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먼저 위하는 전무출신
글. 권화명

나는 원광고등학교에 입학해 처음으로 원불교라는 종교를 접했다.
첫 법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넓은 법당에서 목탁을 치며 독경을 하는 교무님과 그걸 따라하는 100여 명의 남학생들. 그 모습은 처음 원불교를 접한 나에게 ‘사이비 종교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법회에 계속 나갈지 말지 고민을 해야 했다. 하지만 결국 친구들을 따라 계속 다니면서 넓은 법당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법정을 쌓았고, 일원상에도 익숙해져 갔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가게 된 원불교 학생훈련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는 게 즐거웠다. 특히 밝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교무님들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내가 교무님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 흔한 출가권유도 한 번 받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교무님이 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을까? 수능시험이 끝나고 치열하게 고민을 한 끝에 출가 하겠다는 결심을 세웠다. 당연히 반대할 줄 알았던 어머니는 아들인 나를 믿고 허락해주셨다.

곧장 부산 서면교당에서 파란만장한 간사근무를 하게 되었다. 간사라는 개념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좌선을 해야 했고, 청소와 운전을 해야 했다. 어린 마음에 ‘내가 이러려고 출가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일주일간 꼬박 울었다. 밥 먹다가 친구 전화를 받고 울고, 밤마다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그만큼 부산이라는 도시와 원불교는 낯설었다.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수천 번씩 들었지만 그만둘 수는 없었다. 누군가 권유해 출가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 선택한 출가이기에  더욱 그랬다.

무엇보다 나를 믿어준 가족들, 교무님들, 주변 인연들을 생각하면 절대 그만둘 수 없었다. ‘내가 있는 이곳에서 즐거움을 찾자.’는 표준을 세우고 나니 사랑으로 지도해주는 교무님들과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교도님들의 관심과 애정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렇게 무사히 2년간의 근무를 마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잘 나서, 나 혼자의 힘으로 교무가 되었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대학원에 입학해 그동안 은혜 입은 것들을 생각해보니 정말 수많은 인연의 도움과 은혜가 있었다. ‘아들이 예비교무이니 교당을 다녀야겠다.’며 입교해 함께 신앙생활하는 어머니, 표현은 잘 못하지만 늘 형을 응원해주고 자랑스러워하는 동생, 예비교무시절 내내 뒤에서 지켜봐 주시고 후원해주신 은부모님, 늘 한 마음으로 지도해주시는 교무님들,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봐 주시는 교도님들, 이 길을 함께 가며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소중한 도반들까지. 헤아릴 수 조차 없는 소중한 인연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출가서원식 날. ‘남에게 위함을 바라는 전무출신인가, 남을 위하는 전무출신인가 반조하라.’는 <대종경> 교단품 7장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겼다. 그리고 오늘도 ‘남을 위할 줄 아는 전무출신’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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