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성
원광의료재단·원광효도마을 이사장
‘부지런 딴딴’해야 공부도 사업도  성공한다
취재. 장지해 편집장

그에게 실패하는 일이란 없다.
비결이라면 간단하다. ‘될 때까지’ 하기 때문. ‘불공법대로 하면 시일의 장단은 있을지언정 성공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한 소태산의 법문을 새기고 또 새길 뿐이다.

얼마 전 개원 1주년을 맞은 화성 원광종합병원의 실적만 봐도 그렇다. 1년 전, 원불교 재단 최초의 직영 종합병원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된 오우성 교무. 1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익산·군산·청주원광효도요양병원 운영을 통해 노하우가 쌓인 그에게도, 사실 종합병원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일반적으로 최소 3년은 걸린다는 종합병원 정상화. 그 목표를 1년 만에 이뤄낼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역시 정확한 목표와 비전 아래 ‘끝까지’ 추진하는 열정이다.

올해 2월부터 사회복지법인 원광효도마을과 의료법인 원광의료재단의 통합 이사장직을 함께 수행하고 있는 그. 익산, 군산, 청주, 화성까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 그에게 고정된 집무실은 따로 없다. 각각의 기관에 집무실을 두고 5~6대의 PC를 설치 하는 것조차 낭비라고 여겨졌기 때문. 오늘도 그는 이동식 집무실(차 안)에서 모든 일을 해결한다. 물 샐 틈 없이 짜인 철저한 시스템으로 운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 화성 원광종합병원이 1년 만에 정상화 고지에 들어섰다고요.
“종합병원은 정말 치료를 잘해야 하는 병원이어야 하다 보니, 요양병원과는 또 다른 어려움들이 있더군요. 전체 세팅을 하는 데 꼬박 일 년을 보내면서 너무 힘들고 어려웠는데, 그 과정 속에서 새롭게 변화되어가고 운영이 정상화되는 그 맛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긍지와 재미를 알 수 없어요. 운영이 정상화되고 보니 이제는 자신감도 생기고 희망도 더 보여요. 어떻게든 더 잘 발전시켜서 ‘원광종합병원 참 잘 만들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해야겠죠.”

종합병원이라 어려웠다기보다도, 사실 교단 안팎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부담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일이 잘 되도록 기원하거나 격려하는 말이 아닌 ‘어렵고 힘들다는데 뭐하러 하냐. 어떻게 하려고 하냐.’는 이야기를 듣는 게 가장 마음 아팠다는 그. 게다가 외부적으로는, 기존에 운영하던 병원이 너무 신뢰를 잃었던 상황 속에서 ‘인수를 했다고 해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거 아니야?’라는 불신을 씻어냄과 동시에 ‘원광이라는 브랜드와 원불교가 운영하는 곳은 정말 다를 거야.’라는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 신뢰회복과 더불어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는 일이 쉽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빅 파이브(Big 5)라고 일컬어지는 서울 대학병원들을 경쟁상대로 삼지 않고,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규모 안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자고 목표를 세웠어요. 일상생활이 안 되는 사람들이 우리 병원에 다녀가면 일상생활이 다시 가능하게 하고, 원스톱 원서비스로 최대한 빨리 결과를 내서 환자들이 자기 병을 알아 필요에 따라 더 큰 병원으로 빨리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친절하고 깨끗한 환경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병원이 되고자 한 거죠.”

외상 수술 특화, 응급실·중환자실·입원실 활성화 등 TF팀 5개를 만들어 각각 구체적인 수치와 목표치를 제시하며 달려온 시간들. 정확한 수치가 제시되니 하나씩 이뤄지는 모습도 선명하게 보였다. TF팀이 꾸려지고 활동을 시작한 날부터는 일주일에 다섯 번씩 화성에 오갔다는 그.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스케줄을 들으며 감탄 섞인 웃음을 전하자, ‘죽기 살기로 하면 보이고, 죽기 살기로 하면 방법이 다 택해지더라.’며 웃어 보인다.

● 병원 운영은 확고한 경영 철학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저는 사업을 해나갈 때 표준을 신·분·의·성(信·忿·疑·誠)에 둬요. 어떤 일이 잘 될 거라고 하는 믿음으로, 시작하면 엄청난 분발심을 내는 거죠. 그런데 그때 분발심은 그냥 분이 아니에요. 대종사님께서 분낼 분(忿) 자를 쓰셨잖아요. 적당한 분발심이 아니라 활활 타오르는 분발심을 내야 일도 성공하고 세상도 변화시킬 수가 있어요.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고 여러 방면으로 의문(의심)을 가지면서 정성으로 쭉 밀고 나가는 거죠.”

인류를 100년 동안 이끌어왔던 소니, 월마트 등 세계 10대 CEO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성공 비결이 결국 소태산 대종사가 밝힌 ‘팔조(八條)’와 같다고 말하는 오 교무. 공부에는 물론, 사업경영 철학에 적용시켜보았을 때도 ‘안 될 수 없는 비법’이라는 것이다.

● 비의료인으로서 의료계 일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으셨죠?
“의료인이 아니니까 노력이 더 많이 필요했죠. 2005년에 요양병원 시작함과 동시에 요양병원 협회에 가입해서 이사와 상임이사직을 수행하면서 병원 운영되는 시스템을 엄청나게 배우며 공부를 했고,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진행하는 의료정책과정도 수료를 했어요. 안하고 머물면 도태되고, 현재 하는 것보다 조금 노력하면 유지밖에 안 되니까,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정말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했던 거죠.”

대산 종사가 말한 ‘부처는 부지런 딴딴’이라는 법문을 상기하는 그. 부지런 딴딴하지 않고서는 사업에서 성공하거나 일을 새롭게 해나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요즘 정말 실감난다고 했다. 사실 그라고 귀찮고 피곤하지 않을 때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고됨 속에서도 교무로서 기쁘게 일을 해올 수 있었던 건, 이 모든 게 인류의 발전과 평화를 위한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 교단 내 복지계와 의료계에서 개척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데요, 늘 새로움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따로 있나요?
“답은 다 소태산 대종사님 말씀과 우리 법(法) 안에 있어요. 저라고 일에 대해 두려운 마음, 주변 시선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없을 리가 있나요. 그런데 저는 딱 결정하기가 힘들지, 결정만 하고 나면 주변에서 뭐라 하든 무조건 끝까지 가요. ‘성공 할 때까지’ 하는 거죠. 대종사님께서 불공법에서 말씀 해 주신 대로, 시일의 장단만 있을 뿐 성공하지 못할 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하는 거예요.”

말이 쉬워 될 때까지지, 그 과정에 어려움이 없진 않을 터. 어떤 일을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그의 말은 사실, 오랜 시간을 들여 A·B·C안을 철저하게 준비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결정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을지라도 이후 마련된 안 속에 들어있는 답을 찾아 거침없이 직진할 수 있는 것. 첫 발령지였던 순천어린이집에서부터 하남복지관, 금호복지관, 익산·군산·청주원광효도요양병원까지 늘 ‘만들면서’ 살아온 것 같다고 말하는 오 교무. 좋은 자리, 꽃자리는 어디 따로 있지 않고 주어진 자리에서 하나씩 만들어 가면 되는 것 아니겠냐며 허허 웃어 보인다.

● 원불교 미래를 이끌어 갈 후배들이 힘낼 수 있는 말씀을 해주세요.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 이전에, 이젠 우리 교단도 교화·교육·자선 각 방면 속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교역자가 있다면 전문인으로 역할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받쳐줘야 해요. 하지만 개개인 내적으로는 교화면 교화, 교육이면 교육, 자선이면 자선 등 어느 방면이든 죽기 살기로 해내려고 하는 ‘자기 열정’을 가져야 해요. 열정만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하지만, 강한 열정이 있으면 혹 자신의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다 붙고 채워져요. 열정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희망과 방향을 제시해줘도 소용이 없어요. 결국 스스로 불이 붙어야 성공을 이뤄낼 수 있는 거죠.”

전무출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어 자랑스러운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교단이 없었다면 내가 있을 수 없고, 아무리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만큼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단 한 번도 교단이 무엇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원망을 해 본 적 없다는 오 교무. 오로지 원불교를 위해 이 일을 더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내가 더 해야 할 일’이라고 자처하며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나라가 나를 위해 뭘 해줄 것을 바라지 말고, 내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해야 한다.’는 어느 영화 대사를 덧붙여 전하는 그다.

● 구성원들 각자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중요하겠네요.
“대산 종사님께서 그러셨어요. ‘내가 살아보니 영성과 인성과 삶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곳이 원불교 말고 없는 것 같은데, 혹 여기 말고 더 좋은 데 있으면 나 좀 데리고 가거라.’ 그 정도의 자부심이 우리 각자에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교역자 감소 문제가 시급하게 떠오르고 있는데, 당장 숫자보다도 더 중요한 건 ‘오지 말라고 해도 와서 일하고 싶은 터전을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공부와 사업을 총 망라해서 원불교는 물론이고 인류 평화를 위해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거죠.
이건 어떤 특정 인물이나 계층에게만 주어진 숙제가 아니라, 예비교무, 부교무, 주임교무, 원로교무 상관없이 소태산 대종사님 문하에 들어온 사람들이라면 모두에게 주어진 책임 아닐까요? 가장 기본적으로는, 주어진 자리에서 그 일에 대한 열정과 의무와 책임에 최선만 다 해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어떤 삶의 표준으로 살아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느 곳, 어느 일을 막론하고 오직 은혜가 나타날 뿐’이라는 소태산 대종사님의 말씀이 삶의 공부 표준이에요. 제 삶 속에 은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 그건 잘못 살고 있는 거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은혜가 나타나야 해요. 살아보니 그게 가장 맞는 것 같은데, 잘 안되는 게 문제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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