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 다잉’을 돕는 일
은혜호스피스
취재. 이현경 기자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잘 죽기를 바란다. 과연 잘 죽는 것이란 무엇일까.
그 고민을 함께하는 이들이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라는 명찰을 달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 나타났다. “저는 환자분이 스님인 줄 알았어요.” 잘 아는 사이인 듯 환자에게 말을 건네는 이대원 씨. 그러자 환자가 선뜻 자신의 수술 자국을 보여주며 편안한 웃음을 짓는다.
 
  ‘호스피스’는 죽음이 가까운 환자의 위안을 돕는 특수 병원이나 봉사 활동,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은혜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이들이 평온한 열반을 맞이하게 하고, 그 가족의 상실감을 보살피고자 1996년도에 서울교구 단체로 설립됐다.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안녕카드(사전의료의향서) 작성과 환우보호사(자원봉사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호스피스 활동을 해온 김미진 씨(코디네이터)는 “말이 없던 분들이 점차 마음을 열고, 가족에게 차마 못한 이야기를 건네기도 한다.”며 소통이 어렵던 환자 가족의 화합을 이끌어낼 때가 보람된다고 말한다. 허영희 씨 또한 마찬가지. 휠체어에 앉은 환자들의 키에 맞춰 이·미용 봉사를 실천하는 게 결코 쉽진 않지만, 환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힘듦은 눈 녹듯 사라진다.

  은혜호스피스가 이런 봉사 활동을 하는 이유는 정해진 시간이 더없이 소중한 이들에게 원불교 교법으로 정신적 풍요를 더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이러한 일념으로 창립 때부터 원불교 생사관, 호스피스개념과 철학, 말기 환자의 의료적 이해 등의 호스피스 교육을 해온 것이다.
  호스피스 일을 실행할 환우보호사(자원봉사자) 교육은 7기까지 이뤄진 상태. 환우보호사는 투병인을 직접 찾아가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교당에 나오기 힘든 재가 환자분에게 환우보호사를 파견하면 어떨까요? 재가교도와 교당이 재연결되고 환자 가족에게 휴식도 드릴 수 있잖아요.” 이 과정에서 교도 청소년·가족 교화가 연결되지 않겠냐고 말하는 김재성 회장이다.

  또한 서예진 교무는 “사전의료에 대한 계획을 밝히는 이들이 증가했다.”며 “은혜호스피스는 언제 어디서든 ‘마지막 보따리’ 법회를 안녕카드 작성과 연계해 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1월,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존엄사법이 통과되는 등 호스피스의 법적 기반이 마련된 요즘, 은혜호스피스의 노하우는 앞으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은혜호스피스 | 02)816-2383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