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이기자
●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
   김미진 | 전농교당
●  사욕을 극복하는 삶
   송재도 | 교무·좌포교당
●  드러내고 싶은 나
   김일정 | 구이교당
●  깨끗하면 빛이 납니다
   문향허 | 교무·용각교당
●  내가 만든 틀에서 벗어나자
   강혜연 | 원대연 회장·산본교당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
김미진 | 전농교당

“내가 나를 이기는 공부를 하라” 하신 경산 종법사님의 올해 신년법문 말씀을 다시 새겨봅니다.
과연 나는 얼마만큼 자기 자신을 이기는 공부를 했는가? 우리가 보통 남을 이기려 할 때는, 상대방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여 강한 힘을 기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작 내가 나를 이기는 공부는 어떻게 하였는가 돌이켜보니, 나를 괴롭히는 것이나 내부의 적은 바로 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는 바로 자기 자신이며,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만이 성공한 사람이라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나를 괴롭히는 것은 바로 나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실천이 정말 쉽지 않습니다. 경계가 올 때면 모든 죄악의 가장 근본적이고 악도에 떨어지게 하는 원인이 되며 마음과 몸을 괴롭히는 삼독심(三毒心) 떨치는 공부와, 삼학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되고 마장이 되는 사연사조(捨捐四條) 공부로 마음을 챙겨 봅니다. 탐진치가 고통을 일으키는 주범인 줄 알면서도 순역 경계에 부딪혀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퇴굴심이 생길 때는 나 자신을 탓하면서도 정작 내가 패자가 되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팔조 중 버려야 하는 불신, 탐욕, 나, 우의 네 가지 조목은 꼭 버려야 정진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가장 근본적인 계문 지키는 것부터 차근차근 다시 추어 잡고, 모든 공부의 근본 되는 마음공부를 표준 삼아 참마음을 찾고 기르며 사용하는 공부로 나를 이기는 힘을 키워 보고자 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70대 중반을 지나고 보니 건강이 힘들 때가 많이 있습니다. 20여 년 전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할 때 암 환자들의 힘든 모습을 보며 ‘내가 건강할 때까지는 이 봉사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다짐의 약속을 했습니다. 이후 강산이 두 번 넘게 변하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많은 환자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이별의 슬픔도 헤아릴 수 없도록 겪었습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지금 나이에도 호스피스 봉사 활동을 하느냐?”고 많이 물어봅니다. 그리고 건강이 안 좋을 땐 쉬고 싶다는 마음과 동시에 기다리는 환자들을 생각하며 갈등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나의 불편함은 환자의 아픔과 비교할 수 없고, 특히 원불교 교도라는 이름과 시작할 때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초심을 잃지 않고 행동으로 옮깁니다.
이렇게 경계가 와도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내가 나를 이길 수 있는 힘은 결국 ‘교리의 실천’입니다. 지금 이 시간을 제일 중요한 시간으로 가꾸는 것이 ‘무시선 무처선’이요, 지금 만나는 사람을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 ‘처처불상’이요, 그리고 자신의 일을 가장 중요하게 가꾸는 것이 바로 ‘사사불공’입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항상 부처님을 모시고 살며, 생활 속에서 가장 성실하고 부지런한 생활 자세와 태도로 삼학공부를 닦아가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멈추고 내려놓고 텅 비워버리니 지는 것이 바로 이기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남을 이기는 힘보다는 자기 자신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고, 흰 백지가 되어서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는 김미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욕을 극복하는 삶

사욕을 극복하는 삶
송재도 | 교무·좌포교당

새해를 맞이하며 경산 종법사의 재임 시 마지막 신년법문이 되는 ‘일원세계의 주역’ 휘호를 교당 내외 곳곳에 게시하였다. 또한 틈나는 대로 봉독하고 법회 전후로는 신년법문 노래를 불러본다. 신년 기도시간 또한 법문 한 구절구절을 다시 한번 음미하며 결국엔 내 살이 되도록 연마해본다. 내 마음에 각별하다.
신정절 아침, 이곳 좌포 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중계된 종법사 법문 말씀에서 부연해주신 ‘자승자강(自勝者强)’이 떠오른다. 우리에게는 ‘진리적 자아와 습관적 자아가 있으니, 진리적 자아가 이를 잘 부려 써서 나와 주위를 변화시키는 큰일을 하자.’ 하심이다. 중생계를 벗어나 보살도에 이르고 부처의 경지에 다다르라는 말씀일지니, 결국 우리가 매일 아침저녁 심고시간을 통해 다짐하는 바로 그것이 아닌가. 보감 되는바 또한 크다.
어린 시절 우리집 거실 중앙에 걸린 가훈 액자의 내용은 ‘자중(自重) 자애(自愛) 자립(自立)’이었다. 식구들 중 어느 누구도 내게 제대로 된 설명 한 번을 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는 나이가 된 그 어느 순간부터 그 가훈 액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홀로서기 하여 알아서 잘 살아가야 하겠구나.’를 되뇌이곤 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자기 말과 행동에 엄중하고(자중),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며(자애), 스스로 일어서는 것(자립)이야말로 경산 종법사께서 신년 아침에 해주신 ‘습관적 자아를 이기고 조절하고 활용해서 부처되고 실다운 행복자가 되는 공부’와 상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로 오늘의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한다고들 하는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듣게 된다. 서로서로 협업이나 지원보다는 개인 개인이 알아서 아등바등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푸념처럼 뱉어내곤 하는 것이다. 이를 얼핏 들으면 내가 나를 이기는 것과 마치 흡사해 보일 수 있겠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의 우리 사회가 대기근이 있다거나 큰 전란으로 인해 주위를 둘러볼 여력이나 경황이 없는 그런 사회는 아니지 않는가. 그러기에 각자 도생이라는 말이 푸념처럼 들려오는 것은 제대로 된 마음공부를 하지 못한 과오요, 참 가치를 실현하지 못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요란하고 어리석고 그른 마음을 잘 살피고 돌아보아 이를 극복하는 훈련법으로 공부하고 변화하여 낙원세계를 개척하는 삶. 그것이 지금 이 순간 내가 소명으로 삼고 살아가는 낙이자 기쁨이며 책임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나를 이기는 삶은 ‘극기복례(克己復禮)’하는 것이다. 주자는 극기복례를 ‘일신의 사욕을 극복하는 것이고, 천리의 절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자는 것이리라. 자기 만족과 경쟁심으로 인한 한풀이가 아닌, 나를 속이고 욕심쟁이로 살아가는 꾀돌이가 아닌, 우주적 자아와 성자적 자아를 발견하여 본연의 자아 진리적 자아를 확충시켜 성자의 모습으로 변모해 나가야 할 때이다.


드러내고 싶은 나
김일정 | 구이교당

나는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단점도 많이 있겠지만 장점을 찾아보면 신심·공심·공부심도 있고, 성실하고 선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열심히 살았다고 나에 대한 점수를 나름 후하게 주며 살아왔다. 하지만 경산 종법사님의 신년법문을 받들며 ‘공부심이 있는 척, 선한 척, 아는 척 하면서 나에게 속아 넘어가는 줄도 모른 체 자만하고 안분하지 않았는지?’ 참회 반성을 하게 된다.
스스로 점수를 후하게 주다보니 ‘나’를 더욱 강화시켰으며, 마음이 단촉하고 편협하여 허위와 사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업(業)을 작(作)만 하였다. 어리석음과 욕심을 내려놓으면 여의보주를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되니 미세하게 움직이는 마음 작용들을 잘 살피게 되고, 내 마음의 주인공이 되도록 심력을 길러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동안 나는 내 마음 공부에만 집중하느라 오히려 아상이 많아지고 스스로를 위에 올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관계와 주변을 잘 살펴보지 않는 우를 범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차를 운전하는데 옆에 타신 분이 염려의 말씀을 하시길래 “저 운전 잘해요. 경력도 오래 되었고요.”라며 자랑삼아 이야기를 하였다. “그렇게도 드러내고 싶냐?”는 말에 또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나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생색내고 드러내고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들이 오랜 시간 습이 되어, 상황이 주어질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것이다. 나의 행동들이 내 생각에 사로잡혀 행해지는 것을 볼 때면 아직도 공부심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그럼 나는 나를 어떻게 이겨야 할까? 사람의 육근을 동작 할 때에 하기로 한 일과 안하기로 한 일을 경우에 따라 잊어버리지 아니하고, 실행하는 마음과 사람다운 행실을 가지는 주의·조행 공부를 염두에 두고 실행하면 내가 나를 이기는 실다운 강자가 되지 않을까?
구이교당 공동체에서 함께 살면서 매주 토요일에 실시하는 마음공부는 요란함, 어리석음, 그름을 깨워주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소태산 대종사님의 지혜를 알려주는 교무님의 은혜에 보은하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올라오는 거짓된 나를 내려놓고 참 나를 발견하는 공부인이 되며, 경계를 대할 때마다 마음 대중을 잡아 가야겠다.
바깥의 ‘저 사람’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집착과 주착 때문에 괴로운 것임을 깨달으면, 상대와 둘인 채로 시비이해 속에 끌려 상극의 악연을 짓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상대와 하나가 되어 상생의 선연을 만들어 가리라 생각된다.
‘내가 나를 이기자. 보은의 길로 가자. 낙원을 개척하자.’ 올 한해, 경산 종법사님의 신년법문 말씀을 내 마음에 밀도 있게 새기고 실행하려 한다. 마음공부 잘하는 것으로 내가 위에 올라가는 것이 아닌, 원래 하나의 세계임을 더욱 믿고 나를 이기는 공부로 하나의 세계, 은혜의 세계, 상생의 세계를 만들어 가며, 교단과 국가, 세계를 위한 공도자가 되도록 다짐해 본다.


깨끗하면 빛이 납니다
문향허 | 교무·용각교당

용각교당에 부임해
수행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무슨 수행을 하느냐고요?
바로 청소입니다.

제가 안 하던 청소를 열심히 하는 것은
귀한 체험을 했기 때문인데요,
부임하자마자 재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불단 꽃꽂이를 하고 청소기를 돌린 후
걸레질을 열심히 하였습니다.
다 마치고 사진을 찍어보니 빛이 나더라고요.
‘아! 깨끗하면 절로 빛이 나는구나’ 하는 깨침이 왔습니다.
‘그렇구나, 공적영지의 광명이 다른 것이 아니구나!
티끌하나 없이 쓸고 닦으니 텅 비어 고요해지고,
텅 비어 고요해지니 깨끗하고,
깨끗하니 저절로 빛이 나는 것을
깨달아 알게 된 것입니다.
단지 내가 눈앞이 어지러워 빛을 가리고 있었을 뿐이죠.

내가 그동안 공적영지의 광명을
머리로, 관념으로 이해하고
그런 경지를 기다리고 살았던 것이구나!!

공적영지의 광명이 관념이 아니라
먼지를 털고 걸레질을 열심히 하여 깨끗해지면
저절로 드러나는 것인 줄 확연히 깨달아 알고 나니
하지 말라고 해도 청소기와 걸레를 들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청소가 수행이구나!
청소가 살림살이구나!
습관적인 나를 닦으니 본래 있던 진리적인 자아가 절로 드러나는구나!!

지금까지 청소는 하찮은 것이고
책 보고 성리연마 하는 것만 공부로 알던 제게는
정말 개벽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승방산 위로 올라온 햇살과
깨끗이 쓸고 닦아 드러난 빛을 보며
한 잔의 차를 마시는 이 순간,
제게 가장 소중하고 기쁜 시간입니다.
내가 만든 틀에서 벗어나자


내가 만든 틀에서 벗어나자
강혜연 | 원대연 회장·산본교당

올해 신년법문은 ‘내가 나를 이기자, 보은의 길로 가자, 낙원을 개척하자’이다. 나를 이긴다는 것은 무엇일까? 경산 종법사님은 습관적 자아를 벗어나 진리적 자아를 찾기 위해 공들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습관적 자아는 무엇이고 진리적 자아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했을 때는 마음을 챙기지 않았을 때가 습관적 자아이고, 마음을 챙겼을 때가 진리적 자아가 아닌가 싶다.
새해가 되면 늘 작은 목표를 세우곤 한다.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 것,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가지런하게 놓는 것, 매일 운동을 하는 것’ 등. 하지만 처음에는 마음을 모으고 지켜나가나 시일이 지나면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만큼 그동안의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나를 이긴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닌, 조금씩 하나하나 실천하는 속에서 힘이 생겨 달라져 가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 습관적 자아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가장 쉬우면서도 마음을 챙기지 않으면 어떠한 것보다도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 한 해 내가 나를 이기기 위해 어떠한 것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일상생활 속에서 교법을 토대로 마음공부를 하여 하나하나 실천하며 변화해보려고 한다. 원대연(원불교 전국 대학생 연합회) 활동과 학업을 함께하다 보면 한 두 개 놓치는 부분들이 생길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상시 응용 주의사항 2조(응용하기 전에 응용의 형세를 보아 미리 연마하기를 주의할 것이요)에 대조하여 공부해 나가고 있다. 작게는 매일 저녁, 크게는 일요일마다 다음 일정과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미리 연마하여 계획을 세우면서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챙겨야겠다. 또 유무념을 통해 ‘매사에 깨어있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체크해야겠다. 나는 사실 경계가 왔을 때 경계인 줄 알면서도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습관에 따라가는 것이 아닌 경계를 알아차리고 원래 마음으로 돌릴 수 있도록 마음공부를 해야겠다. 올해는 특히 행아웃 온라인 교화단을 통해 실제로 공부하고 있는 것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대도 된다.
나는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걸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한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고 바라봐 주면, 감사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러한 과정 역시 내가 나를 이기는 길로 걸어가고 있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난 3년 동안 원대연 중앙임원을 하며 나에게는 작지만 큰 변화가 생겼다. 스무살 여름에는 ‘나는 뭐든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내가 나를 가두고 규정지었던 그 틀은 내가 만들었음을 알아차리고 편안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쉽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맡게 된 원대연 회장이란 자리는 더욱더 소중하고 감사한 자리다. 항상 신년 법문을 마음에 새기고 내가 나를 이기기 위해 공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은의 길로 가기 위해 너와 내가 둘이 아닌 은혜의 관계임을 알고, 지금 이곳이 원래 낙원임을 알고 만나는 대학생과 청년들에게 잘 불공하여 무아봉공의 공도자가 되도록 해야겠다.
덧붙임 : 올해는 원불교 전국 대학생 연합회 창립 40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기념행사도 준비하고 있으니 교도님과 교무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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