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종교의 역할에 대하여
글. 강명권

미얀마 난민들의 인도적 지원에 동감하는 교무님과 교도님들이 모아준 성금으로 4월부터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난민들의 심리적 지지와 아울러 음악 치료 등을 하고자 진행모임을 하였다.
그런데 모임에서, 우리가 현장에서 직접 보거나 듣지 못한 이야기와 상황들을 알게 되었다. 종교적인 율법으로 인하여 여성들의 불합리한 차별적 대우가 너무 심하고, 그 차별적인 대우 때문에 난민촌의 생활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그 율법은 ‘남성들이 허가해주지 않으면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남성들이 모두 사망한 가정에서는 여성들이 마음대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서 구호 물품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그뿐인가. 밥을 짓기 위해 필요한 물을 받으러 나가지 못해 어린아이들이 사발에 물을 받아 오는 것을 물통에 저장했다가 사용하는 상황이란다. 혹 구호 물품을 받을 때 옆집남자가 도와주면 그에 따른 수고비나 물품을 줘야 하는 불합리한 종교적 율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들의 삶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가. 종교는 심신 간에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감싸고 도와주고, 종교의 율법은 사람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삶을 억압하거나 불편하게 한다면 그건 종교적 생명을 단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생명이 다한 것과 다르지 않다.

종교부스에서 진행하는 종교의식에도 남성만 참여하는 가부장적 종교기능이나 시대에 맞지 않는 종교적 행위는 시대에 맞는 의식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난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삶이 윤택할 수 있도록 그들의 종교에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집단 치료 방법인 음악 치료 프로그램을 그 마을에서 조금이라도 크고 넓은 가정집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여성들이 옆집조차 갈 수 없는 현지 상황에 맞게 우선 난민의 심정을 가장 잘 아는 마을 여성주민들을 교육하여, 그들로 하여금 심리적 지지와 상담을 하게 할 생각이다. 또한 지역주민에게는 상담 일자리를 통해 상담비를 주어 가정에 도움이 되게 하고 난민지역에는 경제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 아이들을 대상으로는 음악 심리적 치료와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난민촌을 방문을 할 당시 아이들이 물그릇을 들고 다니는 것이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런 상황을 듣고 사진을 다시 보니 짠한 마음이 든다. 종교적 율법에 맞춰 살아가는 아이와 여성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이런 모습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게 될 뿐이다.

구호활동이나 역할을 하면서 ‘우리 종교’를 알리기 위한 구호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종교적인 자만에 빠져서 강요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본다.   후원 | 우리은행 1005-202-256361 재단법인 원불교   문의 | 원봉공회 02)823-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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