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밥그릇 챙기기
 글. 노태형 편집인

 초근목피의 시대가 지나면서 잠시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의 희망도 커졌죠. 하지만 가난을 벗어난 사람들은 ‘축적의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고, 이내 제 밥그릇 챙기기에 몰입합니다. 그래서 세상은 다시 상대적 가난의 시대로 추락합니다.

 가만히 교단에 떠도는 소리를 들어봅니다.
 우리에게도 ‘제 밥그릇 챙기기’가 제법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군요. 함께 나누어야 할 밥그릇을 슬쩍 빼돌려 자기 배를 채우고, 또 어디 건드리지 않은 밥그릇이 없는지 잔머리를 써먹습니다. 정상적이어야 할 밥그릇이 비정상적으로 나눠지면서 자꾸 허기가 집니다. 조직은 분명 발전한 것 같은데 구성원들의 밥그릇은 이삼십 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죠.

 사실, 교단과 지도부는 구성원들을 위해 어떻게든 좀 더 나은 밥그릇을 챙겨야 할 임무가 있습니다. 또한 공평하게 나눌 지혜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부족한 밥그릇이나마 기꺼이 이해하고 사명감을 희망 삼으니까요.

 하지만 지도부가 알든 모르든 제 밥그릇 챙기기에 동조하거나 방관하면 밥그릇은 비균형적, 비경제적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제 밥그릇을 챙기려는 이들은 어떻게든 윗사람과 공유함으로써 공범자나 동조자로 만들려 꾀를 쓰겠죠. 그래서 멋 모르고 인정(人情)으로 받은 밥그릇은 자칫 뇌물이 되기도 합니다. 가끔, 극히 일부에 해당되는 말이긴 하지만 ‘교단은 가난한데 개인은 부유하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기도 합니다. 제 밥그릇만 챙기려 교단이란 밥상까지 엎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요.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여러 사람의 정성으로 모여진 물건을 정당하지 못하게 사사로이 소유하면 우연한 재앙이 미쳐 몇 배의 손해를 당할 것이므로, 미리 경계하노라.’(<대종경> 교단품 1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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