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떻게 천지가 된다는 말인가!
글. 김천호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매우 고달프고 힘든 나날이었다. 사업이 망한 아버지는 신문 지사를 운영하면서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아껴야 했다. 나는 대학교 생활 시작과 동시에 아버지와 함께 신문배달을 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신문을 돌린다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었다. 대학생활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 밤마다 늦게까지 놀기도 해야 했다. 그런 생활을 1년 정도 하고 나니 체력도 마음도 지치기 시작했다. 휴학을 하고, 조금이라도 집안 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일을 구해 지냈다.


그러던 중 종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입학하면서 들어간 원불교 동아리와 증산도 동아리를 통해 양쪽의 종교지식을 조금씩 쌓아갔다. 종교라는 것은 나약한 사람들이나 믿고 의지하는 필요 없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도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이 받아들여졌다. 그때부터 ‘마음의 휴식처를 얻어야겠다.’는 의지로 종교를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디에 의지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문득 원불교가 떠올랐다.
동아리방에서 <원불교교전>을 챙겨와 읽기 시작했다. 개교의 동기에서 한 없이 크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것은 ‘천지 보은의 결과’에 이르러서 정말 한없이 광활하다는 감명에 젖게 했다. ‘천지와 내가 둘이 아니요, 내가 곧 천지일 것이며, 천지가 곧 나일지니….’ 내가 어떻게 천지가 된다는 말인가! 이후 <정전>과 <대종경>을 통해 내가 가야할 삶의 나침반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대로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다 소방서에서 근무하며 우연히 만난 원불교 교도님을 통해 교당에 나가게 되었다. 거기서 마음공부를 시작하고, 교전을 읽고, 궁금한 점을 하나하나 물으며 배워갔다. 어느 날부터 나를 인도해준 교도님과 교무님이 계속 출가를 권유하였다. 출가라~! 생소한 단어였지만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내 인생을 걸어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지금의 현실이 두렵고 힘들어서 도망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많은 고민을 한 후 출가를 결정하고 부모님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불교를 믿던 부모님이었음에도 나의 갑작스러운 말에 충격을 받아 반대도 찬성도 하지 않으셨다. 묵묵히 결정을 해주실 것을 기다렸다. 며칠 후, 어머니가 이왕 출가를 하려면 스님이 되지 않겠냐고 권하기에 단번에 거절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아버지를 많이 원망했다고 한다. 아버지 사업이 망하지만 않았어도 아들이 출가를 결심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후 나는 추천교무님의 권유로 수능시험을 다시 치르고 원불교학과에 1학년으로 입학했다.


출가를 결심한지 16년이 지난 지금 출가 동기를 글로 쓰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성불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출가를 했는데 어느새 일상생활과 일에 묶여서 그냥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반성해본다. 처음 생각한 성불의 개념과 지금 생각하는 성불의 개념이나 상황은 많이 바뀌었지만, 다시금 내 마음을 추어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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