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육으로 꽃 피운 교화
취재. 김아영 기자  

토요일 아침 10시.
양정교당(교무 오인원) 찻방의 문이 열리고 방석 위에 책이 가지런히 놓인다. 차 끓는 소리가 날 때쯤에는 20여 개의 방석도 제 주인을 찾는데…. 일찌감치 도착한 이성제 씨는 대구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왔고, 이 중에는 교도가 아닌 사람도 있다. “특별한 행사가 있냐?”고 물으니 “매주 토요일, 이렇게 모여 교리공부를 한 지 벌써 18년이 되었다.”는 답이 돌아온다.

자모마음공부방
양정교당의 일정표가 빼곡하다. 오늘 토요교리공부방을 비롯해 양정원광유치원 자모마음공부와 교사법회, 어린이인성교육까지 하고나면 벌써 일주일의 반이 가득. 거기에 통합교화를 맡고 있는 정관교당 법회와 정관원광유치원 자모마음공부방 2회, 교사법회까지 더하면 일주일이 가득 찬다. 그러다 보니, 교무와 교도들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추어 굴러가는 게 중요한데…. 이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건 “교화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젊은 자모들을 만나 교화해야 한다. 교도, 교무 모두 오롯이 자모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양정교당의 주축이 되고 있는 50~60대 부부교도는 30년 전 원광유치원 자모출신들이에요.” 다달이 교무로부터 부모교육을 받으며 교당과 친근해진 자모들이 교당출석으로 이어진 것. 이들이 자모출신 교도1기가 되었다면, 매주 진행되고 있는 자모마음공부방 출신들이 그 뒤를 잇고 있는 것이다.
“교리를 교육의 언어로 전환시켜 자녀교육상담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잘 되길 원하는 마음은 저나 학부모나 모두 같잖아요. 꾸준히 나오는 분들이 늘었지요.” 자모들이 자녀교육에서 겪는 경계를 위로하고 함께 고민하는 오인원 교무. 실제로 마음공부시간이 끝나고도 개인상담을 원하는 자모가 그를 따로 기다릴 정도로 파급력이 있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고도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부모도 있단다.
“몇 년 전에는 관공서 직원이 절 알아보고 인사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몇 십 년 전에 자녀가 사춘기를 심하게 앓는다며 찾아왔던 어머니의 아들이었던 거예요. 감사하게도 잘 컸더라고요.” 그런 노력 덕분에, 원광유치원은 지역과 자모들에게 신뢰받는 유치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 교도는 육아인터넷사이트에서 동네 유치원을 수소문했더니 원광유치원을 강력 추천해 입학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노력과 바람만큼 교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해도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면 된 거죠. 지금 당장은 교화의 꽃을 못 피울지라도, 언젠가는 열매를 맺을 것이라 생각하니까요.” 7, 8년은 오롯이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교도들이 “난 유치원 5회 졸업생 자모출신, 여기는 10회, 여기는….”이라며 웃어 보인다.

김장김치 6,000포기
“여기에서 또 빠질 수 없는 게 종합학원인 ‘원아카데미’예요. 유치원을 졸업한 어린이들이 원아카데미로 이어지게 해, 청소년교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거죠.” 원기 93년, 직장생활을 하는 학부모를 위해 유치원 졸업생을 맡았던 게 기연이 되어 문을 연 원아카데미. 국어, 수학, 영어, 한자는 물론 피아노와 미술 등을 가르치는 이곳의 인기가 얼마나 좋은지, 추첨을 해야 할 정도로 대기자가 줄을 잇는다. “원광유치원 출신 외에 외부에서 30%나 올 정도로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났어요. 고준영 교무님이 이곳에서 어린이 인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데, 이것도 호응이 좋아요.” 이곳 출신은 인품이 반듯하다고 소문난 데에는 ‘어린이 인성교육’이 큰 축을 담당한다고 말하는 김덕균 원아카데미 실장.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여름방학 때는 유치원 졸업생과 학원생, 그들의 친구들을 초청해 여름캠프를 열어 원불교를 알리고도 있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게 교도들의 화합이 없다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교도님들에게 감사하죠.” 일례로 매년 12월이 되면 교도들은 1주일간 꼬박 김장 6,000포기를 한다고. 유치원 어린이 반찬으로도 쓰이고 이웃 교당이나 기관과도 나누는 김장김치에는 더욱 정성이 담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도님들이 서로 보고 배우는 거지요. 자모마음공부를 통해 입교를 했다고 해도 교당에 적응하고 정착하는 게 중요한데, 기존의 교도님들이 그 역할을 해 주는 거죠.” 여유롭고 품 넓은 교도들을 보며 배워간다는 신입교도들. 지혜롭게 삶을 꾸려 자녀와 가정이 잘 되는 것을 보며 ‘교당에 다니면 나도 이렇게 되겠구나.’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웃으며 말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교도님들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행복해야 이곳에 오라고 한 사람도 보람이 있지요.” 오 교무의 말처럼, 교도들은 법회 이후에도 방마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원로들이 모인 방에서는 근엄한 웃음이, 젊은 교도들이 모인 방에서는 통통 튀는 웃음이 들린다. 아이들을 위한 공부가 자신의 공부로, 다시 세상을 위한 기도로 이어진 이곳이다.  | 양정교당 051)865-8796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