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고쳐나가는 게 개혁이다
최정풍 대전충남교구장
대담. 노태형 편집인 정리. 장지해 기자


  어찌 보면 그는 교단의 개혁이나 혁신과 관련된 중심에 늘 서 있었다.
교단의 여러 가지 개혁과 변화에 대해서는 늘 단호하게 요청해서일까? 급하다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건 좀 억울할 수 있겠다. “일은 차근차근 가야 무너지지 않는다.”는 게 평소 소신이니 말이다.
  지난 5년 동안 대전충남교구는 규모에 비해 꽤나 큰일들을 해왔다. 대표적인 게 마음공부 사회화 프로그램인 소태산 마음학교다. 웹과 앱을 통해 마음공부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할 수 있게 한 것은 젊은 교도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최정풍 대전충남교구장은 교화구조 개선을 위해 ‘형제자매교당 일심합력교화’ 정책을 단계별로 차곡차곡 진행하여 모델을 만들어가면서, 교구자치제에 대한 고민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남들이 보기엔 한 순간 툭 하고 튀어나온 성과들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꽤나 오랫동안 치열하게 고민해온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머릿속에는 교단의 혁신과 변화를 향한 아이디어가 떠나지 않는다.

● 요즘 대전충남교구에서 활기가 느껴집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감사하죠. 어떻게 보면 작은 일들인데, 밖에서 볼 때 큰 활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어느 순간 갑자기 이룬 일들은 없어요. 형제자매교당도 그렇고, 소태산 마음학교도 긴 시간 준비하고 기다려서 차곡차곡 해온 거거든요.”
  정말 그렇다. 전곡에서의 개척교화 11년과 초대 정책연구소장직을 거치며 경험하고 연마한 생각 거리가 어디 한 두 개뿐이었겠는가. 그것을 끈기있게 계속 이어오면서도 실현해가는 과정에서는 절대 서두르지 않은 최 교구장이다.

● 형제자매교당 정책을 소개해주세요.
  “3~4개 교당을 형제자매교당으로 묶어서 서로 챙기고 도움을 주고받게 한 거예요. 현재 한 교무님이 의식, 행정, 설교, 교당관리 등을 모두 해내는 각자도생의 교화구조를 바꿔가려는 시도죠. 주변에 근무하는 교무들끼리 함께 공부하고,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고, 이야기하면서 얻는 정보가 중앙에서 일괄로 내려오는 교화방법보다 훨씬 더 유용하거든요.”
  작년에 들어서면서는 합동공사(公事)를 권했다. 처음부터 합동공사를 추진하지 않고 5년이 흐른 후에 이야기를 꺼낸 이유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현장의 교무님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만 함께 식사를 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교구 교무회의가 있으면 형제자매교당별로 모둠지어 앉도록 자리 배치를 했죠. 초반에는 멀뚱멀뚱 어색해하더니 요즘에는 알아서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이 정도면 성공한 거 아닌가요?”

● 어렵지 않으면서도 교단의 미래교화를 위한 신선한 발상 같은데요.
  “조금 더 나아가면, 영세교당 서너 군데가 결합을 해서 행정까지도 간소화 하면 좋겠어요. 경제규모가 그리 크지도 않은데 굳이 번거롭게 따로따로 해야 하나 싶은 거죠. 무엇보다 나이도, 장기도, 법랍도 다 다른데 같은 교화패턴으로 교화를 하라는 구조는 한계가 있어요.
  예를 들어 형제자매교당으로 맺어진 교당들이 각자의 특장점에 맞게 법회 프로그램과 요일을 달리하면 수요자들이 각자의 원하는 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잖아요. 조금 나이 있는 교도들 상담은 연배가 있는 A 교당에서 담당하고, 청소년이나 청년들 상담은 젊은 B 교당에서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면 다양한 대상을 수용할 수도 있고요. 이런 제도를 한 번에 시행하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에요. 각자의 상황과 역량이 천차만별로 다르니까 몇 군데 샘플링을 해봐서 성공사례가 나오면 조금 넓히고, 그 다음 또 넓혀가는 방법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요?”

● 교구자치제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보려면, 그곳에 오래 머물러야죠. 허리띠 풀고 느긋하게 지역사회에 깊이 동화되면서 지역사회의 문제에 교화를 연결시켜야 지속가능한 교화정책이 나와요. 그러려면 진정한 의미의 교구자치제가 되어야 교구 내 정책에 대해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있고, 인적·물적 재배치가 가능해요.”

● 그런데 요즘, 다시 법인통합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법인분리 뒤 5년간 후속작업이 미진한 것이 마치 외과수술 중인 환자를 방치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서울교구, 충북교구, 제주교구… 현재의 교구 시스템은 규모나 재정적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걸 잘 아는데, 왜 고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종법사 선거를 하면 양원장과 교구장 인사가 바로 이어질 텐데, 교구장 인사가 된 상태에서는 교구편제를 새롭게 하기 어렵잖아요.
  그렇게 다시 6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하나요? 교단 3대 설계안에 진작부터 교구자치제에 대한 과정이 다 제시가 되어 있어요. 그 설계안에 따르면 지금은 대교구제에 대한 연구가 끝나서 시행해야 할 단계예요. 그런데 어떤가요? 교구자치제에 대한 진전은 고사하고 평가나 연구가 거의 안 되었죠. 가장 답답한 게 그 부분이에요. 법인분리를 해놓고 후속작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 이야기가 나오니까요.”
  최 교구장은 깊은 연구와 고민 없이 다시 되돌아가려고 하는 상황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현재처럼 규모나 재정적 측면에서 각 교구별로 차이가 큰 상황에서는 교단의 정책을 입안하기도, 산적한 문제를 풀기도 어렵다는 것. 그러기에 이제라도 올해 있을 수위단 선거와 맞물려 교구자치제를 우선적으로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10년 넘게 혁신을 외쳐 왔는데, 그럼에도 제자리인 느낌입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저를 포함해서 교단에 힘을 가진 사람들의 결단의 문제라고 봅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교단 구성원들의 학습 부재가 가장 큰 문제죠. 특히나 정책을 만드는 곳에 있는 분들은 대단히 질 높은 학습을 해야 하고, 그것을 교단 전체의 학습으로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해요. 정보를 공유하고 연구하고 토론해서 집단지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진정한 변화는 이뤄지지 않아요. 그러려면 성급하면 안돼요.”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당장 급하게 바꾸려고 하거나 제도부터 건드리려고 하지 말고, 학습을 통한 인식 공유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최 교구장. 하지만 실제로는 그 학습시스템이 작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빨리 결정해 이익을 내는 기업조직이 아니기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하고, 공들여 결정한 정책은 지속적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전제도 잊지 않는다.

● 잘 이뤄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주장하고 추진하는 원동력은 뭔가요?
  “솔직히 표현하면, 변화를 추동하려니 참 힘들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 하하. 제도 개혁이라는 게 사실은 별 것 아닌 데에서 시작해요. 살다가 ‘어, 이거 교법이랑 안 맞는데?’ 하는 게 생기잖아요. 그 불편한 걸 고쳐나가는 게 개혁이에요. 해도 힘들고 안해도 힘들다면, 하는 게 낫죠. 당장 결실을 못 보더라도 씨앗을 뿌려놓으면 교단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요.”

● 미래의 원불교,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미래교화, 미래교단의 모습을 그려갈 때 ‘참 문명세계 건설’을 목표로 두면 좋겠어요. 마음속에 성과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대종사님이 계셨다면 하셨을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 교법의 현실구현을 위해 매진했으면 좋겠습니다. 답은 교전에 있고, 실천하면 공감하는 인연들이 반드시 함께 할 겁니다.”

● 후배들에게 전하고픈 말씀이 있다면요?
  “더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게 아무래도 미안하죠. 다만 아직 개척하는 시대니까 힘들 각오를 했으면 좋겠어요. 개척하시느라 애쓰신 대종사님을 닮아가고 따라가야 할 것 같아요.
  개척시대는 갖추어지지 않아서 힘들지만, 한편으론 새롭게 만들어나갈 수 있어서 보람이 있어요. 그리고 공부 잘 하자고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교법으로 무장하고 훈련하는 건 시대변화와 상관없이 최우선 순위여야죠. 하루 동안 눈 떠서 감을 때까지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을 통해서 쌓인 마음의 힘과 문화가 밖으로 흘러 넘치면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낼 겁니다.”

● 평소 마음에 담아두는 법문이 있으신가요?
  “무아봉공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간사 때부터 심고 모실 때 대산 종사님의 삼대불공법(불석신명의 불공, 금욕난행의 불공, 희사만행의 불공)을 꼭 다짐해요. 그러면 힘이 나더라고요. 잘 되면 심고 내용을 바꾸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평생 해야 할 것 같아요. 하하.”

● 은혜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을 전해주세요.
  “‘사이좋은(恩)’ 사이가 되면 행복해 질 수 있어요. 소태산 마음학교도 마음공부를 사회화하기 위한 거지만, 조금 더 나아가서 정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기 위해 ‘마음이 답이다.’라는 뜻의 Mind is the answer의 앞 글자를 따서 미타(MITA)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미타의 대표프로그램이 바로 ‘사이좋은(恩)’이에요. 기업이나 직장의 구성원 관계를 은혜의 관계윤리로 풀어나가자는 거죠. 은혜의 윤리를 잘 실천하면 모든 존재들끼리 사이좋은 세상이 될  거예요. 그게 낙원 세상이죠. 말은 쉬운데….”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