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안일
글. 노태형 편집인

경산 종법사 법문명상 <아 이 사람아, 정신 차려야 해>를 발간했습니다.
이곳저곳에 보도자료를 내면서 반응이 꽤 좋게나와 기대가 커졌습니다. 물론 독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고요. 헌데, 책 판매는 기대만큼 불티나지 않습니다. 갑자기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내느라 들인 고생보다 판촉이 더 어렵게 다가오는, 새로운 고단함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순간이죠. 그때 함께 근무하는 후배 교무의 말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합니다. “우리 먹여 살리려면 더 뛰셔야죠. 그걸 책임자가 아니면 누가 해요.” 세상에 내 자존심, 내 편안함, 내 체면을 다 챙기고서 잘 되기를 바라다니요. 제가 잠시 도적심보를 가졌나 봅니다.
잠시, 지금 교단을 비추어봅니다.
‘우리 법이 참 좋아. 교전에 길이 있어.’ 자부심과 자화자찬은 믿음이 되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걱정은 태산인데, 누구도 길을 시원하게 뚫어내지는 못합니다. 애꿎게 세월만 탓할 뿐이죠. 교단 지도부는 체면과 권위를 세우느라 나서지 못하고, 젊은 교무들은 어리고 세상물정 모른다는 핑계로 우물쭈물하고, 중진 교무들은 아래위 눈치를 보며 욕 안 먹는 재미(?)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누가 일합니까?
‘원불교 사랑’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명망있는 재가교도들의 목소리가 가슴을 뜨끔하게 합니다. “안전 불감증이 교단 전반에 만연해요.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요. 젊은 교무들에게도 이제 기대하기가 힘들 것 같아요.” 혀를 끌끌 차는 모습에는 아직도 식지 못한 사랑이 남아있습니다.
또 다른 재가의 이야기입니다. “올 1년은 그래도 가만히 참고 지켜 볼 거예요. 그런데 만약 내년에도 이런 모습이면 그땐 교단에 대한 애정을 거두어야죠.”
재가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분의 목소리는 더욱 통탄입니다. “남의 귀한 자식들 데려와 교무시켰으면 책임을 져주어야죠. 왜 책임지는 행동을 안 합니까. 선배들이 앞장서서 길을 찾아야죠. 자기 살 길만 찾으면 되겠어요?”
‘아, 이 사람아! 정신 좀 똑바로 차리게.’ 그래요, 나는 못 먹더라도 내 자식은 잘 먹고 잘 살게 해줘야죠. 그러니 어찌 정신을 안 차릴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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