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의 등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
글. 박성근

부교무 훈련 5일째가 되던 일요일 점심시간. “띵동!” 윤진 님에게 문자가 왔다. 아이들이 법회를 보는 사진이었다. ‘오~ 내가 없는데도 잘하는데?’ 입정하는 모습이 제법 의젓해 보였다. 사실 화창한 봄날 벚꽃 구경처럼 설레는 부교무 훈련을 앞두고 문득 어린이 법회가 걱정되었다. 최근 법회 출석률이 오르는 상황에서 한 주를 쉬고 싶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반법회에 나오는 윤진 님께 부탁했더니,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훈련에 가기 전 법회준비에 박차를 가해 식순이며, 기도문, 감사일기장, 과정활동 자료 등을 꼼꼼히 챙겨 놓고 훈련원에 들어왔다.

훈련을 마치고 교당으로 복귀를 하자마자 청소년 법당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이번 주 감사일기에는 무슨 내용을 썼을까? 과정활동은 잘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계속 솟아났다. 그렇게 아이들의 법회 흔적을 찾다가 뜻밖의 포스트잇을 보았다. 윤진 님의 자필이었다.
‘교무님~ 법회 준비를 완벽히 해주셔서 저는 함께 있기만 했어요. 몇 달 만에 변화된 아이들의 모습에 놀랍고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법회 식순을 정확히 알고 정좌로 멋지게 앉아서 참여하네요. 설교는 교무님이 안 계셔서 넘어가려 했는데 아이들이 먼저 노란 정전공부책을 꺼내오며 하자고 하여 사은에 대해 알아보았답니다. 항상 아이들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오고 싶은 교당을 만들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순간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과거가 떠올랐다. 한 명 또는 두 명의 아이들이  법회에 나오던 시절. 그때마다 아이들은 “교무님~ 오늘은 법회 보지 말고 그냥 놀아요~.”라며 과감히 나와의 협상을 시도했었다. 그럴 때마다 나의 수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법회를 생략한 채 아이들과 놀아 주었다. 물론 그날 준비한 내용을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전달하려고 시도도 했으나 그 노력은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교도님께서 웃으시며 “교무님~ 이젠 법회 좀 보셔야죠?”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나는 화상을 입은 듯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자리를 당장이라도 피하고 싶었다. 아이들에 대한 배신감도 컸지만 가장 큰 것은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마음이었다. 결국 그날의 경험은 나에게 큰 공부가 되었다. ‘법회는 아이들과 타협하지 말자!’ 그 이후로 아이들은 조금씩 변화되었다. 비록 아직도 “오늘 일원상 서원문 틀린 사람?” 하면 자신 있게 모두 다 손을 들지만, 이제 더 이상 법회가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 듯 싶다.

어린이는 교무의 등을 보고 자란다. 매주 불단에서 법회를 진행하는 교무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그렇게 법회에 익숙해져 간다. 아직도 그때 어느 교도님께서 “이젠 법회 좀 보셔야죠?”라고 하신 말씀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큰 공부를 하게 해준 교도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나 잘해주고 있는 돈암교당 어린이 부처님들에게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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