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배움터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유치원
아이들 웃음이 행복으로 영글다
취재. 이현경 기자 

파란 가을하늘보다 더 파란 간판에 쓰인 ‘원불교 원광유치원’.
교실에서 하늘을 찌를 듯 “와~” 하는 함성이 들려온다. 동시에 아이들의 손이 푸릇푸릇 돋는 새싹처럼 위를 향한다. “저요. 저요. 저요~.” 아기 새 같이 지저귀는 아이들의 목소리. 열매반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오늘의 마음날씨를 말하는 시간이다.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부터 유치원에 오기까지 자신의 마음이 어땠는지를 표현하는 것.

“오늘 마음날씨는요?” 선생님이 한 아이에게 여러 날씨 그림이 그려진 판을 내보인다. 그러자 아이가 무지개를 골라 들며 말한다. “저의 마음날씨는 무지개입니다.” “왜 무지개예요?” 아이가 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다시 묻자, “엄마가 옷도 입혀주시고 맛있는 음식을 주셔서.”라고 대답하는 아이. 선생님이 “집에 가면 엄마에게 ‘엄마. 맛있는 밥 차려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해봐요. 모두 박수~.”라고 말하자, 한 뼘 더 자란 아이들이 서로에게 박수를 보낸다.

수업은 10시 반 명상을 시작으로 오후 4시까지 이어진다. 그 사이 프로젝트 수업, 미술, 과학 등 다양한 배움이 가득하다. 매시간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소통자 역할을 하는 열매반 이초희 교사. 그는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님과의 소통도 중요시한다. “서로 다른 교육관을 가진 경우, 소통을 통해 이해를 넓혀가요.” 무엇보다 교사가 행복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아야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스스로도 마음공부에 집중한다.

맑은 가을 날이면 아이들은 꼭 실외놀이에 나선다. “밖이니까 시원하다!”를 외치며 마치 날아오를 듯 뛰어다니는 아이들. 한쪽에서는 각자 접은 종이배를 물에 띄워보고는 햇볕에 말린다.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선생님의 줄넘기 시범을 흉내내며 나무 바닥 위를 콩콩 뛰며 울린다. 여기저기서 “콩콩.” “콩. 콩.” 제각각 뛰는 자세는 달라도 줄넘기를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우리 몇 개를 해볼까요?”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이 영 번부터 열 번까지 다양한 숫자를 부른다. 줄넘기가 끝난 아이들은 푸른 잔디밭으로 뛰어간다.

잘 조성된 자연환경은 자꾸 아이들의 걸음을 빠르게 한다. 푸른 잔디와 부드러운 모래가 펼쳐진 조합놀이터에는 천연목재를 주문·제작해 만든 친환경 놀이기구가 여러 개 놓여있다. 다른 한곳에서는 키위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등 풍성한 나무 열매가 익어가고, 고개 돌리는 곳마다 꽃이 피고, 야채가 쑥쑥 자란다. 연못엔 물고기가 자유롭고 태양 아래엔 메뚜기가 뛰어다니니, 1984년도에 개원해 36회 졸업식을 앞둔 역사만큼이나 곳곳에 정성스러운 손길 닿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아이들은 모래로 길도 만들고 웅덩이도 만든다.”는 곽혜전(효순) 원장의 말처럼, 아이들은 모래사장에 물을 붓더니 그들만의 세계를 차곡차곡 만들어간다.

사실 5년 전 유치원의 위기에 비하면 지금의 환경은 기적 같은 일이다. 그때마다 솔선수범하며 이곳을 가꿔온 곽 원장. 그리고 여기에는 교사, 교무, 교도, 자모들의 정성도 함께 했다. 유치원이 생긴 후, 자모들을 중심으로 확장된 교화의 힘을 타고 경장교당이 들어서기도 했기에 그 기운이 더욱 남다르다. 특히 종교 산하 교육기관이기에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더욱 큰 사명감을 느낀다고. 덕분에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그야말로 자연스레 천지의 은혜를 배워간다. 그러한 교육 정신은 이곳을 방문하는 장학사들에게도 눈에 띈다. “아이들 표정이 유난히 밝고 맑다.”는 칭찬이 끊이지 않는 것.

이윽고 맑은 풍경 속에서 곽 원장이 작업복 차림으로 팔을 걷어붙인다. “원장님이 위에서 나무를 두드리면 대추가 떨어질 거야. 떨어지면 주울 수 있어요?” 흔들리는 대추나무 아래로 우수수 대추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분주한 걸음으로 뛰어다니며 “대추 천국! 대추 천국! 대추 천국!” 저마다 외친다. 이번엔 곽 원장이 감나무에서 딴 홍시를 아이들의 고사리손에 하나씩 쥐여준다. 함께 서 있던 교사가 아이들 입에 감을 넣어주면, 사르르 녹는 달콤한 맛에 순식간에 가을 풍경까지 달아진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보면 보람과 웃음이 절로 난다는 교사들.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찾는 이들의 품은 늘 사랑으로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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