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님! 저 친구 꼬셨어요
글. 박성근

“교무님 저 친구 꼬셨어요 ㅎㅅㅎ”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카톡을 보는 순간,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신 것처럼 피곤함이 졸지에 사라졌다. 한나를 향한 교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돈암교당에 부임한 지 어느덧 일 년이 지나는 시점. 법회에 새로운 학생들이 유입되지 않아 항상 고민이었다. 졸업을 앞둔 학생이 있기에 오히려 법당이 더 썰렁해질 건 명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고2 유선이가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퇴원 수속을 마치고 유선이 집으로 함께 가던 중이었다. 차 안에서 한창 대화를 하던 중 나는 어린애 투정 부리듯 “유선아, 교당에 나올 친구 좀 없니?” 하고 물어봤다. 그러자 유선이가 “교무님! 생각나는 친구 한 명이 있는데 무교에요. 그 친구 좀 꼬셔볼까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의 나는 사실 별 기대 없이 “그래, 한번 말이라도 해봐라. 만나기만 하면 교무님이 다 알아서 할게.” 하고서 대화를 싱겁게 마무리했다.

한 달이 지난 후, 유선이에게 카톡이 왔다. “교무님 저 친구 꼬셨어요 ㅎㅅㅎ” “내일 데리고 가려고 그랬는데 몸이 안 좋아서 다음에 해야 할 것 같아요.”라는 것이다. 순간 “뭐야! 정말이야?”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꾹 참았다.
그렇게 2주가 지난 어느 날! 오매불망 기다리던 카톡이 유선이로부터 왔다. 시간이 되냐는 물음에 나는 당장에 다음 날 저녁 약속을 잡았다. ‘이거 은근히 긴장되네. 혹시나 변심해서 약속 취소하는 건 아니겠지?’ 약속을 잡고 나니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유선이 친구는 ‘한나’라는 한글 이름이었다. 첫 만남치고는 말도 잘하고 반응도 잘해주었다. 여러 블로그를 돌아다니면서 고민의 고민 끝에 선택한 저녁 식사 장소는 퓨전 짬뽕집. 알고 보니 한나가 특히 좋아하는 곳이란다. “내가 생각해도 메뉴 추천 완전 잘했다. 슈퍼 그뤠잇!”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진로 고민까지 이어졌다. 고3이 되는 한나와 유선이도 대다수의 한국 학생들처럼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피해갈 수 없었다. 우리의 대화는 진지함과 유쾌함을 오고 갔고, 그렇게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한나에게 우리의 첫 만남이 어땠을까.’를 생각하고 있는데, 한나로부터 카톡이 왔다. “교무님 오늘 저녁과 차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자주 놀러 갈게요~.”라는 내용이다. 이렇게 우리의 첫 만남이 있었던 후 한나는 1월의 마지막 법회에 참석했다. 한나는 생각보다 첫 법회를 잘 따라와 줬다. 유선이도 친한 친구와 함께 법회를 봐서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기특하다! 어렸을 때의 나는 부끄럽고 소심해서, 원불교를 어느 친구들에게도 소개하지 못했다. 스스로 원불교를 친구에게 소개하고 법회까지 인도하고 법회 식순에 맞춰서 하나하나 안내해주는 유선이의 모습을 보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오늘 법회 끝!”을 외치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교무님~ 배고파요~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라고 한다. “얘들아 가자~ 한나 첫 법회 축하하러~!”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