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만들기 체험을 가다
글. 박성근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가장 긴장하면서 본 경기는 단연 여자 컬링 준결승전이었다. 특히 연장전에서는 내내 손에 땀을 쥐었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과 햄버거 만들기 체험을 하러 갔다가 다시 한번 그런 긴장감을 맛보았다.

“교무님! 햄버거 만들기 체험이 있는데 제가 신청해 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하지만 안될 수도 있어요. 별 기대는 하지 마세요~.” 교도님께서 모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햄버거 만들기 무료체험을 신청해주셨고, 당첨이 되었다.
일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모여 아이들과 함께 햄버거 연구소로 향했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서인지 그 자체로 재미있어 보였다. “교무님, 노래 틀어주세요~ 빅뱅 틀어주세요~ 트와이스요~.” 내가 흥이 나서 몇 마디 노래를 따라 부르면 아이들은 “따라 부르지 마세요!”라며 사납게 말하기도 하였다.

드디어 체험이 시작되었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체험 시작 전 기업을 홍보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시대에 따라 탄생한 햄버거 맞추기 게임. “1997년도에 나온 햄버거 이름 아는 사람? 맞추면 상품 줍니다~.” 왠지 불안 불안하던 순간 태헌이가 손을 들었다. ‘뭐야, 이걸 안다고?’ 태헌이는 당당하게 말했다. “제가 2009년에 태어나서 모릅니다!” 강사는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모를 수도 있지만, 햄버거 많이 먹으면 아는 건데, 아빠가 햄버거 잘 안 사주나보다~.” 하고 되묻는다.

그러자 태헌이가 망설임 없이 “네~ 아빠가 안 사줘요~.”라고 한다. 모든 사람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이 순간 난 태헌이의 아버지가 된 것이겠지?’ 너무나 부담스러운 시선들. 순간 애드리브를 친다고 “사는 게 힘들어서요.”라고 말해버렸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수업은 계속 이어졌고 갑자기 태헌이가 또 손을 들었다. ‘불안하다… 제발, 제발.’ 강사의 멘트가 끊겼고, 태헌이는 “있잖아요~ 단하 형이 워너원이 햄버거를 많이 먹어서 살쪘데요.”라고 했다. 모든 사람이 우리 테이블을 쳐다보았다. ‘이 상황 어떡하지?’ 나는 단하의 얼굴을 반사적으로 쳐다봤다. ‘이러다가 싸움 나면 어찌하지?’ 단하는 태헌이를 째려보면서 무겁게 한마디를 던졌다. “나 쪽팔리게 하지 마라.”는 말을 던지고 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형인 단하가 잘 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하야~ 화가 났을 텐데 참아줘서 고마워~.” 하며 달래주고, 태헌이에게는 “태헌이는 형을 창피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알았지?” 하고 순간 삭막한 분위기를 수습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재미있게 체험을 즐겼다. 햄버거 패티를 직접 고르고, 들어가는 각종 채소도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소스도 자신의 원하는 스타일로 뿌렸다. 마지막 과정으로 포장과 함께 자신의 이름이 쓰인 라벨을 붙이는 순간, 세상에서 유일한 자신만의 햄버거가 완성되었다. 각자 자신이 만든 햄버거가 맛있다면서 흐뭇한 표정들을 지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선심을 쓰듯이 감자튀김이며 치즈스틱을 건네며 먹으라고 했다. 나는 그것을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무사히 끝난 오늘의 상황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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