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 없는 진짜 일등
글. 박성철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과 강릉에서 세계인의 축제인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2018년 2월 9일 오후 8시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25일 오후 8시 폐막식까지, 92개국 2,952명의 선수들이 출전하여 나라와 자신의 명예를 위해 그간 닦아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 중 이번 동계올림픽 종목 중 이름조차 생소한 컬링이 가장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 여자 컬링팀이 세계의 강호들을 물리치며 은메달을 땄다. 또 단체 추월경기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 출전 선수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국민청원이 최단기간에 30만 명을 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마다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최민정 선수가 출전한 쇼트트랙은 국민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최민정 선수가 한국 최초로 쇼트트랙 4관왕이 될 것이라며 각종 언론매체에서 앞다투어 보도했기 때문이다.

최민정 선수가 출전한 2월 13일의 500미터 쇼트트랙 경기장엔 많은 관중이 입장하여 최 선수의 금메달을 염원했고, 그렇게 될 줄로 믿었다. 결승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2위로 골인했다. ‘그래도 은메달이구나.’ 하는 순간, 비디오판독결과 반칙을 했다며 실격을 선언했다. 은메달마저 놓치고 말았으니 최 선수 본인과 이를 지켜보던 국민의 마음은 얼마나 허탈했던가? 4위로 골인한 선수가 동메달을 움켜쥐었고 동메달을 땄던 선수는 은메달로 변했다. 남의 허탈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쁨과 환희에 넘치던 그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은 더했다.

17일에 열린 1,500미터에서는 반칙 없는 금메달을 안았으나 21일 열린 3,000미터 릴레이경기에서도 선수들과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마음을 졸여야 했다. 1등으로 들어오고도 실격될까 걱정되어 세리머니도 못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한참 후 비디오판독이 끝나 금메달임이 선언되자 선수나 이를 지켜보던 국민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환호하지 않았던가?
반칙도 여러 가지다. 일등을 하기 위하여 앞서가는 선수를 붙잡거나 옆 선수를 밀어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본의 아니게 열심히 하다 자신도 모르게 반칙하는 경우도 있다. 고의이든 과실이든 반칙은 반칙이다. 실격패를 선언해도 누구나 승복한다. 이것이 스포츠 정신 아니겠는가?

이렇게 공정한 쇼트트랙에도 우리에겐 반칙왕으로 각인된 선수가 하나 있다.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라는 선수다. 그는 2002년에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김동성 선수에 이어 2위로 들어오면서 김동성 선수와 부딪친 것처럼 연기를 했다. 과한 연기로 1위를 실격시키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여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당시 오노의 우승에 외신들은 주최국의 이점이 반영된, 말도 안 되는 판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은 주최국이라는 이점도, 할리우드 액션도 통하지 않는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의 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치러졌다.

쇼트트랙은 단순히 1등으로 들어왔다는 것만으로 1등이 되지 않는다. 비디오판독이라는 거울에 비춰 반칙이 없어야 진정한 일등이며, 팀 추월 경기에서는 인화와 단결을 해야 일등을 한다는 것도 배웠다. 반칙 없는 진정한 일등은 쇼트트랙에만 있지 않다. 사람도 양심이라는 거울이 있다. 그 양심이라는 거울에 비춰 반칙 없는 정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네 삶 속에도 반칙을 하면서까지 일등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 반칙을 하면서까지 꼭 일등을 해야 하는지, 우리 모두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이번 올림픽경기를 보면서 인화하며 반칙 없는 삶을 살아왔는지 한 번쯤 뒤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메달에 관계없이 더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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