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세대를 위한 투자가
미래를 담보한다 
- 영광지부 소년단의 사례 -
글. 박윤철

경기도 가평에는 ‘배곳 바람과 물 연구소’라는 이름의 연수시설이 있다. ‘재단법인 여해와 함께’가 운영하고 있는 숙박 연수시설이다. 그 연구소에서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만 5년에 걸쳐 ‘배곳 바람과 물’이라는 청년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였고, 총 182명의 청년이 이수하였다고 한다.


지난 연말, ‘배곳 바람과 물’ 청년교육 프로그램의 성과를 정리한 보고서가 필자에게도 배달되었다. 보고서 첫머리에는 “‘배곳 바람과 물’ 청년교육 프로그램은 청년을 대상으로 생태주의적 가치를 담은 넓은 의미의 정치교육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으며, 이를 통해 미래 녹색정치, 녹색운동 청년 리더십 양성을 목표로 삼아 생태주의 가치와 지향을 담은 청년문화 만들기와 청년 네트워크 형성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고 밝히고 있었다.


또한,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들 가운데는 “녹색당의 당직자가 된 친구들, 동물과 여성을 위한 노래를 지어 밴드를 하는 친구들, 생협운동 내에서의 청년교육을 실험해 보는 친구들, 귀농하여 공동체를 꾸려가는 친구들, 대학원에서 환경정책 혹은 생태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가는 친구들이 지속적인 후속모임을 통해 대안적인 삶과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하면서, “이 청년들이 아직은 소수자이고 변화무쌍한 세대이지만, 생태적이고 민주적인 지향성을 가지고 대안적인 한국사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귀한 존재들임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었다. 


요즈음, 한국사회에서 널리 회자되는 문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청년층의 좌절과 절망, 그리고 그들이 기성사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실망감에 관한 것일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대책문제,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문제에서 정부당국이 보여준 비민주적인 태도 등은 ‘2030’으로 불리는 청년층을 크게 실망시킨 전형적인 사례다. 이처럼, 낡은 가치관에 머물고 있는 기성세대들이 장래 세대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도 ‘배곳 바람과 물’ 프로그램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절망이 아닌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했을 뿐만 아니라, ‘대안적인 삶과 사회’를 위한 고민과 모색을 장려하는 선진적(先進的) 프로그램을 시행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하겠다.
청년은 장래세대(將來世代)다. 아직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반드시 다가올 미래를 감당할 세대
가 바로 그들이다. 그러기에 ‘한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그 나라의 청년들을 보면 된다.’는 말까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국사회도, 원불교 교단도 ‘고령화’가 심각하다. ‘고령화’는 청년들이 줄어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고령화 대책을 논하려 할 때는 반드시 청년 대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호에서는 교단의 청년대책, 청년 문제를 생각하는 하나의 자료로써 ‘영광지부 소년단’ 이야기를 소개한다.


먼저, ‘영광지부 소년단’의 존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월보> 44호(1933년 1월호, 32쪽)에서 관련 기사를 인용한다.

일찍이 우리 영광의 자랑으로 본지상(本誌上)에 보도된 영광지부 소년단의 존재는 독자 제씨(諸氏)도 응당 잘 아실 듯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이십 미만의 어린 사람들로써 주경야독(晝耕夜讀)을 궁행실천(躬行實踐)하며, 하작동선(夏作冬禪)으로 열심공부(熱心工夫) 중인 대, 그 신성이 날로 굳어지며 의향(意向; 뜻)이 점점 고상하여 져서 이와 같이 전진불퇴(前進不退)한다면 장래에 어떠한 큰 인물들이 될는지 모를, 사람으로 하여금 다대한 촉망을 가지게 함입니다.
      
‘영광지부 소년단’은 ‘영산학원 소년단’(<월보> 43호, 38쪽), 또는 ‘영산학원단’(<월보> 37호, 24쪽) 등으로도 소개되고 있었는데, 이 단은 바로 불법연구회 영광지부 내에 개설된 영산학원(靈山學院)에서 ‘주경야독을 궁행실천하며, 하작동선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던’ 영산학원생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을 말한다. 이 단의 단장은 바로 영산학원장을 겸하고 있던 정산 송규 영광지부장이 맡았고, 학원생들을 실질적으로 지도한 이는 지부장의 친동생 주산 송도성이었다. 주산 송도성은 젊은 학원생들을 끔찍하게 사랑했다. 이 시기의 주산은 늘 젊은 학원생들을 향해 “너희들의 장래에 영광이 있게 하마.”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런데, 1930년대 영산학원생들 곧 ‘영광지부 소년단’에게는 주산 이외에도 기라성 같은 스승과 선배들이 즐비했다. 삼산 김기천, 구산 송벽조, 도산 이동안, 응산 이완철, 의산 조갑종 같은 분들이 모두 영광지부에 거주하면서 ‘영산지부 소년단’의 스승 역할을 했던 것이다. 큰 스승들의 간절한 염원과 정성스런 지도, 그리고 소년단원들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 덕분에 영산학원에서는 무수한 불보살들이 배출된다.


그리고 그때 배출된 불보살들이 오늘의 교단을 있게 만들었다. 한편, <월보> 44호에는 소년단원들 3인의 일기가 소개되고 있다. 19세 소년 조희열(曺喜悅)의 ‘나의 몸은 누구의 것이며 나의 의무는 무엇이냐’, 17세 소년 정학선(丁鶴善)의 ‘독실한 신앙은 성공의 모(母)’, 이상행(李商行)의 ‘황금과 같이 귀한 세월을 1분 1초라도 허송하지 맙시다’가 그것이다. 이 일기를 읽어가다 보면, ‘배곳 바람과 물’ 프로그램이 대안사회를 향한 가치를 청년들에게 심어주었듯이, 스승들의 지도 속에서 “신성이 날로 굳어지며 의향이 점점 고상해 져 가는” 소년단의 ‘일취월장’해 가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조희열 군의 일기가 대표적인 사례인 바, 그의 일기 한 대목을 소개한다.

그러면 사중은(四重恩)을 입은 이 몸으로서는 그 무엇을 하여야 인생의무를 다하였다 할까요. 그것은 여러 말할 필요도 없이 그 입은 바 은혜가 공공(公公)할 것일진대 마땅히 또한 공공(公公)한 도로써 보답할 것이니, 공공한 도라 하는 것은 오직 우리의 공부의 요도인 삼강령팔조목을 밟아나서 인생의 요도인 사은사요를 실행함에 있을 뿐입니다. (<월보> 44호, 1933년 1월호,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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