고 이해하며 대중기운을 잘 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했다. 전산 종법사는 그 해답을 (교화)단법에서 찾는다.

● 교단을 이끌어갈 대체적인 구상을 전해 주신다면요?
“현재 가장 큰 과제로 여기는 것은, 훈련이에요. 소태산 대종사님 교법의 핵심은 훈련에 있어요. 훈련법을 왜 <정전>에 굳이 소상히 밝히셨을까…. 우리 교법은 ‘알자’는 교법이 아니라 ‘실천하자’는 교법이라, 핵심이 훈련이에요. 훈련을 쉽다고 생각하면 안돼요. 인격을 고치는 일인데 어떻게 쉬울 수 있나요? 구인 선진께서 죽기로서 하신 영산 방언처럼, 다시 말하면 훈련은 마음의 방언공사예요.
형상 있는 둑 막는 것보다 마음 둑 막는 것은 더 어렵지 않겠어요?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교법 실현을 쉽게 생각하고, 그래서 별로 정성을 안 들여요. 그렇게 해서는 변화할 수 없어요. 숫자보다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교법을 훈련해서 자신도 새로워지고 가정도 변화해가면서 보람과 가치를 찾아가는 것, 그게 우리 교단의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 전산 종법사가 깊이 있게 추진할 과제 중 하나는 ‘해외 종법사’에 대한 건이다. 그는 원기 62년부터 대산 종사가 실행하려고 했던 해외 종법사 제도가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다. 교역자 생활 중 가장 보람되었던 때를 ‘총무부장 재직 시절 <교헌>에 해외 종법사 제도를 담았을 때’로 꼽는 그.
‘우리 교단은 천불만성이 나오는 회상이다.’라던 스승님의 말씀처럼, 실력 있는 분들이 역할을 나누면 해외의 상황에 맞는 교화환경이 더 빨리 마련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교단이 분열되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한국에 주재하는 중앙 종법사는 세계 종법사이고, 해외 종법사는 해당 나라 종법사다. 종법사라고 이름을 붙여야 주법으로서 현지 실정에 맞게 법을 주재할 수 있으니 그렇게 칭하자는 것이다.”라고 분명하게 설명했다.

● 교단의 운영 조직에 대한 변화도 이루어질 것 같은데요.
“우리는 혼자 사는 교무들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사실 인정으로 따뜻하게 챙겨야 할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지금의 교구제로는 살뜰한 관계가 이뤄지기 쉽지 않지요. 그렇다면 교화에 초점을 둔 소교구·대교구제는 어떨까 생각해보는 거죠. 소교구제를 시행하면 각 교화현장에 교구장의 손이 깊이 닿고, 직접 소통이 되고, 서로 힘이 더 잘 뭉쳐서 교화에도 힘이 실려요. 그런데 소교구들을 다 법인화시킬 순 없으니, 소총부 개념으로 권역별 행정지원을 담당하는 대교구를 두면, 교구자치에 대한 욕구는 해소하면서도 교화권은 더 강하게 보장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또한 전산 종법사는 단장으로서, 정수위단원들과 매월 단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수위단회처럼 안건을 가지고 무겁게가 아닌, 더 자주 부담 없이 만나 현장 상황을 공유하면서 교화단의 본래 기능을 회복해가겠다는 것. 그가 구상하는 소교구·대교구제나 정수위단 단회 실시 계획도, 알고 보면 다 교화단 기능 강화 의지가 바탕이다.

●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 교화 정체, 출·재가 신뢰 회복 등 산적한 문제들이 많은데요.
“나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교역자들이 현장에서 자신감을 얻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다고 봐요. 사실 교화현장에서 보람을 느끼면 숫자와는 관계가 없거든요. 일이 많은 곳을 만나면 일하고, 일 없는 곳을 만나면 공부하는 기회로 삼으세요.
우리 전무출신 목적이 어디 교도 몇 명 더 만드는 것에만 있나요? 그리고 ‘그 교당은 교도 몇 명 나와?’라고 질문하기보다 ‘그 교당은 교도들 공부(훈련) 어떻게 해?’라고 물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비록 다섯 명뿐이라고 해도, 함께 공부하며 변화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부심과 보람을 얻잖아요.”

또한 그는 여성교역자 결혼과 복장 문제도 언급했다. 결혼은 그야말로 각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으로 문호를 여는 게 소태산 대종사의 정신에도, 미래 교화(특히 해외)에도 맞다는 것. 복장에 대해서는 ‘옷이 일원상 진리는 아니지 않냐.’면서, 바꾸자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병행하면 좋겠다고 했다.

● 일을 추진할 때 염두에 두는 표준이 있으신가요?
“나는 생각의 기준을 ‘일의 성공과 불성공’에 두지 않아요. 오직 ‘해야 할 일인가 하지 않아야 할 일인가’로 판단의 기준을 삼지요. 그러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겨지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이라면 아무리 쉬워도 하지 않아요. 이런 부분은 좀 단순하지요? 하하하.”

●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정신을 꼽아주신다면요?
“가장 많이 떠올리는 정신은 ‘신심(信心)’이에요. 내가 아무리 공부한들 소태산 대종사님 경지에 미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보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을 것 같아요. 그 부분을 채워주는 게 신심이라고 생각해요.

신심에서 공부도, 신심에서 사업도, 신심에서 교화도 돼요. 대저 사람들이 ‘신심 있으니 들어왔지 신심 없는데 들어왔겠냐.’면서 신심을 별거 아니게 이야기하는데, 그 신심은 이 회상에 들어오는 것으로 효과가 끝났어요.

항마의 신심이 되어야 항마가 되고, 출가의 신심이 되어야 출가가 되고, 여래의 신심이 되어야 여래가 돼요. 정산 종사님이나 대산 종사님은 그만한 신심이 기 때문에 그 경지에 가신 거예요. 신심도 공부로 계속 키워가야 해요.”

● 종교가 위기라고 하는데, 타개해 나갈 방법을 일러주세요.
“대게 종교는 신앙 중심인데, 절대에 대한 신심은 생기기도 어렵고 그 존재가 내 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멀어져요. 하지만 우리 종교는 달라요. 그 실효가 눈앞에서 나타나요. 예를 들어 친구를 만날 때 어떤 마음으로 가지고 만나느냐,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바로 효과가 나는 거죠. 예전에는 친구가 어떤 말을 했을 때 기분이 나빠서 다신 안 만나야지 하고 마음이 나올 텐데, 원불교에서 마음공부 하다보니까 조금 참아지잖아요.

그러면 상대방도 ‘아, 얘가 좀 달라졌네?’ 하고 알겠죠. 우리는 용심(用心)이기 때문에, 안 쓰이는 곳이 없어요. 부부 사이에도, 친구 사이에도, 동료 사이에도 다 적용되잖아요?”

●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소태산 대종사님 법대로 한번 살아보자. 하자는 대로 한번 해보자.’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우리 법은 옛날 종교와 달라서 미래의 변화를 다 예측하고 내놓으신 거예요.
그러니까 갈수록 더 맞아 들어갈 수밖에요. 원칙에 충실한 것이 속도는 늦고 별 힘도 없는 것 같지만, 그렇게 쌓인 힘은 분명 제대로 발휘가 돼요. 그 과정에서의 체험을 나눌 때 풍성해지고 재미가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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