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은 뇌·심박수 안정시켜
강남 세브란스 임상결과 발표… 표정 밝고 생활 안정, 행복지수 높아져
글. 박정원  월간<산> 편집장·전 조선일보 기자

원불교 일상수행의 요법 중에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가 있다.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기도 어렵지만 매사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인간은 원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원불교 교리에서는 인간성품을 능선능악(能善能惡)하다고 한다. 경계와 상황에 따라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경계는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과,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만든다. 그런데 인간들은 경계가 들어오면 대개 부정적 반응을 먼저 한다. 그 결과, 좋지 않고 악한 기억은 오래 남고, 좋은 기억은 쉽게 사라져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는 인간의 성악설이 더 일리가 있을지 모른다. 왜 좋지 않은 기억, 악한 기억만 오래 남는지에 대한 부분은 몇 달 전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최근 한국 의학계에서 매주 의미심장한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강남 세브란스 연구팀이 30대 직장인에게 어머니에 대한 고마운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메시지를 5분 동안 들려줬다. 그랬더니 심장박동이 안정적인 파형을 그리며 표정이 편안해졌다. 나아가 이와 관련한 아련한 좋은 기억들을 덩달아 기억해내며 표정이 더욱 온화하고 편안하게 변했다.

반면, 잠시 뒤 자책하고 원망하라는 메시지를 들려줬더니 서서히 표정이 굳어지더니 심박수와 뇌의 변화도 눈에 띄게 부정적으로 변해갔다. 심박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처럼 증가했다. 심박수가 달라지는 건 뇌도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측좌핵 등 뇌의 여러 부위에 걸쳐 있는 보상회로는 즐거움을 관장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보상회로가 뇌의 많은 부위에 연결돼 즐거움을 더욱 잘 느끼게 한다. 반면,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면 뇌의 연결부위가 쉽게 단절될 뿐만 아니라 보상회로가 흥분되거나 억제되어 뇌가 활성화되지 않는 결과를 나타냈다.

따라서 누군가를 탓하고 원망하기보다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애쓰면 우리 뇌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나아가 삶도 긍정적으로 달라진다. 즉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교리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 실제 의학 실험 결과로 검증되면서 또 한 번 원불교가 실천에 기반을 둔 현실종교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우리가 생활할 때도 마찬가지다. 매사에 감사하고 온화하고 즐거운 표정을 짓는 사람을 만나면 그 기운이 주위에도 영향을 미쳐 나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반면 항상 불평하고 다른 사람을 험담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왠지 자리가 불편하여 빨리 일어나고 싶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좋은 기운을 가진 사람과는 다시 만나고 싶지만 불평만 해대는 사람과는 가급적 안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게 된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세계적인 산악인 A씨가 있다. A씨를 만난 지는 10여년 정도 됐다. 제일 처음 만난 기억이 아직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A씨는 당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좌를 했다고 언론에 대서특필 되고 있던 때였다. A씨를 만났을 때 기운이 너무 좋았다. 신선한 기운에 점잖은 기운까지 느껴져 정말 자주 보고 싶은 그런 인물이었다. 그리고 당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고산 세계에 대한 얘기도 진지하게 해줘 만날 때마다 좋은 기분에 만취했었다. 오히려 만취한 내가 그에게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을 준 걸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A씨는 언짢은 기색이나 불편한 표정을 전혀 보이질 않았다. A씨를 지금까지 만나오지만 남에 대한 불평이나 안 좋은 평가를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A씨는 지금은 고산에 올라가지는 않지만 다양한 강의와 사회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 산에 가면 누구에게라도 흔쾌히 사진 찍는 포즈를 취해준다. 그는 늘 감사하는 마음과 현재 자신을 있게 해준 히말라야 신(神)에 대한 존경을 표시한다. 얼굴 표정에 그러한 상황이 어느 정도 나타난다. 

반면 나름 유명한 B씨는 후배들이 말을 안 듣는다며 그 후배가 없는 곳에서 종종 폄훼하거나 험담하곤 했다. 실제로 그와는 별로 친하지도 않았고 만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와 같이 우리는 주변에 좋은 기운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길 원한다. 그 좋은 기운을 가진 사람은 분명 남들보다 감사하는 마음을 더욱 자주 표시하거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혹시나 싶어 A씨에게 직접 물어봤다. “살아가면서 본인을 험담하거나 뒤에서 음해한 사람이 없었느냐?”고.

그는 당연한 듯 “왜 없었겠느냐. 숱하게 많이 만났고, 지금도 그런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 사람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먼저 그런 내색은 전혀 하질 않는다.”고 했다. 역시 뭔가 다르긴 달랐다. 물론 내가 A씨의 전체 모습까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모습만 보면 남들보다 훨씬 더 감사심을 가졌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칭찬은 사람을 더욱 흥이 나게 하고, 감사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 긍정적인 마음과 사고는 뇌를 바꾸고 매사에 감사생활을 하게 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뇌와 심박수를 안정적으로 해서 표정까지 밝게 하는 반면, 원망하는 마음은 표정을 굳게 하고 극심한 스트레스 수준의 뇌 변화와 심박수를 나타내는 결과를 보였다. 당신은 어느 인생을 살겠는가?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