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픈 마음을 안아줄게요
취재. 김아영 객원기자

 정신요양시설’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여러 가지 생각이 나겠지만 다 내려놓고 일단 한번 둘러보겠습니다. 늦가을이 한참인 이곳의 정원은 사시사철 꽃을 피웁니다. 낮은 담장과 활짝 열린 대문, 생활인들이 머무르는 두 개동은 깔끔하고 단정하죠. 평소 생활인들은 정원에서 자유롭게 산책하며 운동을 합니다. 가을이면 코스모스 길이 되는 익산둘레길(무왕길 코스)은 이곳 원예반 생활인들이 씨를 키워 생산한 묘목을 심어 가꾼 것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다시 반가운 인사가 돌아옵니다. 정신요양시설 ‘삼정원’(원장 김영주)의 이야기입니다.
 

가족처럼, 내 집같이

 “치료의 어려움보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힘들다는 분들이 더 많아요.”
 과거에는 사회로부터의 격리가 우선이었던 정신질환(조현병, 기타 중복장애 등). 밖에서 안을 볼 수도, 안에서 밖을 볼 수도 없었던 높은 담과 무거운 철대문은 정신요양시설의 사회적 시선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담을 허물고 이들의 삶을 보여주고자 하는 삼정원.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몸이 아파 약을 먹고 요양하는 분 일뿐이라는 걸 느껴요.” 봉사자들의 한결같은 첫 마디가 삼정원의 마음을 대변한다.

 “저희는 생활인이 서비스 대상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격체로서, 인간적인 대우가 먼저 실현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 밖의 편견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안에서의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김영주 원장과 직원들.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20여 가지의 재활프로그램과 사회적응훈련, 직업재활훈련 뿐만 아니라 삼정원 곳곳에서는 직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배어 나온다. 신발이나 옷을 공동구매 하더라도 디자인을 다르게 해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건의함을 통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 매일 한 움큼의 약을 먹는 이들을 위해 영양·간호과에서는 식생활 개선과 영양 서비스를 제공한다. “많은 약을 먹으니 신체 건강이 어떻겠어요. 한방 프로그램과 약재 달인 물 등을 생활인들에게 드리고 있죠.” 어찌 보면 소소해 보이지만,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안정이 되어야 정신적으로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 삼정원의 생각이다.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 무시가 이들을 더욱 외롭고 쓸쓸하게 만들었다.”라는 직원의 말이 마음에 다가와 박힌다. 그리고 또 한 곳, 삼정원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지만 빼 놓을 수 없는 곳이 있는데…. “쾌적한 환경을 위해 옷과 이불을 항상 깨끗하게 정리해 놓아요. 우리만큼 수선실, 피복실, 세탁실, 건조실을 갖춘 세탁장도 없을 거예요.” 영양위생과 양기숙 씨는 생활인들 각자가 좋아하는 옷은 물론 체형까지 일일이 기억해 수선해낸다. 큼지막한 이불장에는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보송하고 깨끗한 이불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우리가 이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인간 평등이에요. 아픈 사람도 안 아픈 사람도 똑같답니다. 다르지 않아요. 장애인이란 말이 더욱 서로의 거리감을 만들었지요.” ‘사람’을 중심으로 따뜻한 복지를 실현해 간다는 김 원장. 시설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여름 내내, 밀짚모자를 쓰고 정원을 가꾼 그였다. 이런 바람은 외부의 인식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세상에 띄우는 러브레터

 지역사회와 함께하기 위해 낮은 장미울타리를 두르고 대문도 화사하게 교체한 삼정원. 잘 가꾸어진 정원과 운동시설을 지역주민들에게도 개방했다. “지난 4월에는 시설 내 잔디운동장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가족모임의 날 행사’를 열었어요. 직원과 생활인들의 공연과 장기자랑 등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지요.” 자원봉사자와 가족, 지역주민 400여 명이 참석한 행사는 소통의 시간이 됐다. 이웃주민인 금마지역 부녀회에서는 “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단다. 이렇게 삼정원의 자원봉사자와 후원인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는데. “저희가 인근 지역 쓰레기 줍기 등 사회환원 차원의 봉사활동을 해 온 것이 지역과 발맞출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생활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봉사단도 있답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 덕분에 제1회 정신건강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한 김 원장. “가족처럼 따뜻하게, 내 집같이 편안한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웃어 보인다.

 장미울타리 사이로 사회와 소통하며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삼정원.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복무요원이 말한다. “어느 날, 생활인 한 분이 말없이 초콜릿을 쥐어주고 가셨어요. 아무 말은 안하셨지만 왠지 그 의미를 알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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