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좋은 사람이 건강하고 오래 산다
美 하버드대 세계 최장 79년간 조사… 양보와 배려·경청만 해도 좋은 관계 유지
글. 박정원  월간<산>부장·전 조선일보 기자

 직장생활 30년 하면서 몇 년 남지 않은 은퇴를 남겨둔 요즘, 이런저런 상념에 빠진다.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한 고민보다, 직장생활 하면서 ‘그 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그 때 그 사람과 좀 더 좋은 관계를 가질 걸.’ 하는 후회 아닌 후회가 가끔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했으면 ‘내 인생이 달라졌겠지.’ 하는 생각과 더불어 ‘이게 내 운명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시간에 대해 얘기했다. ‘시간은 오고 또 가지만 한 번 간 시간은 결코 다시 오지 않는다.(Time is going to come and go, but the time which has gone once never comes back again.)’

 한 번 지나간 시간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하버드대학교가 무려 79년간을 추적 조사한 결과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인간관계 좋은 사람이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과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면 육체적·정신적 건강 증진은 물론 정신적 능력까지 향상시킨다고 밝혔다.

 하버드대는 이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1938년부터 성인들의 삶에 관한 연구를 시작해 모두 724명의 인생을 추적했다. 세계 최장 기간의 연구라고 한다. 연구는 조사대상자들을 매년 직접 만나서 직업, 가정생활, 건강 등에 대해 인터뷰하고 설문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얻은 결론은 세 가지. 첫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인간관계이며,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외로움이라는 것이다. 가족, 친구, 공동체와 많은 접촉을 가진 사람들이 행복했고, 인간관계가 적은 사람들보다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장수했다. 둘째, 인간관계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사람들과 갈등 관계 속에서 생활하는 것은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 중요한 것은 친구의 수가 아니라 친밀도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인간관계는 기억력까지 증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의지할 파트너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실제로 정확하고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조기 기억력 감퇴를 경험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 돌아보면, 과연 내가 젊었을 때 좋은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오래 산다고 알았던들 ‘내가 인간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 노력했을까?’ 한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이야 나이 들어서 과거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회상은 할 수 있다지만 현실이 될 수는 없다. 당시에는 남의 이야기나 교훈적 얘기는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고치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과거 한창 잘 나가던 때의 나를 돌아보면 별로 좋지 않은 사람과 관계가 되면 ‘안 보면 되지.’ ‘너 아니라도 사람 많다.’라는 생각이 훨씬 강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그런 사고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는데, 하물며 인간관계를 좋게 하기 위한 노력은 했을지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서도 최근 눈길을 끄는 조사결과가 있다. 직장인 428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처세술 필요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90.4%가 ‘처세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동료 및 상사와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가 가장 많이 나왔다. 또 처세술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상황에 대해서 ‘상사 및 동료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두 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좋은 인간관계는 직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산다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두 조사가 절대적인 결과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좋은 인간관계는 직장이든 일반 생활에서든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면 남은 인생동안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 그리고 공동체 생활에서 어떻게 친밀도를 높여 좋은 관계를 유지할까? 우선 1차적으로 양보와 배려를 떠올려 본다. 내가 먼저 양보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두 번째로 내가 먼저 말하기보다 남의 말을 먼저 들어준다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얘기나 충고는 짧을수록 좋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길어지면 누구나 잘 듣지 않는다. 독일 속담에 ‘설교를 하는 자는 남의 설교를 듣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목사나 교수들 중에 남의 얘기를 잘 듣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 아닌가 싶다. 특히 교수들이 논리 같지 않은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려 드는 자세는 상대방을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 본인이 말한 만큼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면 간단히 끝날 상황인데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원불교교전>의 ‘일상수행의 요법’의 이치만 제대로 깨우쳐도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거기에는 양보와 배려, 경청 모든 얘기가 들어가 있지만.

 속된 말로 ‘좋은 게 좋다.’고 한다. 역으로 하면 ‘안 좋은 건 안 좋고 나쁘다.’는 얘기다. 당연한 말이다. 좋은 인관관계가 직장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고 오래 살게한다는 조사결과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속담이나 세상 진리를 다시 확인해서 일깨워준다. 오늘부터 당장 일상수행의 요법대로 생활하는 자세를 한 번 가져보자. 남은 인생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더욱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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