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연 찾기!
글. 한제은 교무

(지난 호에 이어)
누구를 만나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언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 걱정은 현실로 다가왔다.
우선 수녕교무가 카지아도에서 보건소를 만들 때 도와주었던 사람을 직원으로 두고 지내보기로 하였다. 두 달 정도 지났을 때, 물 파기 사업을 했던 곳을 방문했다. 그곳은 한국 방문 때 총부에도 방문한 적이 있는 현직 국회의원의 활동지역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활동 지역을 이곳으로 정하고, 국회의원(Jdnson Muthama)을 만났다. 그는 현지의 치안이 좋지 않으니 사무실은 따로 두더라도 숙박은 자신의 집에서 하라고 권유하였다.

우리가 케냐에 온지 3개월이 되던 때에 국회의원 보좌관 부인의 질병 치료를 위해 함께 한국을 방문하였다. 그 때 한지성 회장님은 극진한 접대와 치료비, 케냐방문 경비 등의 아낌없는 환대를 통해 피터 보좌관(법명 원성은)이 우리와 한 식구가 되도록 도와주셨다.
피터 씨는 케냐타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와 교장으로 18년을 지낸 분이었다. 이후 현지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지역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국회의원이 우리를 도와주라는 임무를 주셔서 우리와 함께 하게 된 것이다.
케냐인들의 특성 중에 잘못을 잘 인정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피터 씨는 우리가 어려움을 호소하면 본인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미안하다며 먼저 낮추고 늘 긍정적으로 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어소통’이라는 가장 큰 역할을 도와주었다.

케냐는 모든 문서가 영어로 되어있다. 하지만 모국어는 스왈리어이고, 부족끼리는 부족어를 쓰기 때문에 영어를 안다 하더라도 소통에 여러 어려움이 많이 생긴다. 게다가 우리가 영어를 잘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영어 단어 몇 개 아는 정도이니 사람들이 얼마나 답답할까!
피터 씨는 그때마다 “slowly slowly, no problem.(천천히 천천히, 문제 없어.)”이라고 위안하며,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고 이해가 되도록 우리에게 맞는 영어로 소통을 시도하였다. 당시 우리가 나누었던 우스운 대화를 하나 소개하면, ‘비가 온다.’를 ‘스카이 워터 서비스(Sky water service)’라고 해도 알아듣는 정도다.

여러 분야에 걸쳐 알고 있는 분이 많은 그는 우리의 일 처리를 차분하게 단계단계 절차를 밟아서 해주었다. 한국에서 케냐에 와본 분들은 그런 그에게 “정서가 수도인 같다. 한국인 같다.”고 말하였다. 6년 동안 고락을 함께한 그는, 우리의 매우 귀중한 현지 인연이다.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