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의 봄을 부르는 디자인
박인수 문화상품 디자이너
취재. 김아영 기자

“청년교도에게, 또는 신입교도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비교도 친구에게 원불교를 알릴 수 있는 교화상품이 있을까?” 원불교 교도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이 질문에 답을 하는 이가 있다. 문화상품 디자이너로서, 제17회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박인수(호적명 보화, 수원교당) 씨. 신앙과 수행이 담긴 원불교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원불교문화상품
하루에 한 칸씩 일원상을 굴려 날짜와 요일을 맞추는 만년달력 ‘날마다 일원을 굴리다.’와 거꾸로 타는 향으로 영묘한 영산의 아침을 형상화한 ‘영산의 아침’. 제1, 2회 원불교문화상품공모전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수상한 이 작품들은 교도뿐 아니라 비교도들에게도 선물할 수 있는 문화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원불교 문화와 교리를 바탕으로 한 선물이 무얼까?’란 고민에서 시작된 디자인이어서일까?
“원불교는 시대정신을 선도하자는 종교인데, ‘우리 문화상품이 과연 세상 사람들 눈높이에 맞는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불교 상품점에 있는 것들을 가감 없이 받아들여온 것도 있었고요.” 우리 정서와 달리, 장엄하고 번쩍번쩍한 것들을 무조건 ?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는 그. 단백하고 정갈한 원불교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담고 싶다는 그의 오랜 생각은 디자인 철학이 되어 작품 곳곳에 녹아들었다. “‘일원을 굴리다.’는 일원상이 벽에만 있는 게 아니라 내 공간에 함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더불어 하루를 챙기면서 수행생활 할 수 있는 걸 고민하다 달력형식이 된 거죠.” 신앙과 수행은 물론 디자인 소품으로서의 활용성까지 놓치지 않은 그. ‘영산의 아침’은 신심 깊은 교도로서의 경험이 묻어났다. 거꾸로 연기가 나는 향을 우연히 접한 순간, 새벽 기도를 위해 오르던 옥녀봉의 물안개가 떠올랐던 것이다.
“특히 교화연구소와 연구·개발해 2월에 출시한 ‘불전도구 세트’는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그냥 촛대와 향로가 아니라 신앙을 담은 ‘우리만의 불전도구’를 만든 거니까요.” ‘우리만의 불전세트’에 대한 고민의 답은 그가 교당밴드에 올린 “가정 내 기도공간을 사진으로 올려주세요.”에 답한 교도들에게서 나왔다. 교도들의 기도공간에서 ‘나’와 ‘너’는 물론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원불교의 정체성을 발견한 것. “온 세상을 뜻하는 ‘시방’을 십각형 조형물로 표현하고 그 위에 일원상을 올렸어요. 기도하는 마음이 시방세계 곳곳에 스미고, 뻗어 나가길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죠.” 특히 가정에 놓았을 때 어울리는 적절한 사이즈와 의미 없는 조형을 배제한 세련된 디자인은 새롭고 담백하다는 평을 끌어냈는데….
“1년의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결국 감사와 기쁨으로 승화될 걸 알았지요.” 바람이 더 있다면, 우리에게도 우리의 신앙과 수행이 담긴 교화·문화상품들이 존재하고,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 그런 것들이 원불교 문화를 만들어 우리 가정과 법당에 변화를 이끌었으면 한단다. 


봄소식 같은 브랜드 ‘봄오소’
이런 경험과 실력을 살려 동생(박은수, 수원교당)과 함께 교화를 위한 디자인 연구소 ‘봄오소’를 오픈한 그. 교화상품 기획은 물론 원불교 행사에 맞는 디자인기획, 문화상품 제안, 봉공회 물품 패키지 디자인 작업까지 교화를 위한 모든 디자인을 담당한다. “원불교의 감성을 알기에, 더욱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문화상품디자인 회사의 디자인 팀장으로 바쁘게 활동하면서 이런 작업들이 버거울 만도 한데, 그는 ‘보은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교당에 다니는 게 행복했어요. 할머니가 50명이고, 이모가 100명인 느낌이요. 그런 공동체에서 사랑을 받으면서 성인이 되었으니 자연스레 보은하고 싶었지요.” 원친회원(교무의 자녀)으로서가 아닌, 원불교가 ‘내 종교’일 수 있도록 고민했다는 그. ‘이 신앙생활이 나한테 뭔데? 그래서 내가 어떻게 사는데?’라며 스스로에게 질문도 많이 던졌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판단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 그 답은 교당과 법회, 회화와 교전에 있었어요.” 그런 경험들을 공유하고 싶어 교당 단장으로, 또 더 넓게는 원불교청년회 부회장과 원불교 디자이너로 활동하게 되었다는 그.
“‘봄오소’란 이름은 대종사께서 대각하신 봄, 만물이 생동하기 시작하는 봄, 이런 봄을 부르는 말이에요. 반가운 봄소식처럼 교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어요.” 그가 만드는 봄의 소리에 귀가 기울여진다.  
| 봄오소 blog.naver.com/bom_oh_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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